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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 정책에, 민감한 현안엔 두루뭉술…공공기관 개혁 '시늉'만 하다 끝나나

최종수정 2022.08.05 14:18 기사입력 2022.08.05 11:27

추경호, "비효율·방만경영 용납 않고 뼈 깎는 혁신 추진한다"더니
2023년 정원 감축 방안에도 '원칙적' 단서 붙여…노조 반발 의식, 개혁 의지 낮아
그나마 쉬운 공공부문 개혁 나섰지만, 이마저도 시늉만 하다 끝날 듯
"정부 정책에 공기업 이용 안돼…지분 매각해 민간 감시 기능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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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이 지난 2013년 발표한 대책의 '재탕' 수준에 그치면서 벌써부터 공공기관 개혁이 실패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정부가 먼저 구조조정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 재무상황을 악화시킨 본질적인 원인에 눈을 감았다는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개혁 대상에 오른 연금·노동·교육·공공 부문 중 그나마 손쉬운 공공부문부터 건드렸지만 이마저도 시늉만 하다가 끝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인위적 구조조정, 민영화는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2023년도 정원 감축 방안도 담겼지만 '원칙적'이란 단서가 붙었다.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많은 만큼 논란의 여지가 큰 민영화 공론화는 제외하더라도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도 일축해 민감한 현안에는 아예 발을 뺐다는 평가다.

여기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 대부분 2013년 이미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판박이다. 재무위험기관 선정, 불요불급·부실자산 매각, 민간 경합·비핵심 기능 조정, 과도한 복리후생 점검, 비용 효율화 등 사실상 대부분이 9년 전 대책에 포함됐다. "공공기관 비효율과 방만경영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 "뼈를 깎는 강도 높은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치고는 대책에 힘이 빠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공기관은 이전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히 비대해졌다. 인력은 2017년 5월 33만4000명에서 올해 5월 기준 44만9000명으로 34.4%(11만5000명) 증가했다. 부채는 2016년 말 499조4000억원에서 2021년 말 583조원으로 16.7%(83조6000억원) 불어났다. 특히 이전 정부에선 모든 공공기관이 일자리 만들기 창구로 동원되면서 정규직 전환 등 비용 부담이 급증했다. 여기에 에너지 공기업은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전환 등 정부 정책을 적극 뒷받침하면서 재무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공언했지만 인원 감축 등 고통을 수반하고, 노조 반발을 부를 수 있는 개혁 작업은 추진하지 않아 사실상 개혁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공공기관의 재무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이유를 정부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늬만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4대강 사업, 자원외교, 일자리 정책, 탈원전 등 역대 정부 모두 공공기관을 정부 정책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회사채 발행 한도가 턱밑까지 차 오른 한국전력의 경우 이전 정부에서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을 대폭 떠안으면서 부채가 크게 악화됐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기관을 개혁한다고 하지만 정작 공기업이 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문제의 본질은 보지 않고 있다"며 "진단이 잘못 됐는데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겠느냐"고 꼬집었다.

2017년 12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재무지표 비중을 축소하고 일자리 등 사회적 가치 배점을 대폭 높인 것도 바로 현재 공공기관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기재부였다. 지난 6월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추 부총리가 공공기관 개혁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자 다른 부처 장관이 "수년 전에 내놓은 대책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발언하며 회의장 분위기가 술렁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보장하고, 민간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공공 서비스 요금을 현실화하는 한편 근본적으로 공공기관 지분 일부를 매각해 시장 감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와 함께 공공요금 현실화를 통해 수익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기관을 정부 정책 실현 창구로 무리하게 이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부가 과반이 넘지 않는 수준에서 지분을 매각해 민간 감시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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