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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카메라 천국] 안경, 모자, 단추의 작은 구멍… 당신을 노린다

최종수정 2022.08.16 08:42 기사입력 2022.08.16 07:00

온·오프라인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구매 가능
카메라 관련 범죄 한 해 8000건…계속 증가
전문가들 "몰카 범죄 초범 교화 대책 시급"

16일 서울 용산 전자상가의 한 매장에 '몰래카메라'를 판매한다는 홍보문구가 걸려있다. 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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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오규민 기자] "불법 아니에요. 편하라고 작게 만든 건데요."


용산 전자상가에서 만난 카메라 판매점 직원은 엄지손가락만한 USB 모양의 카메라를 추천했다. 해당 매장에서 판매하는 초소형 카메라 중 가장 작은 크기라고 했다. 이 직원은 "렌즈가 보이지 않게 코팅 처리도 돼 있다"라면서 "외관상으로는 일반 USB와 구분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녹음도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사람 목소리까지 구분이 될 정도로 선명하게 녹음된다"라고 답했다.

불법촬영 범죄에 사용되는 카메라들은 대부분 초소형이다. 기술의 발달로 카메라의 크기는 작아지고, 영상의 화질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영상 속 피해자를 특정하기가 그만큼 쉬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용산 전자상가를 비롯한 주변에 있는 전자제품 매장들 곳곳에는 ‘몰래카메라’, ‘특수카메라’, ‘초소형카메라’ 등을 판매한다는 문구가 크게 붙어 있었다. 매장 5곳을 들러 카메라 구입 가능 여부를 물으니 ‘당연히 가능하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구입 목적을 묻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한 판매자는 "다 개인적인 이유가 있어서 사지 않겠느냐"라면서 "몰카 범죄를 위해 사는지 물어본다고 한들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겠냐"라고 반문했다.


이런 카메라를 구입하는 또 다른 방법은 온라인이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유튜브 등에서 ‘초소형 카메라’ 등을 검색하면 수많은 제품들에 대한 구입 경로는 물론 기종별 성능 비교까지 알아볼 수 있다. 카메라 종류도 단추 카메라, 안경 카메라, 벨트 카메라, 모자 카메라, 펜 카메라, 차키 카메라 등 수십 가지다. 현행법상 인증된 변형 카메라 판매를 규제할 방법도 없다. 전파법은 인체나 다른 기기에 영향을 미치는 전자파를 확인하는 것이다 보니 카메라의 크기, 형태 등을 고려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불법촬영용 카메라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카메라 관련 범죄는 한해 8000여건에 육박한다. 대부분이 성범죄에 이용되는 중대범죄임에도 검거율은 낮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7874건이 발생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4349건이 발생했다. 1년반 사이 발생한 카메라 관련 범죄만 1만2223건이다. 범죄 유형별로 따져보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반포 등)’이 지난해 5541건(70.4%), 올해 2758건(63.4%)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강요 등)’이 지난해 819건, 올해 612건으로 다음으로 많았다.

이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이 지난해 786건, 올해 366건이었으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이 지난해 627건, 올해 354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허위영상물 편집·반포 등)’이 지난해 101건, 올해 259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범죄 유형에서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 가운데 특히 허위영상물 편집·반포(널리 퍼뜨리는 행위) 등의 범죄는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의 2배 이상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범죄의 경우 검거율이 지난해 56.4%, 올해 57.9%로 60%를 훨씬 밑돌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다른 유형의 범죄들 역시 검거율이 낮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강요 등)’은 73.2%,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은 61.5%의 검거율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도 79.6%의 검거율로 80%가 채 되지 않는다.


16일 서울 용산 전자상가의 한 매장에 '몰래카메라'를 판매한다는 홍보문구가 걸려있다. 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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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반포 등)’은 86.9%의 검거율을 보여 상황이 나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강력범죄 검거율이 90%를 웃도는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2020년과 비교해도 검거율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카메라를 이용한 범죄는 그 자체가 폐쇄적으로 일어나고, 도구도 첨단화되고 있고 피해자가 자신이 카메라에 찍힌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통계보다 훨씬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의 판매와 구매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범죄 발생 시 제조자부터 구매자까지 역추적하고 국가 안보나 연구 목적 등을 위해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변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고 판매자의 판매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구매 자체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카메라 판매를 규제하는 것보다는 몰카 범죄자들에 대한 교화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식칼 등의 판매를 규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라며 "불법촬영 범죄 초범을 제대로 교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법무부 2020성범죄백서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반포 등)’ 재범율은 75%에 달한다. 이는 강간(32.3%)이나 공중밀집장소추행(61.4%), 성매수(38.2%) 등 다른 성범죄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였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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