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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next]558조 미국發 '달러 쓰나미'…K-산업 뒤흔드는 '인플레감축법'

최종수정 2022.08.19 08:45 기사입력 2022.08.10 07:30

전기차, 미국 공장 생산까지 아직 시간 남아
배터리, 북미 투자 규모 향후 더 늘어날 전망
신재생에너지, 美 시장 선점한 국내 기업 수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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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오현길 기자, 정동훈 기자] 미국이 반도체에 이어 베터리와 신재생에너지까지 중국을 배제하는 방안을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2024년부터는 중국이 아닌 나라에서 배터리 소재와 부품을 조달해야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전세계 최대 80%를 장악한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을 벗어나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미국의 우선주의에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 배터리·전기차·태양광패널 등 분야에 수혜가 예상되지만 그만큼 과제도 만만치 않다. 북미 생산을 늘리면서도 중국으로부터 원자재 공급 의존도를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광물에 대한 중국의존도가 90% 이상인 한국으로서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완성차업계는 현대차와 기아는 당장 글로벌 경쟁사보다 비싼 가격으로 미국에서 경쟁에 나서야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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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높아진 ‘메이드 인 USA’ 기준…美서도 반대 목소리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7일(현지 시각) 에너지 전환의 핵심인 배터리에서 보조금 정책을 통해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구축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과시켰다. 총 4300억달러(약 558조원) 규모의 해당 법안은 미국에서 전기차를 구매할 때 정부가 제공하는 세금 공제 혜택을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에만 적용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 배터리 사용을 중단하라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먼저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890만원)의 절반을 받으려면 배터리의 핵심 자재(리튬·니켈·코발트 등)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이 비율은 2024년 40%에서 2026년 80%까지 늘어난다. 또 나머지 절반의 보조금은 배터리의 주요 부품(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의 북미 제조비율이 50%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은 2028년 100%까지 확대된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가장 중요한 완성차·배터리 업계는 소재·부품 공급망 구조를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을 맞은 것이다.

당장 미국 자동차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메이드 인 USA’만을 강조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다. GM·포드·현대차·도요타 등을 대표하는 존 보젤라 미국 자동차혁신연합 대표는 "이 기준대로 하면 현재 미국 내 72개 전기차 모델 중 70%는 보조금에서 탈락한다"며 "그 어떤 전기차도 완전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조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가 북미에서 조립돼야 하는데, 법안 발효 즉시 일부 제조사는 보조금 지원 자격을 상실한다"며 "이건 하룻밤 사이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이 신재생 에너지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너무나 큰 무리수를 뒀다"라며 "당장 미국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미국도 전기차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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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공장 2025년에나 완공되는데"…현대차·기아의 고심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은 표면적으로는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력을 급격하게 키우고 있는 중국 전기차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미국과 FTA 대상 국가이고, 한국 완성차들도 이제 미국 내 공장을 건설 할 것"이라며 "배터리 핵심 공급업체들이 미국 내 공장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맞추기 수월할 것임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기회 요인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정을 좀더 살펴보면 국내 업체의 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최종 조립을 북미에서 해야 하는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 전기차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차량은 현대차 아이오닉 5와 코나EV, 아이오닉EV다. 기아의 경우 니로 EV와 쏘울EV, EV6 등이 혜택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연내 GV70 전동화 모델을, 2024년 EV9을 현지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오닉5와 EV6의 현지 생산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전기차 생산라인의 확보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6조3000억원을 투입해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지만, 내년 상반기에나 착공해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최악의 경우 법안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조지아 공장 완공 시점까지 약 2년 반 동안 현대차·기아는 현지에서 전기차를 세제 혜택 없이 팔아야 하는 것이다. 올해 11월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제네시스 GV70 전기차 모델을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되지만, 럭셔리 모델이라 판매량을 크게 끌어 올리기도 어렵다.


내년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 7이나 EV9의 경우 미국 생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내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 한 상황이다. 현대차 단체협약을 보면 '해외공장으로의 차종이관 및 국내 생산 중인 동일 차종의 해외공장 생산계획 확정 시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기아 역시 비슷한 단협 조항을 가지고 있다. 현재 올 임단협을 진행 중인 기아 노조는 해외투자를 철회하고, 국내공장 투자를 확대하라며 이날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중국에 너무 의존적이었던 전기차 주요 부품의 다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중국의 공급망을 벗어나기 위해 캐나다·호주 등과 오래전부터 논의를 이어왔다"며 "중국에 너무 의존하다가는 중국에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 기회에 공급망을 다변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교수는 "미국 자동차 노조 등에서 이번 법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정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며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미국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미국 내 반발 세력을 이용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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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반사익 기대감…"공급망 다각화해야"

국내 배터리 업계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수혜가 기대된다. 북미 지역에 그동안 확보한 생산설비를 더욱 늘리면서 미 정부의 자금지원까지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현지에서 배터리 3사에 대한 파트너십 러브콜이 이어지면 북미 투자 규모는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핵심은 2024년 12월 31일 이후 출시·등록되는 차량의 배터리에 포함된 특정광물이 해외 우려국가에서 추출되거나 제조되거나 재활용 되는 경우는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미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던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지만 국내 배터리 3사는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북미에서만 연산 1245GWh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GM과 스텔란티스 합작법인이 215GWh로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차고 있다.


