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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與, 집단무기력 벗어날 전략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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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엔 줄다리기가 등장한다. 10명이 한팀이 돼 상대와 겨룬다. 승패는 곧 생사를 결정한다. 승리에 대한 열망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주인공이 속한 팀은 힘센 남성만으로 구성된 상대팀 보다 객관적으로 열세였다. 경기에선 자신감이 중요한데 전력 면에서 밀리니 시작 전부터 사기는 바닥이었다. 하지만 낙담한 분위기는 팀내 누군가의 격려와 작전 덕분에 되살아났다.


"너무 기죽지 마라. 줄다리기는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작전을 잘 짜고 단합하면 힘이 모자라도 이길 수 있다."

드라마 속 줄다리기가 떠오른 것은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에서 집권여당의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과제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정기국회 활동이 중요한데, 3분의 1을 지나는 시점에서 여당은 방향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정기국회 직전 발표한 100대 입법과제 추진은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기초연금 인상, 쌀값 지지 등 22개 입법과제에 "악법을 반드시 막겠다"며 반대하는 데 급급하다. 그나마 당정협의를 거쳐 ‘부모 급여’ 도입과 1·2기 신도시 재건축 지원, 스토킹 범죄와 보이스피싱 예방 등 10대 중점 추진 법안을 선정한 게 다행이다.


객관적 전력에서 여당은 열세인 건 맞다. 170석 가까운 거대 야당과 비교해 의석수에서 밀리니 뭘해도 쉽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집권 전 검수완박법안 통과를 통해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정기국회에서 보여준 여당의 모습은 단순히 객관적인 차이로 보이지 않는다. 자신감, 전략 모든 측면에서 야당에 압도돼 있다. 여기엔 최근 당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20~30%에 갇혀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지도체제 역시 불안하다. 최근엔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국회를 겨냥한 비속어 발언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전력을 집중해야 할 정기국회에서 여당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당이 집단 무기력에 빠졌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여당 의원 전체가 들어가 있는 메신저 단톡방에서는 생일축하, 수상 축하 메시지만 오가는 공간이 됐다고 한다. 당내 현안이 있으면 단톡방에서 나오는 의견이 주목을 받았던 때가 아득하다. 적어도 당의 미래와 현안 고민은 더 이상 모든 의원들이 터놓고 공유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닌 셈이 됐다. 사석에서 만난 의원은 "굳이 단톡방을 들여다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지금 여당에 절실한 건 자신감과 전략이다. 쟁점법안이 수적 열세로 통과가 어렵다면 국정과제 가운데 여야 이견이 없는 비쟁점 민생법안이라도 서둘러 논의해야 한다. 집권 후 첫 정기국회인 만큼 국정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여당의 역할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드라마에서 줄다리기 결과는 객관적으로 열세인 팀이 이겼다.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정기국회를 허송하는 것은 대선에서 지지를 보낸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자신감을 회복한다면 지지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 ‘오징어게임’처럼 생사가 걸린 문제라면 정신이 번쩍 들까. 정기국회는 70여일 남았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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