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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찰과 공존은 없었던 '내 편'들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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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서거 13주기 추도식 현장에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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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제13주기 추도식이 열린 봉하마을은 마치 조용한 축제의 현장과도 같았다. 거리 곳곳에 노란 바람개비와 풍선으로 수놓아진 작고 소박한 마을에서 만 명 남짓의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상록수'를 함께 따라 부르고 밝은 얼굴로 추도문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에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얼마나 한마음 한뜻으로 '노무현 정신'을 기억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행사가 시작되고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이 입장하자 장내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이재명·김동연 후보의 등장과 함께 커지던 환호와 박수 소리는 당 지도부, 그리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등장과 함께 냉랭해졌다. 특히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의 뒤통수에는 그를 비난하는 날카로운 말들이 꽂히기도 했다. '잘하라'는 애정 어린 조언이었지만 대선의 책임이 몇몇 이들에게 투영된 것임이 분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5년간 잘했다"며 찬사를 쏟아내던 추도식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추도식 뒤편에서 마주한 장면들은 대선 이후 민주당의 현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실패로 끝나버린 대선 이후 지지자들은 대답 없는 당에 분노를 쏟아냈다.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의 정신'만을 품에 안은 채 무엇이 부족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내어놓지 못했다. 대선 후 2개월 만에 선거에 재도전한 이 위원장마저도 쇄신의 메시지보다는 지지자들과의 끈끈한 팬덤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았다. 갈 곳 없는 화살은 당에 쇄신이 필요하다며 쓰디쓴 조언을 던진 96년생 비대위원장에게로 향했다.


'통합의 길을 걷겠다'며 이날 추도식과 광주 5.18 기념식에 호기롭게 참석한 상대 당에 대한 포용도 부재했다. 지도부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가벼운 인사 외엔 이들과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현장에선 "너희가 왜 이곳에 왔느냐"며 당원들의 야유와 비난이 폭주했다. 달갑지는 않더라도 민주당이 '협치'에 목숨을 건 야당이 된 만큼 최소한 이들과 함께 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당장의 시험 성적보다 오답 노트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듯 지금 민주당과 당원들 모두에게 필요한 건 실패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지금 ‘개딸’에 환호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슈퍼챗에 춤추는 유튜버 같다"(양향자), "잘못된 과거를 끊어내야 한다"(박지현), "사과할 일이 많은 것이다"(조응천)과 같은 발언들이 '내부 총질'이 아닌 쇄신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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