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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마이다스의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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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연 미래에셋증권 갤러리아WM 상무. [사진 =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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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으로 유명한 가마솥 국밥집이 TV에 나왔다. 나도 몇 번 가 본 곳이라 친근하게 느껴질 때였다. 리포터의 눈에 띈 건 가마솥 옆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였다. 반쯤 닳아 없어진 바가지를 집어 들며 주인 할머니와 음식점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을 때, ‘사라진 플라스틱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생태 독성학을 연구하는 안윤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매주 신용카드 한 장 혹은 볼펜 한 자루의 분량으로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고. 처음에는 과장이 심하거나 잘못된 연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쯤 지난 지금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의 충격 속에 살고 있다.

어미 앨버트로스가 새끼에게 플라스틱 조각이 먹이인 줄 알고 물어다줘서 어린 앨버트로스 뱃속에 플라스틱 조각들이 가득 차 죽은 사진들이 유명하다. 필리핀이나 브라질 등에서 비가 내린 다음날 강으로 떠 내려온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 때문이다. 바다에는 한반도보다 몇 배나 넓은 플라스틱 섬이 적지 않고 플라스틱은 점점 작게 부서져 해양 동물의 몸속에 축적된다. 우리가 먹는 생선류뿐만 아니라 어패류 속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다.


우유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될 정도다.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수병 속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우리의 배설물 속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된 후 이제 아이들 혈액 속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딕 베타악 교수팀은 성인 혈액 샘플의 절반에서 음료수 병의 성분인 페트(PET)성분이, 3분의 1에서는 일회용 포장 용기 성분인 폴리스티렌(PS)이 나왔다고 밝혔다. 혈액 샘플 4분의 1에서는 포장용 랩 성분인 폴리에틸렌(PE)이 나왔다고 한다. 물론 상당수는 혼합돼 검출됐다.

피부를 통과해 들어온 혈액 속 나노 크기의 플라스틱은 결국 간이나 폐 같은 장기에 축적될 게 뻔하다. 음전하를 띤 미세 플라스틱들이 뇌에 주는 영향은 코로나19 보다 위험할 수박에 없다.


아침에 마시는 페트병 속 물은 물론 정수기 필터에도 플라스틱이 있다. 옷, 가방, 의자, 사무실 용품, 마스크, 카펫, 잠자리 이불솜 등 손이 가는 모든 것들 플라스틱으로 변하고 있다.


상아 재질의 당구공을 대체하려고 시작된 현대의 연금술로 플라스틱이 만들어졌다. 금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금 이상의 경제적 효용을 얻었다. 만지는 것마다 금으로 변해 버려 먹는 건 물론 사랑하는 딸마저 금덩이로 변하게 한 마이다스(Midas)처럼 모든 것이 플라스틱으로 변해가고 있다.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의 위협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처음 코로나19를 맞닥뜨린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제 마스크 대란 때 느낀 경각심의 100분의 1이라도 플라스틱에 쏟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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