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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집'이 만든 현대판 신분제, 당신의 계급은

최종수정 2022.05.30 13:04 기사입력 2022.05.26 12:39

조강욱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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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수장이 된 원희룡 장관은 지난 16일 취임사를 통해 "집이 신분이 되는 ‘현대판 주거신분제’를 타파하겠다"고 했다. 또 24일 취임 후 첫 현장소통 행보로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현대판 주거신분제 타파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재 사회적 계급이 ‘집 있는 자’와 ‘집 없는 자’로 구분되고 있다는 점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과거에도 이 같은 구분은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더 세분화됐다. 주택의 소유 여부만을 놓고 계급을 나눴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가격이 중심이 된 것이다. 지난 2019년 말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12·16 부동산대책’이 나왔던 때를 돌이켜보자. 이날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이번 대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4개 등급으로 나뉘었다"며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한국에 도입됐다"는 비난 섞인 글과 그림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당시 ‘신(新) 카스트제도’로 이름 붙여진 이 풍자는 15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브라만(사제), 9억~15억원은 크샤트리아(귀족), 9억원 이하는 바이샤(서민), 무주택자는 수드라(노비)에 비유했다. 부동산이 개인의 거주지로서 자본주의형 신분을 드러내는 수단이 됐다는 점을 희화화한 것이다. 요즘에는 옛 신분을 나타내던 △황족 △왕족 △중앙귀족 △지방호족 △중인 △평민 △노비 △가축 등 계급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다시 현재로 시계를 돌리면 KB부동산 시세 기준으로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원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6월 서울 평균 아파트값 6억4000만원에서 5년간 2배 넘게 뛰었다. 특히 강남구의 평균 아파트값은 26억원에 달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의 12억9000만원에 비해 13억1000만원 뛴 가격이다. 지난 5년간 매년 강남 아파트 가격이 평균 2억~3억원씩 올랐단 뜻이다. 강남 아파트 보유자는 연간 2억원씩, 5년 만에 10억원을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만든 셈이다.


2000년대 초반 ‘텐인텐’, 즉 ‘10년 안에 10억원 만들기’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월급쟁이들이 열심히 돈을 모아 적금을 들고 주식 공부를 하며 적으나마 틈틈히 재테크를 통해 흙수저 탈피를 꿈꿨다. 10억원 정도가 되면 ‘똘똘한 내 집’을 마련하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서다. 하지만 지난 5년 간의 비정상적 집값 상승은 이 같은 꿈을 짓밟는 셈이 됐다.


전 정부는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모든 시장을 콘트롤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원 장관은 서민의 내 집 마련, 중산층의 주거 상향과 같은 것을 당연한 욕구라고 인정했다. 지난 정부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집값을 잡으려고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김현미 전 장관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실제로 공식적으로만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에도 매매가는 물론, 전셋값 모두 큰 폭으로 뛰었고 5년 만의 정권교체의 주요 원인이 됐다. 시장의 수요를 억지로 찍어 누르면 언젠가는 다시 튀어오르게 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반복돼 온 사실 아닌가. 부디 원 장관의 각오처럼 나도 모르는 새 확정된 주거신분제로 절망하는 상황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으면 한다.

조강욱 건설부동산부장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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