SK온도 미국 조지아주에 총 3조 원을 들여 2개 공장을 확보하는 등 북미 시장에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포드와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를 출범하고 테네시와 켄터키주에서 총 129GWh 규모 합작 생산공장을 2025년~2026년 차례로 가동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통해 31억달러(4조500억원)를 투자해 2025년 연간 23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해당 공장은 향후 33GWh로 증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중국으로 부터 공급망을 독립해야 하는 과제에도 직면하게 됐다. 현재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산 원자재의 의존도를 줄이면서, 제3 국가로 부터 직접 원자재를 수급하려면 그만큼 비용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자칫 현재 진행중인 중국과 협업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2024년까지 중국산 원자재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세제혜택으로 인한 전기차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중국 원자재·중간재 의존도는 압도적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차전지 완제품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92.3%나 됐고 음극제(85.3%)와 반제품(78.2%), 양극재(72.5%), 분리막(54.8%)도 50%를 상회하고 있다. 다만, 국내 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하고 우리나라로 공급하는 비중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터리 업체들의 북미 진출은 속도를 더하고 있어 중국산 원자재의 수입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자국 배터리 공급망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2030년까지 대부분 공급망이 중국에 잔류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지속가능한 투자 촉진과 지식공유를 위해 생산국과 소비국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중국과 협력 관계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소재나 원료 분야에서 아직 경쟁력이 취약한데 대표적인 예로 배터리 전구체의 90% 이상을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향후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경우 양국 기업 간 갈등까지 불거질 수도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장쑤성 난징시에 생산공장을 확보한데 이어 중국 화유코발트와 배터리 재활용 합작사 설립 추진중이다. 원자재는 물론 배터리 리사이클도 중국과 협력을 늘리는 추세다. SK온도 창저우, 후이저우, 옌청에 4개 배터리 생산거점을 확보, 생산능력은 77GWh에 달할 전망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반사이익 얻으려면 공급망 다각화를 선제적으로 갖출 필요가 있다"며 "고객사를 다양하게 확보하면서도 현지를 포함해 제3국에서 원자재 등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그에 맞춰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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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감축법·공급망 재편 맞물려 태양광 호기 맞는 韓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으로 국내 태양광·풍력 업체들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현지에서의 생산을 늘리려는 법안의 취지에 따라 미국 시장을 선점한 국내 태양광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태양광 모듈 1위 기업인 한화솔루션이 대표적이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에 연산 1.7GW 규모 태양광 모듈 공장을 갖고 있다. 내년 2분기부터는 1.4GW 규모 공장을 추가로 가동하게 된다. 한화솔루션은 유럽에서도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을 확대한다. 한화솔루션의 유럽 에너지 사업 자회사 큐에너지(Q Energy)는 독일의 태양광 개발전문회사 엔비리아(ENVIRIA)와 함께 500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수혜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올해 2분기(연결 기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6% 증가한 1조234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52억원으로 7분기만에 흑자 전환했다. 태양광 모듈 제조·판매 기업인 현대에너지솔루션도 2분기 매출액이 2640억원으로 80.5% 늘었고 영업이익은 237억원으로 719.1% 급증했다. 태양광 패널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 에너지솔루션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1400억원, 50억원으로 적자 상황을 벗어났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법안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단기간에 극적으로 떨어뜨리지는 않겠지만 법안의 다른 요소들과 함께 미국 정부가 적자를 축소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여 경기 침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같은 친환경 인프라 투자가 중국과의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배터리와 태양광 등 친환경 산업의 가치사슬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원자재 채굴부터 가공, 완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대부분의 공정에 규모의 경제를 이룬 상태다. 미국이 친환경 인프라에 대대적인 투자가 본격화되면 현재 상태로는 중국 기업의 수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만해도, 중국 태양광 기업의 물량공세에 밀려 가치사슬이 무너져있다는 것은 우려되는 점이다. 폴리실리콘 생산 설비의 40%가 중국의 신장자치구에 집중돼 있고 잉곳(금속 또는 합금을 한번 녹인 다음 주형에 흘려넣어 굳힌 것)과 웨이퍼(집적 회로 제작을 위한 태양광 전지에 사용되는 반도체 소재의 얇은 조각)의 경우 상위 10개 중국 기업이 전체 시장의 98%를 장악하고 있다.


차세대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의윤 무협 수석연구원은 "저전력, 저단가 웨이퍼·잉곳 제조를 위한 정부 지원책 시급하다"며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국산용 태양광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셀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65%였다. 국산은 22%에 그쳤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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