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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인플레이션이라 쓰고 '기후변화'라 읽는다

최종수정 2022.08.22 10:42 기사입력 2022.08.19 11:30

산업 영향 넘어 글로벌 의제에도 관심 가져야
미국이 그리는 '큰 그림'에 대한 고찰이 핵심
합의 이끈 美정치권 '능력'은 우리 현실과 대비

‘인플레이션 감축’이란 이름을 단 미국 법(法)이 태평양을 건너면서 ‘전기차법’으로 둔갑했지만 사실 이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미국에서 차를 더 잘 팔 수 있게 된 것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중요하지, 그 나라 기후 문제가 대수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바란다. 기후변화는 미국(그리고 중국)의 획기적 태도 변화 없이 어떤 해법에도 접근할 수 없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불과 2년 전 ‘지구온난화는 사기’라며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던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이하 기후변화법)을 통과시킨 건 그래서 획기적이다. ‘기후변화에 맞서는 새 시대의 문을 열었다’는 타임지 평가도 눈에 띈다. 정치적 목적에서 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썼다는 이 법은 기후변화와 클린에너지 프로그램에 3690억달러, 우리 돈으로 48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겠다는 게 핵심이다.


2030년까지 미국 탄소배출량은 2005년 대비 40% 줄어든다. 국제 기후변화 정책이 재조정되며 산업구조의 근본적 전환이 촉발될 것이란 해석도 많다. 친환경 에너지 기반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기업에 막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에 장기적 투자 확실성을 제공한다. 결국 기후변화법은 우리가 의존해온 에너지 시스템의 근간을 바꿀 것이며, 이것이 우리에게 미칠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영향이다.


법이 의도한 효과를 낸다면 미국은 기후변화 부문의 글로벌 리더십을 공고히 할 것이다. 산업구조 재편이란 토끼 한 마리를 더 잡을 수 있다. 전기차 시장에 올 큰 변화는 그 중 일부다. 지금은 미국 신차의 5.6%만이 전기차인데, 소비자가 다음에 구매할 차는 전기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은 전기차 신차에 최대 7500달러 세액 공제를 해준다. 다만 대상이 되는 요건을 ‘미국 중심’으로 제한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공급망 재편 의도도 법안에 담았다.

7500억달러(약 1000조원)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소득 40만달러(약 5억3000만원) 이하 시민은 세금을 한 푼도 더 내지 않는다. 재원은 연소득 10억달러(약 1조3200억원) 이상인 기업에 최저실효세율 15%를 적용해 마련한다. 반면 시민에게 돌아가는 즉각적 혜택인 전기차 세액 공제는 부부 연소득 30만달러(약 4억원) 이하인 가구에만 적용한다.


세금은 부자와 기업이 내는데 혜택은 중산층 이하 그리고 전 세계 시민이 공유하는 법안이 한국에서 발의됐다면 정권이 무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글로벌 이슈 대응과 전략적 산업 비전을 동시에 담은 거대 법안을 만들고, 양보와 합의를 이끌어 낸 미국 정치 수준이 우리 현실과 겹쳐 보인다. 당장의 경제적 파급력에만 몰입하는 정책 균형감의 미비도 지적할 수 있다.


핵심 산업에 미칠 영향을 따지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사안의 본질과 미국이 그리는 큰 그림에 대한 고찰을 생략할 이유로 작용해선 곤란하다. 우리 정부는 기후변화를 국정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가, 경제 위상에 걸맞은 정책적 접근과 장기적 산업 경쟁력 강화 비전은 고민하고 있는가, 되짚어 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1인당 생태발자국(일상생활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토지면적으로 환산한 수치)은 1.8㏊이다. 한국인의 1인당 생태발자국은 5㏊가 넘어 중국, 일본보다 넓다. 한국은 세계 인구의 0.7%를 차지하면서 탄소는 1.7% 배출하는 나라다.

신범수 산업 매니징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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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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