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회계개혁 명암②]"지정감사 갑질" vs "말 잘 듣는 회계법인"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외감법 시행 이후 감사보수 급격히 증가
시간당 감사보수 2010년 수준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감사보고서) 재감사에서 감사의견 거절이 나오면 상장폐지인데, 회계법인의 보복이 무서워서 신고를 할 수 있겠어요? 재감에서 엄격하게 보기 때문에 회계보수를 더 받는 것은 이해하지만 5배, 10배나 더 받으니까 일부러 부정적 감사의견을 주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익명을 요구한 코스닥 상장사 A대표이사)


올해 시행 4년차를 맞은 외부감사법(新외감법)이 회계법인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우고, 회계사의 몸값을 띄우면서 기업들 사이에선 이같은 볼멘 소리가 나온다. 외감법의 핵심인 표준감사시간제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 이후 회계법인의 감사보수가 급증한데다, 재감사나 지정감사 등 기업들의 선택지가 없는 경우 지나치게 높은 보수를 챙겨간다는 것이다.

실제 외감법 시행 이후 감사보수는 급격하게 뛰었다. 한국공인회계사협회에 따르면 상장사 평균 감사보수는 외감법 시행 직전인 2017년 1억2234억원에서 2020년 2억2363억원으로 82% 늘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조사에선 2017년 1억2500만원에서 지난해 2억8300만원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같은 조사에서 3대 회계 규제(표준감사시간과 주기적 지정제도 도입 및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는 응답자는 94.2%에 달했다.

[회계개혁 명암②]"지정감사 갑질" vs "말 잘 듣는 회계법인"
AD
원본보기 아이콘


회계업계도 할 말은 있다. 평균 감사보수가 급증한 것은 맞지만, 시간당 감사보수를 보면 10년 전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 시간당 감사보수는 2008년 10만2000원에서 꾸준히 하락해 2017년 7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2020년 시간당 감사보수는 9만8000원으로 2010년(9만9000원)보다 소폭 낮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감사시간이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회계법인간 저가수주 경쟁이 벌어지면서 기업들이 입맛에 맞는 회계법인을 고를 수 있는 이른바 ‘회계 쇼핑’이 관행으로 자리잡으면서다. 그 결과, 외감법 탄생의 주역인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가 터졌다.


기업들이 외감법의 3대 회계규제로 꼽히는 표준감사시간제는 기업의 업종과 규모에 따라 일정 시간 이상을 감사에 투입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6년간 자유롭게 회계법인을 선택하고 3년은 정부가 정해준 회계법인에게 감사를 맡겨야 한다. 두 제도 모두 투자자 보호를 위해 회계 품질을 높이고 회계법인과 기업간 유착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극약 처방’으로 꼽힌다.

특히 2020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정부가 회계법인을 정해주는 지정감사가 대폭 늘었다. 지정감사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과 함께 증권선물위원회가 분식회계 등 회계부정이 적발된 기업에 대해 감사인을 지정하는 ‘직권 지정’을 포함한다. 지난해 지정감사 기업은 1969개로 전년대비 29.5%나 늘었다.


2020년 삼성전자를 비롯한 220개 기업에 대한 주기적 감사인이 지정된 것을 비롯해 매년 200여개 기업이 주기적 감사 대상으로 추가된데다, 이로 인해 회계법인이 강제 교체되면서 회계부정이 적발된 기업수가 증가하면서다. 지난해 외부감사 대상인 상장사의 절반 이상(51.1%)이 지정감사였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감사보수를 이유로 외감법을 무력화하는 것은 옛날처럼 말 잘 드는 회계법인을 쓰고 싶다는 것"이라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로 인해 회계법인이 바뀌면서 기존 회계법인이 덮어줬던 회계비리가 드러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올해초 주식시장을 뒤흔든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건은 재무팀장 이모씨(45)가 지난해 연말 돌연 잠적하면서 드러났는데,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이 연말결산을 위한 예금 잔액 확인을 앞두고서다. 이씨는 잔액증명서 등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회삿돈 2215억원을 빼돌렸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직권지정 사유의 확대, 주기적 지정제 시행 등 감사환경이 강화되면서 횡령 및 배임 사건에 대한 적발 가능성이 예전보다 비약적으로 제고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