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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긴축 예고에도...'Fed의 허풍' 베팅하는 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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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허풍’일까, 월스트리트의 ‘오판’일까.


Fed 고위 인사들이 연일 인플레이션이 확실하게 꺾일 때까지 추가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음에도 금융권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해지면서 오히려 뉴욕증시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부터 수십 년간 이어진 이른바 ‘연준풋(Fed put)’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되살아난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대형주로 구성된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0.23% 상승한 4283.74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6월 저점에서 약 17% 오른 수준이다. 반면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6월 고점 대비 0.59%포인트 내려간 2.88%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같은 기간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이 그만큼 상승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주가와 국채 금리 움직임은 시장이 조만간 Fed의 속도 조절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는 계속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월스트리트는 이를 ‘허풍(bluffing)’이라고 생각한다"며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판단, Fed가 내년 중 금리 인하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도 Fed 인사들은 매파 발언을 쏟아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9월 현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내년 금리 인하도 기대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또한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경기둔화도 감내할 수 있다면서 "6~9개월 내 Fed가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은 비현실적"이라고 못 박았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금리 인상 후 당분간 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 다시 곧바로 내릴 경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매파 발언에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이유를 ‘연준풋’ 기대감에서 찾고 있다. 연준풋은 금융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Fed가 금리를 인하하거나 양적완화에 나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움직임을 가리킨다.


WSJ는 "올 들어 시장은 연준풋을 기대하지 않았고 증시는 1970년 이후 최악의 상반기를 기록했다"면서도 "이제 투자자들은 반대 신호에도 Fed가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이러한 연준풋 기대감은 1980년대부터 거슬러 올라간다고도 덧붙였다. 1987년 블랙먼데이 사태,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2000년대 초 닷컴 사태 등 주가가 급락할 때마다 빠르게 시장 안정을 위해 Fed가 대응해왔다는 것이다.


지난달 Fed가 두 달 연속 자이언트스텝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투자자들이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이례적으로 높은 인상" "언젠가는 인상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발언에 더 주목한 배경이 여기 있다. 로이트홀드그룹의 짐 폴센은 "Fed가 현재 매파적이어도 수개월 내 비둘기파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Fed가 언제까지 금리를 인상하고 어느 수준에서 2% 물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준풋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웨이 리 글로벌 수석투자전략가는 "시장이 너무 앞서간다. 우리 생각보다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면서 "Fed가 결국 정책 전환에 나서겠지만 시장의 예상 수준에 못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IB)들은 뉴욕 증시가 올 연말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S&P500지수가 16% 떨어진 3600선을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SJ는 Fed가 허풍을 부리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의 판단이 투자자들은 물론 Fed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통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의 랠리는 Fed의 행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임스 드라호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 미주지역 자산배분책임자는 "(급격한 주가 및 채권 가격 상승으로) 금융여건이 더 느슨해져 Fed의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이 둔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투자 결정이 내려지는 퀀트 펀드는 최근 미국 주식 베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러한 퀀트 펀드의 배팅이 지난 6월 이후에만 7조달러(약 9292조원) 가치가 추가된 뉴욕증시의 급격한 반등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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