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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적들⑪] “벚꽃이 서울에서는 안 질 것 같습니까”

최종수정 2022.07.04 08:40 기사입력 2022.07.04 06:00

"벚꽃이 남쪽부터 진다는데, 서울에서는 안 질 것 같습니까. 서울도 집니다"


전국 4년제 대학 단체인 대교협 회장을 맡은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대학의 현실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지방대부터 시작된 위기는 한국 고등교육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가파른 학령인구 감소세와 나날이 심각해지는 신입생 충원난, 정원 감축 중심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대학들이 처한 현실은 위태롭다.<관련기사> '개혁의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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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해왔다. 대학 입학정원은 2003년 65만명에서 2021년 47만명으로 감소했다. 학령인구 감소 폭은 예상보다 더 크고, 속도도 더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고등교육연구소에 따르면 학령인구는 2020년 51만명에서 2024년에는 43만명, 2040년에는 28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대학입학정원은 7만1000여명 가량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21년 기준 정원(47만2496명)을 유지할 경우 미충원 규모는 지난해(4만명)보다 2배 늘어난 8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만명 미달 사태로 지방 사립대 곳곳에서 총장들이 정원 미달에 책임지고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향후 몇년 간 이런 모습들이 곳곳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94.9%였다. 지방대는 92.3%로 이보다 더 심각하다. 박맹수 원광대 총장은 "과거에는 수도권을 넘볼 수 없었던 등급의 학생들마저도 수도권으로 몰려가고 있다. 지방과 지방대는 고사 직전"이라고 한탄했다.


◆20년 대학구조조정 실패史

20년 넘게 정부는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초점은 학령인구 감소 대응에 맞춰져있었다. 고등교육 시스템 개혁이 아닌 정원감축 중심, 부실대학 퇴출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대학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역대 정부는 구조조정 정책을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감축을 달성한 대학에만 재정을 지원해왔고, 대학들은 ‘평가’에 목을 맬 수 밖에 없었다. 노무현 정부는 대학 정원 7만1000여명을 줄였고, 이명박 정부는 3만6000여명, 박근혜 정부는 6만600여명을 줄였다. 문재인 정부는 강제적인 정원감축 대신 자율 감축을 추진해왔는데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등을 통해 하위대학에 정원 감축을 권고하는 정책을 폈음에도 감축 규모는 1만2000명에 그쳤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5개 권역을 나눠 대학들이 감축할 정원 목표를 제출하도록 했다. 대학이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인 ‘유지충원율’을 제출하면 2023년부터 적정규모화를 권고하는 방식이다. 자율이라는 형식을 갖췄지만 정원 감축 중심의 구조조정 정책이라는 큰 틀은 여전하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이 대학혁신사업 지원금을 얻으려면 정원감축이라는 칼을 빼들어야 한다. 최근 한국외대가 용인캠퍼스 학과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경남대는 정치학과·경찰학과를 통합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교피아’ 교육부의 복지부동

교육부는 ‘규제부처’로 철저히 갑의 시선으로 대학들을 대한다. 대학 규제 개혁에 소홀한 점 뿐 아니라 폐교가 시급한 대학들마저 방치하고 있다. 교피아(교육부와 마피아를 합친 말)들이 퇴직 후 사립대에 재취업해 요직을 차지하면서 감사를 막는 사건도 있었다. 사립대의 감사는 필요할 때만 실시하고 있어 대학 감시 도구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교수노조는 2020년 말 김포대, 경성대, 경주대, 상지대, 중부대, 두원공대, 청암대 등 사학문제에 대한 감사 요청을 무시하고 있다며 교육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제한대학이라는 제도를 통해 부실대학을 추려내 국가장학금 지원과 학자금 대출 제한 등의 불이익을 주고 있지만 비리 대학 퇴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경북 소재 한 대학은 2013년부터 8년 연속 재정지원사업 참가를 제한받았고 교원들이 이탈해 현재 30명 남짓한 교수들만 남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학생이 한명만 있어도 법인은 끝까지 운영하려고 한다. 오히려 해당 대학이 퇴출되면 학생들은 반길것"이라며 "교수나 교원, 부지 문제 해결을 위한 퇴로 모색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한계대학 퇴로 찾기 지원해야

구조조정과 함께 퇴출이 시급한 한계대학들이 자발적으로 퇴로를 찾을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학교재산 처분을 지원하고 용도변경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꼽힌다.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재정 투자를 효율화하고 갑작스러운 폐교에 선제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산 사유를 확대하고 잔여재산 귀속자를 지정해 잔여재산 처분 제한을 현행보다 완화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가 기본재산 중 학교교육에 쓴 재산 매입을 지원하고, 해산하는 학교법인의 재산 매입기금을 조성하는 재원을 마련하거나 구조조정 지원 주관기구 설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법인을 보호하는 법 조항이 많고, 재정지원제한대학 등을 발표해도 학생들이 입학하기 때문에 폐교를 시키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며 "설립자 입장에서 대학을 갖고있는 것보다 청산하는 게 유리하다고 인식하게끔 해야 한다.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학교 기본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 재산가액의 10~20% 가량을 돌려주는 방안, 그리고 매각 후 세금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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