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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ARM', 韓·日 기업간 M&A 테이블에 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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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반도체 기업 ARM 인수전에 뛰어들며 화제가 되고 있다/사진=송현도 아시아경제 인턴기자

삼성이 반도체 기업 ARM 인수전에 뛰어들며 화제가 되고 있다/사진=송현도 아시아경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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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현도 인턴기자] 삼성전자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Acorn/Advanced RISC Machines)은 스마트폰 전문 프로세서를 설계하는 펩리스(Fabless) 기업이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위치하며 모기업은 에이콘 컴퓨터(Acorn Computers)다.


1980년대 중반 에이콘 컴퓨터 창업자 소피 윌슨(Sophie Wilson)은 비즈니스용 고성능 컴퓨터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에 쓰일 CPU(컴퓨터 중앙처리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케임브리지대학교 동문인 스티븐 퍼버(Steve Furber)와 ‘Acorn RISC Machine’이라는 마이크로프로세스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애플이 아이패드의 원조 격인 뉴턴 시리즈에 해당 마이크로프로세스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에이콘 컴퓨터와 1990년 11월 영국 케임브리지에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이때 해당 기술의 머리글자를 딴 ‘ARM’을 사명으로 정한 것이 시작이다.


애플이 공동 창업한 회사,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급부상

성장은 스마트폰 보급과 관련이 깊다. ARM은 2005년부터 자사 CPU 제품군을 다각화했는데, 그 덕에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CPU인 'Cortex-A'를 주력 상품으로 제시하면서 반도체 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ARM의 설계 기술을 도입한 AP(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Application Processor) 비중은 95%에 육박한다. 또한 5G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고 사물 인터넷(Internet fo Things·IoT) 디바이스가 보편화됨에 따라 AI 기술에 최적화된 ARM 기술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현재 기업가치는 400~600억 달러, 약 56~8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나 애플, 퀄컴, 구글 등이다.


승승장구하던 ARM은 2016년 234억 파운드(33조5천억원)에 일본의 IT 투자기업 소프트뱅크로 인수됐다. 소프트뱅크가 지분 75%를, 나머지 25%는 이 회사의 자회사인 벤처투자 펀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가지고 있다. 비전펀드는 쿠팡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손정희 소프트뱅크 회장은 시가 총액보다 43% 높은 가격에 ARM을 인수했는데 “10년 후 '이 가격이면 싸게 산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만족해한 바 있다. 실제 ARM은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90%, 태블릿 설계 분야 85% 등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하지만 연이은 투자 손실로 위기를 맞은 소프트뱅크는 결국 ARM 매각을 결정한다. 2020년 인수 직전까지 간 기업은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NVIDA)다. 엔비디아는 100억 달러 현금과 215억 달러의 엔비디아 주식 등 약 400억 달러에 ARM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퀄컴 등 경쟁 업체들이 엔비디아가 ARM을 품에 안으면 '기술 이용을 막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고, 올해 2월 미국·영국의 반독점 기구 승인을 얻지 못해 최종 무산됐다. 엔비디아 인수가 무산된 이후에는 SK하이닉스가 다른 회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을 공동 인수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3월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에게 딱 맞는 퍼즐인 ARM, 경쟁업체들의 반발 헤쳐나가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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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나 퀄컴 역시 ARM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에 관심 있는 당사자로 인수를 위해 다른 칩 제조사와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회장 간 다음 달 회동 결과에 주목하는 것은, 이 결정이 삼성의 반도체 사업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 삼성전자가 ARM의 반도체 설계 기술까지 확보할 경우,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 달성을 위한 획기적 진전을 모색할 수 있다. 2020년 IC인사이츠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팹리스 매출 점유율은 1%에 불과해 미국(64%), 대만(18%), 중국(15%)과 비교해 현저히 뒤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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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엔비디아 인수 무산 사례를 고려할 때 독과점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관건이다. 손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ARM 공동 인수를 제안할 것이란 관측은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삼성전자가 다른 반도체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을 인수함으로써 독과점 문제를 풀자는 것이다. 각 반도체 업체들 사이 이해관계가 첨예해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므로, 삼성전자와 ARM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컨소시엄은 일종의 '반도체 혈맹'과 같은 성격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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