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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가 '탈아파트'까지 고민…원자재난에 주택공급마저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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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發 공급망 위기 현실화⑥]
건자재 급등에 분양 미루고 착공·신규수주 멈칫
정부, 분양가상한제·기본형건축비 등 만지작

아시아경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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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 가격 시황을 점검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요. 안 그래도 안전관리비용에, 인건비에 죄다 오른 마당인데, 자재 가격마저 고삐가 풀렸으니 삽을 뜰 수가 있나요."


건설 원자재 가격 폭등에 전국 건설현장이 멈춰서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은 속도전’이라는 업계의 불문율을 깨고 조합들은 분양을 미루고 있으며, 건설사는 공사비 폭등에 착공과 신규사업 수주를 꺼리고 있다. 이미 주택공급은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정부의 대규모 주택공급 대책조차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건축비 천정부지… ‘적자 시공’에 입찰 포기 속출= 25일 건설·자재업계에 따르면 철근, 레미콘, 시멘트 등 주요 건축자재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철근 단가(SD400·D10 기준)는 지난해 12월 톤당 106만2600원에서 지난달 115만2800원으로 9만200원(8.4%) 올랐다. 최근 레미콘 단가는 창원권의 경우 8만4040원에서 9만3830원으로 9790원(11.6%) 올리기로, 여수권은 8만1510원에서 9만4710원으로 1만3200원(16.1%)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시멘트는 지난달에 기존 가격인 1t당 7만8800원에서 9만800원으로 1만2000원(15.2%) 인상됐다. 재료·노무·장비 등 종합적인 공사비를 나타내는 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6월 132.08에서 지난 3월 143.06로 10.98 올랐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으로 공사비 부담이 커지자 건설사들은 신규 수주를 꺼리는 모습이다. 공사 비용은 늘어난 데 반해 조합이나 시행사가 제시하는 금액은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아 ‘적자 시공’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입찰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다 보니 하도급 업체들이 공사단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공사가 지연된 건설현장이 많다"며 "인건비까지 높아져 신규 수주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건설사가 '탈아파트'까지 고민…원자재난에 주택공급마저 흔들 원본보기 아이콘


◇"아파트 사업 계속해야 하나" 깊어지는 고민= 부동산정보플랫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서울에서 분양된 가구수는 총 3390가구로, 연초 계획됐던 가구수(1만4447가구)의 23.5%에 그치고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대선 전부터 분양가상한제 완화 기대심리가 확산하면서 분양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분양 일정도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파트 공급 차질의 핵심 배경 중 하나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분양가 갈등이 꼽힌다. 주택시장의 위험성이 높아지자 아예 주택사업을 벗어나 비주택 신사업에 눈을 돌리는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문제가 또다시 발생해도 정부 차원에서 해결이 어렵다 보니 앞으로도 주택사업만 고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업계 분위기"라며 "불안정성이 커지는 주택사업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아예 에너지·데이터 등 비주택사업으로 체제를 변화하려는 건설사들도 많다"고 전했다.


◇새 정부 공급정책 발목… 분양가상한제·기본형건축비 카드 만지작= 이번 사태가 새 정부가 제시한 대규모 주택공급 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3일 "윤석열 정부 임기 내 250만호 착공"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했으나, 원자재 대란은 목표치를 크게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은 분양가상한제. 원 장관도 "분양가상한제는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서 손봐야 할 첫 번째 제도"라며 "주택공급을 촉진하는 의미에서 개선 방안을 6월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공급 위축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아울러 공사비에 자재 가격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최근 1년 새 철근·시멘트 등 주요 자재 가격 상승률이 10%를 훌쩍 넘고 있지만, 기본형 건축비는 한 자릿수(8%대) 오르는 데 그쳤다. 기본형 건축비는 아파트 분양가 심의에 활용하는 주요 지표다. 낮은 인상률은 물론, 인상분 반영 시점도 문제다. 매년 3월1일과 9월15일을 기준으로 정기 고시하는데 실시간으로 오르는 자재 가격을 반영하기에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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