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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KT원주통신사료관 가보니…고종황제 전화 '덕률풍', 집 한채 가격 '백색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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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소장 사료 6000점 첫 공개, 137년 한국 통신 역사 총망라
영화 '헌트' 등장한 문화재 인쇄전신기 비롯 유무선 통신 장비도 공개

벽괘형 자석식 전화기 5종 (1800년대 말~1900년대). 고종황제가 사용하던 '덕률풍(가운데)'을 비롯해 우리나라 통신 역사의 주요 사료들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사진=KT

벽괘형 자석식 전화기 5종 (1800년대 말~1900년대). 고종황제가 사용하던 '덕률풍(가운데)'을 비롯해 우리나라 통신 역사의 주요 사료들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사진=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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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수연 기자] KT가 민영화 20주년을 맞아 KT원주통신사료관에 소장중인 6000여 점의 사료를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2층으로 구성된 전시관에는 구한말 고종황제가 직접 사용하던 전화기부터 이제 부모님 세대의 추억이 돼 버린 삐삐와 공중전화, 우리 국민들의 생활을 바꿔 놓은 최신 스마트폰까지 한국 통신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16일 우리나라 통신 역사의 보고 강원도 원주시 KT원주통신사료관을 찾았다.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된 6000여점의 사료들은 벽괘형 공전식 전화기, 최초의 다이얼식 전화기, 인쇄전신기 등 문화재로 등록된 사료 8점을 비롯해 ▲시설장치 ▲경영 인쇄물 ▲사업 인쇄물 ▲역사 인쇄물 ▲역사 시청각 자료 ▲기념품 등 6150건에 달한다. 2015년 용산 전시관과 대전 전시관을 통합한 뒤 일부 사료들이 KT 사옥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통해 공개됐지만 전체 사료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보통신 독립 '금산1국'…역사를 바꾼 '덕률풍'

전시관 왼편에는 한국 통신 역사 초창기 사진이 전시돼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37년 전 한성전보총국 개국이 KT의 시작이라고 할 수도 있다. 기업 형태를 갖춘 것은 1981년 체신부에서 독립했을 때다. 한성전보총국 시절 역사적 사진이나, 이제는 은퇴하고 국가등록문화재가 된 충남 금산에 있는 금산위성센터 금산1국 안테나 개통 당시 사진 등이 걸려있다.


특히 금산 1국은 의미가 깊다. 이날 KT 통신사료관의 해설을 맡은 이인학 정보통신연구소장은 "예전 국제전화를 걸면 일본을 거쳐야 해서 돈도 많이 들고 오래 걸렸는데, 1970년 6월 2일부터 위성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전화가 가능해졌다"며 "수출입국의 시작이자 한국 정보통신 독립의 날"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오래된 사료는 1800년대 말 사용된 전화기 '덕률풍'이다. 덕률풍은 영어 단어 텔레폰(Telephone)을 한자식으로 표기한 명칭이다. 황제가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신하와 덕률풍으로 직접 통화를 했는데, 신하는 전화가 걸려 오는 시간에 맞춰 의관을 정제하고 네 번의 큰절을 올린 후 전화기를 받들고 통화를 했다고 알려졌다.

덕률풍은 우리 역사를 바꾸기도 했다.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명성황후의 원수를 갚겠다는 일념으로 일본인과 격투를 벌이다 살해한 김구는 결국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그런데 1897년 7월, 사형 집행 날 고종이 인천감리에 전화를 걸어 사형 집행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서울과 인천 사이에 전화가 가설된 지 불과 사흘 뒤 일이다. 전화 가설이 조금만 늦었더라도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이 외 시대별 전화기들도 만나볼 수 있다. 초기 전화기는 송수신기가 분리된 형태로 송신기에 붙은 핸들을 돌려 신호를 교환기에 보냈다. 목재 재질에 오늘날과 달리 번호판이 없어 전화기라기 보다 오디오가 먼저 떠오르는 생김새다. 자석식 전화기와 공전식 전화기는 전화기를 들면 교환기에 신호 램프가 들어와 교환원이 연결하는 방식이다. 다이얼식 전화기는 다이얼을 돌려 자동으로 교환기(기계식)를 동작시켜 연결하는 방식이다. 1970년대 말까지는 자동교환기 고장을 예방하기 위해 전화국에서 지급하는 전화기만 사용하도록 했다고 한다.


