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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연못 익사’ 중대재해법 적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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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해저드 익사…'공중이용시설' 해당 여부가 핵심
“관리 책임 vs 이용자 부주의 명확히 따져야”

연못에 빠진 골프장 이용객을 구조하는 119구조대 (사진제공=순천소방서)

연못에 빠진 골프장 이용객을 구조하는 119구조대 (사진제공=순천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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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골프 코스 안에 있는 연못에서 공을 주우려다 물에 빠진다면 부주의한 이용객의 잘못일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골프장의 책임일까. 최근 골프장 이용객이 워터 해저드에 빠져 숨진 사고를 두고 경찰이 골프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전남 순천시의 한 골프장에서 50대 여성 이용객이 수심 3~4m의 워터 해저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전남경찰청은 이달 7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사고 당시 경기를 보조했던 캐디 A씨를 입건하고, 골프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처벌의 무게가 달라지는 만큼 경찰의 방침이 실제 혐의 적용까지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그간 골프장에서 사망사고가 벌어지면 책임자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는데, 이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훨씬 가중된다.


골프장 연못, 과연 ‘공중이용시설’로 볼 수 있을까

올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를 비롯한 중대재해 발생 시 위험방지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자 등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주된 골자다. 이를 이번 사고에 적용하기 위해선 ‘중대시민재해’라는 개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져야 하는데, 이때 골프 코스라는 장소가 ‘공중이용시설’로 분류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공중이용시설'은 다수가 이용하면서, 이용자의 건강이나 공중위생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물 또는 시설을 뜻한다. 경찰은 골프장 역시 이 같은 조건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법 적용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명확히 조건에 부합하는 클럽하우스와 달리 필드나 그 안에 있는 연못 등은 건축물로 보기엔 다소 모호하기 때문이다.

처벌 무거운 法… 적용 범주 확대되면 어쩌나

이번 익사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첫 중대시민재해 사례가 된다. 업계에선 이를 계기로 골프장 내 다양한 사건·사고로 법 적용이 확대되면 골프장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뒤에서 친 공에 맞는 타구 사고나 카트 전복처럼 빈번하게 발생하면서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사고들이 대표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관점에서 보면 이용객의 실수로 발생하는 타구 사고가 아니라 코스 설계에 특별한 하자가 있어 사고의 빈도가 높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카트 사고 역시 캐디의 운전 미숙이 원인이라면 무관하지만, 운행 코스가 불안정하거나 굴곡 또는 장애물 등으로 차량의 전복 위험이 현저히 높았다면 설계·관리상 하자로 볼 여지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골프장마다 면책 사유를 챙기기 위한 궁여지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경기도의 한 골프장은 안전수칙이 담긴 안내문을 이용객에게 나눠준 뒤 이를 확인했다는 서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내’수준의 조치로 안전의무를 다했다고 인정받긴 어려운 탓에 시설 구비와 인력 보강에 대한 골프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논란 많고 파급효과 커… 법 적용 신중해야”

양승철 법무법인 해담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골프 코스 내 연못은 기능적인 측면에 더불어 조경의 역할도 고려할 텐데 이를 고의적인 안전 의무 소홀로 보고 형사 책임을 묻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워터 해저드에 위험을 알리는 안내판을 세우거나 펜스를 두를 순 있겠지만, 이 정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까지 고려하는 건 법의 제정 취지에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 형사사건에선 무과실 책임을 인정하는 사례가 거의 없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행위가 아닌 관리·운영만으로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계속 지적돼 왔다”며 “(익사 사고가 벌어진) 골프장을 공중이용시설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법의 적용 범위를 계속 확장하긴 곤란하지 않느냐는 여론도 고려해서 골프장의 관리 부실인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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