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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더미가 집 덮쳐 살 길 막막…다들 강남역 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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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에 삶의 터전 휩쓸려간 주민들
이재민 982명 실질적 보상 쉽지 않을 듯
서울 지역 '풍수해보험' 가입률도 0.13%

지난 8일 서울시를 강타한 폭우로 인해 구룡마을에 살던 김모씨(75)는 한순간에 집을 잃게 됐다. 집이 무너지던 상황을 설명하는 김씨.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지난 8일 서울시를 강타한 폭우로 인해 구룡마을에 살던 김모씨(75)는 한순간에 집을 잃게 됐다. 집이 무너지던 상황을 설명하는 김씨.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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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공병선 기자, 오규민 기자] “무릎이 불편해 주민센터에 전화했더니 직접 물을 빼야 한다고…”


모처럼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낸 10일 서울 동작구 문창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만난 정옥순씨(59·관악구 신사동 다세대주택 반지하 거주)는 이재민들에 대한 정부 지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씨는 “8일 저녁에 물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급하게 탈출했다”면서 “주인집에서 하룻밤 지낼 수 있는 4만5000원을 지원해줬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부터 막막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서 대피소까지는 왔는데, 매트와 텐트, 담요만 있었다”라면서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지원이 나온다는 얘기도 아직까지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틀 간 폭우로 이재민 570명‥1253명 일시 대피

지난 8일부터 서울에 500mm 넘는 폭우가 내리는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한 집중호우로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마땅한 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가 주택 침수 등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도 부족하다.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11명(서울 6명·경기 3명·강원 2명), 실종 8명(서울 3명·경기 3명·강원 2명), 부상 19명(경기)으로 집계됐다. 이재민은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548세대 982명으로 늘었다. 이밖에 2042세대 4297명이 일시 대피했다.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1동에서 폭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물에 젖은 물건들을 길가에 내놓고 있다. 주민들은 물건들을 뒤적이며 쓸만한 물건은 없는지 살펴봤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1동에서 폭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물에 젖은 물건들을 길가에 내놓고 있다. 주민들은 물건들을 뒤적이며 쓸만한 물건은 없는지 살펴봤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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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문창초등학교 대피소

서울 동작구 신대방 1동에 사는 박봉철씨(61)는 “월요일 저녁에 집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해 빠져나왔더니 이미 물바다였다”라면서 “휴대전화를 두고 오는 바람에 대피하라는 소리나 대피소가 마련됐다는 얘기도 듣지 못하다 이곳(문창초)에 대피소가 마련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또 “집주인에게서 양수기를 빌려 친구, 아내와 같이 물을 빼고 물건들을 정리 중”이라며 “주민센터에 인력 요청을 했더니 1명 왔던 게 전부다”라고 토로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강홍순씨(56)는 “나도 주민센터에 인력 좀 보내달라고 했는데 순위에서 밀렸는지 아예 오지도 않았다”라면서 “구청에도 연락해 집 앞에 쌓인 폐기물들을 처리해달라고 했는데 감감무소식이라 직접 치우고 쓰레기들을 건져냈다”라고 했다.


이번 폭우로 동작구는 신대방1동 인근은 도림천이 범람하고 제방이 무너져내리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 동작구청은 군부대와 자원봉사자 등의 인력을 지원받아 임시 보수공사를 끝마치고, 피해 보상에 대해 내부적으로 협의 중인 상태다.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수재민 대피처

같은 날 강남구 개포동 구룡중학교에 마련된 구룡마을 수재민 대피처. 10일 정오를 기준으로 30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특히 산사태가 일어나 토사물이 집을 덮쳐 오갈 데가 없어진 구룡마을 3지구 주민들이 많았다. 구룡마을 주민 이한연씨(74)는 “산에서 내려온 개울물이 집까지 들어왔는데, 나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어떤 사람은 집이 폭삭 내려앉았다고 들었는데, 구청으로부터 어떤 지원이나 복구에 대한 얘기를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김재성씨(55)도 “구청장이 대피소를 찾긴 했지만, 이재민들에게 보상이라던지 하는 명확한 얘기를 하지 않고 떠났다”라면서 “강남의 다른 지역, 잘 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은 차만 침수돼도 뉴스에 막 나오더니 우리는 흙이 집을 덮치고 목숨까지 위협받았는데 관심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마을에 무허가 건물이 많아 제대로 된 보상도 받기 힘들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서울시 일대를 강타한 폭우로 인한 산사태에 구룡마을의 일부 집 지붕이 무너졌다./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지난 8일 서울시 일대를 강타한 폭우로 인한 산사태에 구룡마을의 일부 집 지붕이 무너졌다./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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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삶의 터전' 폐허로 변해 버린 구룡마을

이날 오후 취재진이 직접 찾은 구룡마을은 말 그대로 폐허였다. 지대가 낮은 지역의 집들은 모두 침수됐고, 일부 지역은 산사태가 일어나 집이 무너져내렸다. 주민 5명 정도가 각자의 집을 찾아 복구에 한창이었다. 모든 물건을 밖으로 꺼내 말리고, 집 안을 걸레로 열심히 닦고 있었다. 벽지에는 발목 높이까지 물자국이 남아있었고, 한 주민은 집에 뒀던 돈이 물에 떠내려가지는 않았는지 집안을 뒤지고 있었다. 주민 외에 수해 복구를 위한 구청이나 시청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집을 치우던 김모씨(75)는 “오후 10시께부터 집안으로 물이 들어오더니 11시께 기어이 구룡산에서 쏟아져내려온 흙이 집을 덮쳤다”면서 “미리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 깔려 죽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아직 복구 관련 이야기는 들은 것이 없다”라면서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한 직접 복구를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피해 복구 및 보상 방안 '막막'…서울지역 풍수해보험 가입률 0.13%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이지만, 보상받을 길은 막막하다. 중대본은 사유시설 가운데 주택·상가 침수는 3755동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연재해에 대해선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정액제로 지급하고 있는데, 우선 피해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야 한다. 지원금 액수도 주택 완파일 경우 1600만원, 반파일 경우 800만원, 단순 침수의 경우에는 200만원에 그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1동에서 폭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물에 젖은 물건들을 길가에 내놓고 있다. 주민들은 물건들을 뒤적이며 쓸만한 물건은 없는지 살펴봤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1동에서 폭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물에 젖은 물건들을 길가에 내놓고 있다. 주민들은 물건들을 뒤적이며 쓸만한 물건은 없는지 살펴봤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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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방법으로는 ‘풍수해보험’이 있다. 풍수해보험은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민영보험사가 운영하는 정책보험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의 최대 92%를 지원하고 있다.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주택면적 50㎡ 이하 기준)의 경우 최대 4050만 원이 보장되며, 침수될 경우 400만 원이 지급된다.


그러나 풍수해 보험의 서울 지역 가입률이 0.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번에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침수피해가 컸던 강남구와 서초구의 가입자는 66건, 87건에 불과하고, 침수로 3명의 사망자가 나온 관악구도 149건만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만난 이재민 전원이 풍수해보험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광고 등으로 풍수해보험 가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라면서 “최근 폭우가 내렸던 적이 많지 않아 풍수해 보험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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