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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자이언트 스텝'…"플라자합의 이후 이런 통화개입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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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지속에 각국 대응 나서
멕시코, 금리 0.75%P 인상
노르웨이는 0.5%P 올리는 빅스텝
물가상승률 60% 아르헨티나, 3%P 올려 금리 52%
너도 나도 '자이언트 스텝'…"플라자합의 이후 이런 통화개입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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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빅스텝 아니면 자이언트 스텝’.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빠르게 걷느냐, 아니면 껑충 뛰느냐 정도의 차이다. 1985년 9월 플라자합의 이후 이처럼 노골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환율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고물가·환율급등 우려에 ‘자이언트 스텝’= 23일(현지시간) 멕시코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7%에서 7.7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 같은 ‘자이언트 스텝’은 멕시코가 물가목표제를 도입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통화정책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같은날 오전 발표된 6월 전반기 기준 현지 물가상승률은 연 7.88%에 달해 21년만에 최고수준으로 치솟았다.

노르웨이 중앙은행 역시 같은날 금리를 0.75%에서 1.25%로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결정했다. 이 같은 인상폭은 2002년 이후 20년만에 처음이다. 노르웨이도 4월 물가 상승률이 5.4%에 달하며 13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다 볼든 바케 노르웨이 중앙은행 총재는 "더 가파른 금리인상이 높은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줄일 것"이라고 말하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영국은 기준금리를 1.25%로 2009년 초(1.5%)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였고, 스위스 역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 이튿날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해 2015년 이후 7년 간 -0.75%로 유지했던 금리를 -0.25%로 올렸다. 스위스가 금리를 인상한 것은 2007년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9일 기준금리를 7월에 0.25%포인트 인상하고, 9월에도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가상승률이 60%에 달하는 아르헨티나는 기준금리를 49%에서 52%로 한꺼번에 3%포인트 올렸다. 여섯 차례 연속 금리 인상으로, 현 금리는 전 세계에서 아프리카 짐바브웨(80%)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달러 강세를 유발, 수입 물가를 상승시키고 자국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강달러는 신흥국의 자본 유출로 이어져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어서 각국 중앙은행들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통화 긴축 행보가 실업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물가 안정에 대한 Fed의 약속이 "무조건적(unconditional)"이라고 밝혔다. 그는 "긴 시간 동안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은 적이 없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며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통화 정책을 추진하며 경제가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고 어려움도 토로했다.


미국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1994년 클린턴 행정부 이후 25년 만이다. 6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미국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1994년 클린턴 행정부 이후 25년 만이다. 6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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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이후 이런 전쟁 없었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최근의 모습은 약 37년 전 이후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다. 1985년 당시 미국 달러 가치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잇딴 금리 인상에 힘입어 치솟았고, 영국 파운드와 비교해 최고 수준에 도달했었다.


행정부는 이를 두고 ‘강한 미국 경제’의 상징이라며 찬사를 보냈지만, 곧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제조기업들로부터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중장비 제조기업 캐터필라의 리 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달러 강세로 수백개의 미국 기업이 일본 경쟁업체에 연간 수십억달러 어치 국제주문을 빼앗기고 있다고 추정했다.


같은 해 9월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등 5개국(G5) 재무장관들은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여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일본 엔과 독일 마르크 대비 절하시키기로 합의한다. 이후 엔화와 마르크화는 달러화 대비 각각 65%, 57% 절상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플라자 합의 이후 명시적으로 각국 정부가 통화가치에 개입한 적은 없었다"면서 2010년 스위스와 일본 등 일부 국가의 통화약세를 겨냥해 ‘화폐 전쟁(currency war)’이라는 표현을 썼던 브라질 귀도 만테가 재무장관의 2010년 발언을 언급, "통화 긴장이 신흥시장과 선진국 경제 사이의 균열을 심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승자없는 ‘제로섬 게임’ = 통신은 이 같은 각국의 화폐전쟁 양상을 ‘위험한 게임’, 승자가 없는 ‘제로섬 게임’ 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의 부담이 결과적으로 일부 수출 기업들에 전가되며 기업들의 성장을 마비 시키고, 수출 비중이 높은 개발도상국의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프리 프랭클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개발도상국, 특히 아르헨티나와 터키와 같은 수출국이 가장 취약한 상황이라고 봤다. 그는 "많은 신흥 경제국이 자국 통화보다 달러로 표시된 부채가 더 많다"로 설명했다.


반면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불분명하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은행(FRB)에서 일했던 나단 시츠 시티그룹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인 이른바 통과율(pass-through rate)이 미미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다만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는 기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기존 분석대로라면 달러 가치 10% 상승은 인플레이션의 0.5%포인트 완화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직 미 재무부 관리이자 영국 싱크탱크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의 고문인 마크소벨은 "환율을 목표로 하는 정책은 매우 변덕스럽고 성과가 없는 일"이라면서 "정책에 대한 시장 반응을 예측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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