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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기업 사모펀드 지분 10년 새 7%p ↑…"경영권 방어 비상"

최종수정 2022.06.22 11:15 기사입력 2022.06.22 11:00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발표
2011년 14.4%→2021년 21.6%

소버린→SK 엘리엇→현대차 공격 등
행동주의펀드 경영권 침범 후 '먹튀'

"차등의결권 등 오너 방어권 지원
'기울어진 운동장' 극복 도와야"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노렸던 미국계 행동주의 사모펀드 엘리엇의 폴 싱어 창업주.(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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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헤지펀드 소버린 펀드는 2003년 4월 SK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의 주식 14.99%를 사들였다. 이후 감사위원 선출시 3%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도록 미리 5개 자회사에 2.99%씩 지분을 뿌리는 '지분 쪼개기'를 했다. 그러면서 기존 경영진 퇴진과 부실계열사 지원 반대, 배당 확대 같은 요구를 쏟아냈다. SK그룹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약 1조원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2년 뒤 소버린은 투자액의 5배인 9459억원을 주식매매차익과 배당금으로 거둬들이고 철수했다. 소위 '먹튀'를 한 것이다.

#미국계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 등을 공격했다. 특히 현대차 그룹에 대해선 지배구조와 배당 등을 문제삼으며 2019년 초 주당 2만1967원의 배당을 요구하는 등 주주제안을 했다. 기말배당금 5조8000억원, 배당성향 387% 수준으로, 현대차의 2018년 순이익 1조6450억원의 3배를 웃도는 무리한 요구였다. 투자자들은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지만 일대 혼란을 피할 수는 없었다. 국내에서도 KCGI 같은 행동주의 펀드가 생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자산 100대 기업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들의 지분 변동.(자료=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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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에 10년 전보다 자산 100대 기업에 대한 사모펀드 지분은 7%포인트 이상 높아진 반면 오너 지분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중에서도 배당이나 지배구조 개편 같은 무리한 요구를 한 뒤 차액실현을 하는 행동주의 펀드 등이 대거 섞여 있는 상황에서 기업 오너 경영권 방어 수단은 부실한 만큼 '차등의결권' 도입 같은 조속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전경련이 이날 발표한 '2011년 대비 2021년 자산 100대 기업 주요주주 지분 변동 조사'에 따르면 자산 100대 기업 지분 5% 이상을 들고 있는 주요 주주 중 사모펀드 지분율은 2011년 평균 14.4%에서 지난해 21.6%로 7.2%p 높아졌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기금 1.3%p 상승(7.4%→8.7%), 오너 0.4% 하락(43.2%→42.8%)과 비교하면 사모펀드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커졌다.

2011년-2021년 최대주주 평균지분 변동.(자료=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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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은 정부가 자본시장법, 상법 등을 바꿔가며 사모펀드, 국민연금 등 이해관계자의 기업경영 참여를 촉진시키는 과정에서 사모펀드 등의 지분이 늘어 기업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0년간 조사한 기업 100곳 중 경영권이 바뀐 기업 10곳 중 롯데손해보험 , 유안타증권 , 대우건설 , SK증권 등 4곳을 사모펀드가 인수했다.


문제는 사모펀드가 재무적 투자자로서 투자 초기엔 경영자에게 우호적이다가 이후 주주 간 계약을 빌미로 경영권을 위협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벌어진 교보생명과 어피니티컨소시움의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 입장에선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금융계열사 매각 시 인수를 해준다거나 일시적 유동성 위기 극복에 필요한 자금을 수혈해주는 사모펀드의 순기능보다 경영권 찬탈 리스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대주주가 바뀐 기업들.(자료=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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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본시장법상 '10% 보유 의무'를 폐지하는 등 토종 사모펀드 육성을 명분으로 만든 제도가 오히려 기업 경영권 확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엘리엇이 2019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계획을 무산시키거나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겨간 전례가 있는데, 국내 사모펀드도 엘리엇처럼 경영권을 공격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게 전경련의 주장이다.


반대로 기업 오너들은 경영권 방어 수단은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상법으로 보장하는 의결권 제한 규정인 '3% 룰' 때문에 최대주주가 다른 주요 주주와의 경쟁에서 버거워하는 게 심각하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2003년 소버린과 SK 간 경영권 분쟁에서 확인된 것처럼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과 합쳐도 지분 3%만큼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는 '지분 쪼개기'를 통해 보유 지분 전량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99%씩 여러 자회사 지분을 확보한 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거는 방식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정부가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가며 국민연금이나 사모펀드의 기업경영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나,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이 필요하다는 기업 의견은 외면하고 있다"면서 "“경영권 공격세력과 방어세력이 경영권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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