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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재테크]공급망 재편, 무역의 판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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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중간재 문제 해소 어려워
미국의 중국 견제로 블록화 심화
공급망, 몇년간 세계경제 흔들듯

병목현상. 코로나 발생 이후 2년 동안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단어다.


병목 현상은 네 가지 형태로 진행됐다. 첫째는 에너지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석탄재고 부족이, 유럽 선진국에서는 천연가스 부족이 문제가 됐다. 친환경 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생산이 변하기 때문에 수급이 불완전하다. 이를 보완하려면 석탄과 천연가스가 필요한데, 공급이 원활치 않아 문제가 생겼다.

둘째는 중간재를 포함한 재화다. 공급 차질이 생겼던 제품의 상당수가 신흥국에서 생산된 저부가가치 상품이었다. 그래서 재화 공급난은 여러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만약 미·중 간 무역분쟁이 다시 벌어진다면 미국도 만만치 않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상상이었다. 코로나 국면을 지나면서 중국은 자국 생산품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무기임을 깨달았다. 중국이 없으면 미국이 기초적인 방역용품조차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를 들고나오는 기술 분쟁을 벌이면, 중국은 실생활과 직결된 제품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이 사태를 막으려면 미국은 자국 내에 생산 시설을 확보하든지, 중국 외 또 다른 신흥국을 찾아야 하는 데 쉬운 일이 아니다.


셋째는 물류 병목현상이다. 작년 8월 글로벌 선사들이 예정된 일정을 잘 지키는지를 보여주는 정시성 지표가 33.6%로 떨어졌다. 10년 내 최저치여서 물류 병목 현상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물류 공급난은 초과 수요 때문에 발생했다. 2018년 이후 선사들이 선박 수를 줄였다가 물동량이 갑자기 늘어나 곤란을 겪었다.


마지막은 인력이다. 저임금 일자리를 채우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재난지원금과 실업급여 확대로 저임금 근로자의 근로 의지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저축이 줄어들면 고용 시장 공급난이 완화될 걸로 보이지만, 올라간 임금은 그대로 남는다.

네 개의 병목현상 중에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게 있고, 구조를 바꿔야만 해소될 수 있는 게 있다. 인력과 물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신흥국은 코로나 약화와 함께, 미국은 비축해 놓은 저축 감소와 함께 구인난이 자연스럽게 약해질 것이다. 물류 공급난은 선박의 숫자가 조금만 늘어나도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에너지와 중간재는 다르다. 에너지 특히 석유는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석유는 탐사에서 상품화까지 10년이 넘게 걸리는 회임 기간이 긴 상품이다. 현재 유가가 과거 투자해 놓았던 부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가격이 널뛰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재화다. 앞으로 재화 공급망이 지역별로 분산될 것이다. 과거에는 중국에 큰 공장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했는데, 임금을 포함한 비용이 상승해 더 이상 글로벌 기업이 중국에 생산 시설을 둘 이유가 없어졌다. 자연히 지역별로 생산거점이 두는 분열화로 나갈 수밖에 없다.


블록화도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선두에 서 있는데, 재화 생산에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동맹국과 블록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4개국과 반도체 동맹을 맺으려 하는 것도 블록화의 한 단면이다.


공급망 재편은 앞으로 몇 년간 세계 경제를 계속 관통할 주제다. 무역의 판을 바꿀 정도로 위력적인 사안이므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종우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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