등록문화재 제 434호 인쇄전신기(M19), 1945년대. 사진=KT

등록문화재 제 434호 인쇄전신기(M19), 1945년대. 사진=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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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의 등장으로 사라진 인쇄전신기도 전시돼있다. KT 통신사료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인쇄전신기는 등록문화재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헌트' 촬영에 쓰여 당시 정보통신 기술을 구현했다.


전신기는 전신국(우체국)에 설치되어 전보를 주고받는 용으로 사용됐다. 인쇄전신기는 타자기를 치며 종이에 메시지를 인쇄할 수 있어 서면 통신 속도를 향상 할 수 있던 계기가 됐다.


1가구 1전화 시대 연 'TDX-1'부터 스마트폰 혁명까지

한국 통신 역사에서 금산 1국만큼 의미 있는 교환설비는 'TDX-1'이다. 1981년 출범한 한국전기통신공사는 1984년 전자교환기 TDX-1을 자체 개발하고, 1986년 상용 개통했다. 이는 세계 10번째다. 만성적인 전화 적체를 해소하고 전화 보급에 큰 역할을 해 '1가구 1전화 시대'를 열었다.


TDX-1 교환기 보급 전에는 전화 수요에 맞게 공급할 수가 없어 전화기가 품귀였다. 전화를 사고팔거나 전·월세를 놓아주는 '전화상'이 서울에만 600여 곳에 달했을 정도다. 전화를 둘러싼 문제가 끊이지 않자 정부는 1970년 8월 31일까지 가입된 전화(가입자 수 45만7280명)는 매매할 수 있도록 하되, 그 후 새로 가입된 전화는 금지했다. 가입 대장의 색을 따 전자를 백색전화, 후자를 청색전화라고 불렀는데, 당장 전화가 필요한 사람은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백색전화를 살 수밖에 없어 백색전화 한 대 값이 270만 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서울시내 50평짜리 집값이 230만 원 안팎이었던 걸 고려하면 엄청난 가격이다.


시대별 공중전화도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거리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지만, 어린 시절 자주 이용했던 공중전화를 보자 반가웠다. 동전 주입만 가능했던 초기 공중전화부터, 익숙한 전화카드식 공중전화까지 있다.


국내에 공중전화가 처음 설치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이었다. 그 당시 이용요금은 50전으로, 쌀 다섯 가마니(약 400kg)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쌌다. 1982년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시내·외 겸용 DDD 공중전화가 나오면서 공중전화도 보편화됐다.


추억 속 전화번호부도 전시돼있다. KT는 과거 유선전화 가입자들이 쉽게 번호를 찾을 수 있도록 1년에 1부씩 무료로 전화번호부를 배포했는데, 1960년대부터 시대별 전화번호부를 전시했다.


이동통신의 변천사도 볼 수 있다. 1982년 235명에 불과했던 삐삐 가입자는 1997년 1519만 4821명까지 불었다. 당시 '8282(빨리빨리)', '1004(천사)'와 같은 숫자의 의미를 모르면 신세대 축에 끼지 못할 정도였다. 자동차에 설치된 무선전화인 '카폰'을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신기했다.


본격적인 이동전화의 시작은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의 기술이 상용화되면서다. CDMA는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을 채택한 2G 이동통신 기술이다. 음성 뿐 아니라 문자로 디지털 데이터도 디지털 데이터도 전송할 수 있어 당시에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개인휴대통신(PCS) 상용 서비스가 개시 되고 이동통신은 날개를 달면서 빠르게 확산했다. 1999년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유선전화를 앞질렀다.


2009년 국내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3이나 삼성의 갤럭시S 시리즈 등 비교적 최신 스마트폰도 전시돼있다. 허건 KT 광고팀장은 "2009년 아이폰 출시는 스마트 혁명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며 "기존의 핸드폰과 스마트폰은 산업 측면에서 의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원주시 행구동 위치한 KT 통신사료관에서 이인학 정보통신역사연구소장이 해설하고 있는 모습. 사진=KT

원주시 행구동 위치한 KT 통신사료관에서 이인학 정보통신역사연구소장이 해설하고 있는 모습. 사진=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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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장은 "KT가 원주에 보관하고 있는 통신사료들은 우리나라 정보통신 흐름에 따른 시대상과 국민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아주 높다"며 "KT가 대한민국의 통신 역사의 본가인 만큼 앞으로도 미래 ICT 역사에서 주역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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