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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연구소장 "은행 가능 업무, 네거티브로 전환해야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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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연구소장에게 듣는 금융혁신]

정중호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인터뷰_정중호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인터뷰_정중호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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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정중호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지난 12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은행과 빅테크 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소하려면 빅테크를 금융에 포함시켜 규제해야 한다"며 "지급 결제 등 은행 업무에 비금융사가 진입하려 할 때 라이선스를 등급화해 규제를 받도록 한 일본 방식을 우리나라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혁신은 불확실성에 대한 베팅"이라며 "은행이 고유 업무 외에 할 수 있는 업무를 포지티브 방식으로 허락해줄 게 아니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금산분리가 혁신으로 이어질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은행의 '인벤토리 파이낸스'(Inventory finance)와 '펫(Pet) 보험'을 은행들의 유망한 진출 영역으로 꼽았다.

일본은 은행과 빅테크 간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
우리나라에 도입해야

- 금융위원회가 의지를 밝힌 금산분리 완화 이슈에서 쟁점은.


금산분리보다는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의 분리)'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금융위에서 제시한 은산분리의 포인트는 디지털 금융의 발전으로 인한 빅테크의 성장과 빅테크가 금융업 또는 유사 금융업으로 자꾸 진출해 생기는 여러 가지 비대칭 규제로 생긴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이냐, 여기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은행의 산업(비금융) 진출을 허용해 혁신적인 서비스 내놓으라고 기회를 준 거다.


애초에 은산 결합을 법으로 막았던 이유가 있었다. 그걸 고려하면 은행과 산업이 결합했을 때, 은행이 자회사에 자금을 몰아주거나 부실 자회사에 자금 공급을 해주는 일이 벌어지면 안된다. 은행에서 사고가 나면 사회 전체에 비용이 전이된다.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 이슈를 검토하면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균형을 찾아나가는 게 필요하다.

빅테크라는 경쟁자로 인해 생긴 이슈인만큼 논의가 일방적으로 은행들의 규제를 풀어주는 것에서 그치면 안된다. 빅테크의 규제로 논의가 확장돼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빅테크를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터뷰_정중호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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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할만한 해외 사례가 있나.


▲일본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금융 관련된 법제를 2017년 전면적으로 고쳤다. 그 계기가 '일본 아마존 은행' 설립설이었다. 일본은 산업자본이 금융에 들어오는 데 대한 규제가 없었다. 일본 아마존 법인이 아마존 은행을 세우겠다고 하면서 일본 금융당국이 고민하기 시작했던 거다.


일본은 빅테크가 금융회사까지 경영하게 되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법을 고쳐 규제했다. 제일 먼저 고친 게 '자금결제법'이다. 그 법에 '자금이동업'이 명시돼 있는데 전통적인 은행업무다. 간편결제사업자들이 자금이동업을 하기 시작하자 이체 등 업무에서 다룰 수 있는 자금 규모에 따라 1·2·3종으로 라이선스를 등급화했다. 3종은 소액이고, 1종은 거액도 할 수 있다. 대신에 규제 수준도 등급이 올라갈수록 세진다. 간편결제사업자들은 3종 라이선스를 받으면 된다.


일본에선 동일기능에 대해선 동일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은행만 규제를 강하게 받고, 핀테크는 금융의 틀에 들어가지 않고도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금융업(자금이체 등)을 할 수 있다. 일본의 차등화된 규율 체계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 은산분리 완화가 혁신 서비스 탄생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은행법상 은행 고유 업무 외에 은행이 할 수 있는 부수업무는 채무보증, 어음인수 같은 15개로 정해져 있다. 이게 포지티브(Positove) 시스템이다. 정부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해주면서 현재 정해져 있는 15개 외에 은행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얘기해보라고 한다. 그런데 은행들도 얼마나 구체적으로, 혹은 얼마나 추상적으로 이야기해야할지 헷갈린다. 예를 들어 "유통업을 하게 해달라"는 식으로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금융위원회가 이번에 바꾸는 은행법이 10년 간다면, 은행이 앞으로 10년 간 영위할 사업을 미리 구상하고 당국에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앞으로 세상에 어떻게 바뀔지도 모를 뿐더러 불가능한 일이다. 빅테크 같은 경우는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은행 업무를 아무리 열거해서 허용해줘도 빅테크가 할 수 있는 게 더 많다. 빅테크는 은행과 달리 규제를 안 받는 것도 문제다.


