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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줄이자 지출도 줄어…한 달 만에 54만원 아꼈다[금주 다이어리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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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7주차
술 마시면 제어 안 되는 충동…계산대 앞에서 카드 꺼내게 만들어
금주 전 한 달 동안 127만원 가까이 지출…술 끊자 70만원대로
택시·숙취음료·해장국 등 부대비용도 줄어

술을 줄이자 지출도 줄어…한 달 만에 54만원 아꼈다[금주 다이어리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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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얼마 긁었지?" 술 먹은 다음 날,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휴대폰을 찾습니다. 어제 얼마를 썼는지 도통 감에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OO포차 5만원' 'OO맥주 2만원' 'OO순대국 1만원'…두 시간 간격으로 카드사로부터 날아온 내역을 보며 후회합니다. 친구들에게 정산을 요청하니 입을 모아 말합니다. "어제 신나서 너가 산다며?"


술을 마시면 당연히 지출이 늘어납니다. 돈을 내는 대신 기분이 좋아진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술에 지불합니다. 다만 예상을 벗어나는 만큼 지출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술을 마시면 우리 뇌에서 충동성을 억제하는 기관인 전두엽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알코올은 전두엽의 기능 중 하나인 논리적인 판단도 흐리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 계산대 앞에서 객기를 부리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술에 얼마나 돈을 쓸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주류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출고된 주류는 8조7995억원에 달합니다.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됩니다. 거리두기 이후 사람들이 더욱 술집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 4월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한 후 4월18~24일 동안 주점에서의 카드결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3% 증가했습니다.


술 끊자 줄어드는 지출…부대비용도 자연스레 아꼈다

술을 끊으면 정말 지출이 눈에 띄게 개선될까요? 사실 금주를 시작할 당시 주변 반응은 그렇게 탐탁치 않았습니다. "어차피 사람은 쓰는 만큼 쓴다" "술 대신 다른 것에 손 댄다" 등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래서 술을 끊은 5월20일 전 한 달 동안(4월20일~5월19일)과 이후 한 달 동안(5월20일~6월19일) 제가 사용한 소비 내역을 직접 따져봤습니다.


술을 줄이자 지출도 줄어…한 달 만에 54만원 아꼈다[금주 다이어리⑤] 원본보기 아이콘

먼저 4월20일~5월19일 지출 현황입니다. 이 기간 동안 무려 127만원 가까이 소비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여러 사람을 만난 영향도 있겠지만, 그래도 돈을 너무 많이 쓴 것 같아 후회됐습니다. 이 시기에 음주에만 쓴 40만1600원을 지출했습니다. 전체 지출 금액 가운데 약 31%가량을 술 마시는 데 쓴 셈이죠. 음주 1회당 평균 3만3467원가량을 썼습니다. 음주 횟수는 12회에 불과하지만 제 돈이 나가지 않는 회식이나 술을 얻어먹은 경우까지 합치면 20회 가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술을 줄이자 지출도 줄어…한 달 만에 54만원 아꼈다[금주 다이어리⑤] 원본보기 아이콘

다음은 5월20일~6월19일 지출 현황입니다. 이 기간 동안 지출한 돈은 72만1690원으로 전 기간 대비 54만8292원이나 줄었습니다. 이전에 음주에 쓴 돈 40만1600원보다도 15만원 가까이 돈을 더 아낀 셈입니다. 술을 마시면서 생기는 부대비용도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4월20일~5월19일 동안 제가 업무를 제외하고 택시를 탄 횟수는 총 3회, 택시비는 3만6400원을 사용했습니다. 막차를 놓쳤거나 도저히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수 없었거나 아니면 충동적으로 택시를 탔었습니다. 반대로 5월20일~6월19일 동안엔 택시를 단 한 번 탔습니다. 소요된 택시비도 1만700원에 불과합니다. 물론 2만5700원밖에 차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돈이 1년으로 늘어난다면 약 30만원, 10년으로 늘어나면 300만원입니다. 누구나 힘들게 돈 벌고 있는 직장인들에겐 꽤 큰 돈입니다.


이외 집계하기 어렵지만 술을 마시면 버릇처럼 구매하던 편의점 도시락과 빵, 우유도 있습니다. 술에 취하면 괜히 탄수화물이 먹고 싶더군요. 아울러 숙취 해소 음료, 해장국 등도 먹지 않으면서 돈을 아꼈습니다.


그렇다고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을 멀리하고 집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5월20일~6월19일 동안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카페에 간 횟수는 총 11회, 사용한 비용은 총 8만8100원입니다. 4월20일~5월19일엔 카페에 7회 가고 4만500원밖에 쓰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을 카페에서 만나고 다른 사람의 음료까지 산 경우도 많았습니다.


술을 줄이니 지출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물론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지만 건강을 잃어가는 동시에 비어가는 '텅장'을 볼 때마다 뭔가 씁쓸하고 불안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술을 줄이면서 건강도 되찾고 텅장도 꽉 찬 통장으로 만들어가는 건 어떨까요?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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