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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직접 판다더니 "도매업체 중요" 외치는 이유는[넥스트.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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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나이키가 2019년 11월 이커머스계 최강자 아마존을 떠난다고 선언했을 때 유통 시장이 발칵 뒤집혔던 일을 기억하시나요? 디지털 혁신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DTC(Direct To Customer) 전략'을 내놓은 지 2년여 만의 일이었습니다. 나이키는 2025년까지 전체 매출의 60%가 DTC를 통해 나올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지금까지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죠.


그런 나이키가 올해 들어 신발전문점과 같은 도매 유통업체와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존 도나호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도매 업체들은 매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도매 파트너와 계속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지난 4년간 도매 유통업체 50% 이상과 계약은 종료했다면서도 남아있는 도매 파트너사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겠다면서 달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겁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소비자 때문에…다양한 채널 열어놓는 나이키

우선 나이키가 DTC 전략을 취하면서 실적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먼저 살펴볼게요. 나이키 실적에서 직접판매 비중을 보면 2017회계연도 당시 28%에서 2021회계연도 39%까지 확대됐습니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매출액으로 보면 90억8200만달러(약 11조4000억원)에서 163억달러를 넘어섰어요. 이 기간 중 나이키 브랜드 전체 매출은 31.2% 증가했는데, 직접판매 매출 규모는 80%가 넘게 성장해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했죠. 반면 도매 유통업체를 통한 매출액 증가율은 12%대에 그쳤습니다.

나이키의 2021회계연도 판매 채널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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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직접판매에 집중해왔던 나이키가 기존 유통 파트너와의 관계 강화를 언급하는 데는 다양한 채널의 필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도나호 CEO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글로벌 패션 매거진 WWD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쇼핑 경험의 90%는 휴대폰에서 시작한다. 매장에 들어가더라도 휴대폰으로 보고 있다"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시점과 방식에 제공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모바일이나 온라인으로 운동화를 보더라도 직접 신어보고 싶은 경험들 모두 있으시죠? 신발전문점에 가서도 원하는 운동화를 실제 착용해본 뒤 모바일로 주문하는 경우도 꽤나 많습니다. 결국 오프라인 채널도 일정 부분은 유지해야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출 수 있게 된다고 본 겁니다.

나이키는 이를 고려해 기본적으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제품을 팔되 소·도매 유통업체에서 실질적인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하고, 두 경험을 연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11월 나이키는 도매 유통업체인 딕스스포팅굿즈와 멤버십 프로그램을 연계한다고 발표했죠. 멤버십에 가입한 소비자라면 모바일이나 웹사이트 뿐 아니라 딕스와 같은 도매 유통업체에서도 멤버십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도나호 CEO는 "아주 매끄러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딕스와 함께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나이키의 이러한 전략 변화에 BMO캐피털마켓의 시메온 시겔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DTC로 시작한 브랜드들이 유통업체를 찾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탈 DTC(de-DTC) 시대"라고 명명했는데요.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메모를 통해 DTC 전략에 의구심을 표하면서 나이키의 규모가 장기적인 경쟁 우위에 있는 것은 맞지만 DTC로의 전환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직접판매를 하게 되면 유통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줄고 수익률은 오르기 마련인데 이 지점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는 거에요.

나이키 빈자리 아디다스가 채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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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도매 유통업체의 상황을 한번 살펴볼게요. 나이키의 DTC 전략은 스포츠웨어 업계와 도매 유통업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어요. 나이키가 DTC 전략을 채택하자 도매 유통업체들은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대표적인 신발전문점인 풋락커의 경우 2020년까지만 해도 나이키가 전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75%였지만 지난 2월 올해 60%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미국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둔 풋락커는 30개에 가까운 국가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신발전문점인데요. 나이키의 빈자리로 인해 시장에서는 풋락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죠.


상황이 그렇게 되자 도매 유통업체들은 다른 스포츠 웨어 브랜드와 손을 잡기 시작했어요. 풋락커는 지난 5일 나이키의 최대 라이벌인 아디다스와 손을 잡고 판매 규모를 2025년까지 지난해의 3배 가량 늘린 20억달러까지 확대해나가기로 했고요. 이를 통해 아디다스는 올해에만 1억유로(약 1345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퓨마, 뉴발란스, 크록스 등과도 손을 잡고 있어요. 이에 풋락커는 지난 20일 올해 실적이 당초 예상했던 전망치의 범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외에도 퓨마, 리복 등 다른 스포츠 웨어 업체들은 미 백화점 메이시스와 손을 잡는 등 나이키가 빠져나간 빈자리를 속속 채워나가고 있어요. 이마케터는 "DTC는 도매 유통업체를 거치는 것보다 높은 마진을 얻을 수 있지만 브랜드가 판매할 수 있는 채널 수를 제한한다"고 한계를 강조하면서 "이는 온러닝, 올버즈와 같은 신생 브랜드와 기존 다른 브랜드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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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나이키가 DTC 전략을 포기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고객에게 직접판매 하는 전략을 한층 더 강화해나갈 계획인데요. 필요한 오프라인 채널은 갖춰두면서도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나이키'라는 업계 1위 브랜드의 강점을 활용해 모바일과 웹사이트 등을 통해 직접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을 더욱더 끌어들이겠다는 겁니다. 도나호 CEO는 고객 직접판매 가속화(CDA) 전략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소비자 수요에 맞춰 적절한 채널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나이키의 이러한 행보가 시장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나갈 지 주목해 보겠습니다.

편집자주[넥스트.찐]은 '비즈니스의 진짜 다음(next)을 내다본다'는 의미로 주요 기업의 미래 준비 소식들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전면에 드러난 큰 이슈부터 숨어있는 작지만 중요한 이슈까지 속속 발굴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소식을 전달하겠습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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