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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겸손한 브레인스토밍 통해 고인플레 위기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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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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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은 역사가 반복된다고 말하고 민스키 같은 학자는 금융위기는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문제는 위기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모순된 말들이 왜 공존하고 있을까? 여기에는 인간의 지적능력 한계 및 제한적 합리성이 작동하는 듯하다. 인간은 자연의 질서를 전부 알 수는 없으며 설령 많은 정보가 있더라도 이를 적절히 처리할 능력이나 에너지가 부족하다. 처리할 에너지가 있더라도 적으로부터 공격받을 때 대항할 힘을 남겨두기 위해 그냥 리더의 판단을 믿고 따르는 진화과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일부 경기순환 연구자들은 현재의 경기상황은 다양한 형태의 사이클(또는 순환변동)이 결합된 결과라고 본다. 50년 이상의 긴 사이클은 기술진보 등과 관련이 있다. 10∼30년 주기로 반복되는 금융위기는 사람들의 기억력과 관계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위기의 고통을 망각할 때쯤 과도한 낙관주의가 형성되며 위기를 맞이한다. 10년 이내의 사이클은 기업의 투자 행태와 4∼5년 주기의 순환변동은 선거와 연관이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 세상이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순환변동이 동시에 결합해 나타나는 전체적인 경기순환을 누가 정확히 예측해 낼 수 있겠는가? 슈퍼컴퓨터에 기반해 인간이 축적한 지식을 모두 활용하는 인공지능일지라도, 아직까지 모르는 순환변동 때문에 정확한 예측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하물며 경제분석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일반 경제주체들은 어떠할 것인가? 이들은 경제 석학이나 정책당국자의 판단에 맡기거나 최고 지도자의 말을 믿고 경제활동을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미국 연준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고 경기침체 우려가 점차 높아지며 금융시장은 불안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내로라하는 경제 석학과 정책당국자들은 이번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 예상했고 일반인들은 이들의 예측을 믿었다. 그 예측은 빗나갔고 그 결과는 금융시장의 혼란과 많은 사람들의 고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우리는 2차 세계대전,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경험하며 재정지출과 통화량이 크게 늘어나고 공급측 충격이 가세하면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수십년 만의 고인플레이션 현상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그것은 예상치 못한 공급측 충격이 연속해서 발생한 데 기인할 수도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돈이 풀렸음에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았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세계적인 석학과 정책당국자가 지적오만에 빠져 겸손함을 잃어버리고 예측에 너무 과감했을 수도 있다.

많은 경제주체들이 불안해하는 이 순간 경제전문가와 정책당국들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해 낼 수 있을까? 사실 그간의 실수로 훼손된 신뢰 회복이 가장 우선인데 이는 최선을 다해 학습하고 분석해 늦지않게, 그렇지만 단호하게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자세를 가질 때 가능하다. 즉 겸손한 정책당국 수장과 전문가들이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 시행하고 일반 경제주체들은 이들의 판단을 신뢰하고 따를 때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고인플레이션 위기는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최선의 전망을 도출하고 과감한 정책대응을 추진함으로써 민간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제어할 때 극복될 수 있다는 말이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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