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방식, 조합설립 등 절차 생략돼 2~3년 단축
수수료 높아 주민부담↑… 분양대금의 4% 내야
주민요구 배제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어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으로 공사중단을 겪은 제2의 둔촌주공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가 신탁방식의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신탁방식은 조합설립 등 일부 절차를 생략해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는 특징 때문에 주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가 비싸고 주민 의사가 배제되는 문제점이 남아있어 신탁방식 활성화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 정비사업은 조합방식과 신탁방식으로 나뉜다. 조합방식은 입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이 조합장을 포함한 임원진을 꾸리는 방식이다. 시공사 선정부터 인·허가 등 모든 사업절차를 직접 해나가는 방식으로 사업 총괄과 주도권을 조합이 쥐고 있고, 총회를 통해 의사결정이 진행된다. 반면 신탁방식은 신탁사가 수수료를 받고 소유주를 대신해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사업 총괄과 주도권을 신탁사가 가지고 있고, 의사결정은 토지 소유자 전체회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통상 신탁방식이 조합방식보다 사업기간이 2~3년가량 단축되는 편이다. 조합방식과 달리 신탁방식은 추진위원회 구성·조합설립인가·시공사 선정 등 몇 가지 절차가 생략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서 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 활성화 방안으로 신탁사가 시행하는 사업장은 토지 소유자 다수가 희망할 경우 정비계획과 사업계획을 통합해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신탁방식의 사업기간은 더욱 단축될 전망이다.
신탁사가 가진 자금조달력과 전문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초기 비용을 토지 소유주가 부담하는 조합방식과 달리 신탁방식은 신탁사가 가진 고유자금으로 초기비용을 부담한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신탁사는 다수의 경험으로 다져진 전문성을 통해 사업에 안정성을 높인다는 평가다.
하지만 활성화 방안에도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신탁방식을 채택하게 되면 업무수행의 대가로 총 분양대금의 4% 내외를 지급해야 한다. 이는 단지에 따라서 최대 수백억에 이르다 보니 주민들이 금전적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정비사업에서 신탁사가 사업을 시행하는 곳은 4% 수준에 불과하는 이유다.
조합과 신탁사 간 충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신탁방식 활성화를 위해 이번 주거안정 실현방안에서 표준계약서에 주민 해지권한 보장, 신탁 종료시점 명확화, 주민 시공자 선정권 명시 등을 포함하기로 했다. 기존 신탁계약서 중에는 조합이 계약을 해지할 수 없거나 해지할 경우에는 막대한 배상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표준계약서가 실제로 담기는 계약 내용까지 강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그동안 신탁방식은 수수료가 비싸고 주민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 외면받아왔다”라며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정비사업 단지들이 신탁방식에 참여할 만한 유인이 없어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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