결국은 은행의 부수업무를 네거티브(Nagative) 방식으로 정해야 한다. 혁신은 '불확실성에 대한 베팅'이다. 은행이 할 수 있는 걸 몇 개 더 늘리는 식으로는 혁신에 부합할 수 없다. 은행의 건전성과 금융안정, 소비자 보호. 이 세가지 규율을 지켜나가는 선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은행이 뭘 할 수 있느냐가 은산분리의 핵심이다. 혁신 친화적이라면 뭐든지 원론적으로는 할 수 있도록 열어주고, 하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게 맞다. 그렇게 하면 지금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서비스들이 자꾸 나올 수 있을 거다.


인터뷰_정중호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인터뷰_정중호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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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 파이낸스, 펫 보험 유망
예금상품비교 온라인 플랫폼은 금융사들에게 먼저 기회줘야

- 은행들이 앞으로 어떤 혁신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까.


▲일본 은행들은 인벤토리 파이낸스(Inventory finance)라는 사업을 한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제조업체에 재고가 많이 쌓이고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긴다. 은행이 이 재고를 사들이는 거다. 해당 기업에도 현금이 생기니까 경영에 숨통이 트인다. 은행은 일정 기간 동안 재고를 보관하고 있다가 물건이 사려는 고객이 나타나면 판매한다. 그 중간에서 수수료 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이런 사업은 국가 경제 선순환에도 일조할 수 있다.


'펫코노미'(Petconomy) 사업도 유망하다. 지금 펫 보험 활성화가 잘 안되는데 첫 번째는 동물 본인 인증이 어려워서, 두 번째는 진료수가를 매기는 방식이 병원마다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소에서 설문조사를 해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한 달에 반려동물을 위해 평균 30만원까지 쓸 수 있다고 한다. 50만~100만원까지 쓸 수 있다는 답변도 많이 나온다. 정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라 모든 반려동물에게 마이크로 칩을 부착하고, 진료수가를 표준화한다면 펫 보험 규모가 커지고 은행들도 이런 사업을 할 수 있다.


- 금융위원회가 예금 등 금융상품을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도입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에서 한눈에 예금 상품을 쉽게 비교할 수 있고, 은행 간 금리 경쟁이 불붙으면 소비자에게 이로운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 온라인 플랫폼을 빅테크가 독식하면 국민들의 금융 접점은 빅테크가 되고, 고객들은 은행을 쳐다볼 일이 없어진다. 은행 입장에서는 금융소비자와 관계가 끊어지고 채널 지배력도 완전히 잃게 된다. 은행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위탁생산업체(OEM) 처지가 되는 거다. 금융상품을 만들고 온라인 플랫폼에 납품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그 대처는 은행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막아서는 안 된다. 방법은 있다. 당국이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 플랫폼을 처음 열 때 일단 금융회사들한테만 허용을 해주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비(非)금융회사에도 열어주는 거다. 그러면 기존 금융회사들이 공동으로 먼저 플랫폼을 만들려고 할테고 이 제도로 연착륙할 수 있다. 처음부터 제한 없이 모두가 들어올 수 있게 하면 빅테크가 플랫폼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도 OEM으로 전락할 은행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상품 제조는 은행이, 판매는 빅테크가 하는 식으로 제판 분리가 되면서 경쟁 구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담 = 정재형 금융부장

정리 = 심나영 기자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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