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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여행' 적자폭탄…전통 '차화정'은 위상 지켜

최종수정 2022.05.23 14:43 기사입력 2022.05.23 11:51

[코로나가 바꾼 산업·富 지형도]
글로벌 국가 봉쇄·거리두기에
여객 운수 중심 LCC 직격탄
수요·가격 뛴 '차·화·정'은 호황

편집자주2020년 상반기에 본격화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국 산업과 부의 지형도를 급속도로 바꿔 놨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 업종이 성장세를 구현하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린 바이오의 성장세도 가팔랐다. 반면 여행·호텔·레저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반도체,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등 전통 강자의 위상은 공고했다. 업종 지형도 변화로 부의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코로나19를 발판으로 신흥 부자가 대거 등장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상장사 500대 기업의 실적 변화 및 주주 지분가치 변동을 통해 국내 산업과 부의 지형도 변화를 살펴봤다.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코로나19가 터진 뒤 하루 20만명이 오갔던 인천공항에는 정적만이 남았다.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던 주말 영화관의 모습도 잊혀져 갔다. 코로나19 습격은 이들 기업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23일 아시아경제가 지난해 기준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실적을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직전 연도인 2019년 실적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호텔, 레저, 여행 관련 기업의 실적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1년간 번 돈보다 나간 돈이 더 늘면서 일부 항공사의 경우 순위 500위권 내에서 이름이 사라지기도 했다.

적자폭탄 여행·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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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항공사(FSC)와 저가항공사(LCC)의 희비가 확연하게 갈렸다. 여객 운수 매출이 대부분인 LCC는 전 세계가 국경 봉쇄에 나선 탓에 영업활동을 하지 못한 날들이 많아 벌이가 변변치 않았다. 제주항공은 2019년 영업적자 329억원에서 2년 만에 손실이 10배 늘어난 3172억원을 기록했고, 진에어는 영업적자가 488억원에서 1853억원으로 더 커졌다. 2019년만 해도 매출 기준 500위 내에 이름을 올렸지만 2021년엔 위축된 실적 탓에 이름이 빠졌다.

대한항공(705%)과 아시아나항공(흑자전환)의 경우 화물 운수 매출이 효자였다. 사람이 탈 자리에 화물들을 채워 넣었더니 더 많은 돈이 벌린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항공화물운임 상승도 긍정적이었다.


이러한 실적 쏠림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경기침체 여파로 여객 수요 회복 차질 등이 LCC에 대한 실적 전망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항공사는 연료 유류비 지급이 외화로 이뤄지는 등 유가와 환율 움직임에 취약한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다만 높은 화물 운임에 따른 마진 증가로 재무 건전성이 담보된 FSC의 경우 LCC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 레저, 카지노 관련 기업들도 코로나19로 처참한 실적을 내놨다. GKL은 1458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고, 강원랜드도 527억원의 적자 폭탄을 맞았다. 호텔신라는 11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년 전 대비 이익이 반토막났다. 조선주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발주 감소에 인플레이션에 따른 후판값 인상이 이어지면서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주요 조선사들 대부분은 적자를 지속했다.

다만 렌터카 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호실적을 기록했다. 신차 출시 지연으로 해당 수요가 중고차로 몰렸고 국내 여행 수요가 늘면서 렌탈 관련 실적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은 이 기간 동안 각각 90.3%, 95%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차·화·정’ 시대 못지않은 호황기

2010년과 2011년 국내 증시를 주름잡았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업종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또 한 번의 호황기를 맞았다. 코로나19 발생 당시엔 경기 침체 우려로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수요 증가와 빠듯한 공급으로 가격 상승 효과를 톡톡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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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업종의 경우 수요 증가로 주요 제품의 가격 상승효과가 크게 반영됐다. 저유가 국면으로 원가 부담이 덜해진 가운데 IT, 가전, 생활용품 등 내구재 수요가 크게 늘자 제품의 스프레드(원재료와 제품 가격의 차이)가 크게 개선된 것이다. 500대 기업 대부분은 흑자전환에 성공하거나 두자릿수 이상의 이익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유사들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 증가와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초강세로 호황을 누렸다. 이 기간 정제마진(휘발유·경유와 같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운송비 등을 뺀 금액)은 8~10달러 수준을 웃돌았는데 손익분기점인 4~5달러의 두 배에 달했다. 국내 정유 3사 에쓰오일(S-Oil), SK이노베이션, GS의 이익 증가율은 각각 409.7%, 57.5%, 29.9%였다.


자동차의 경우 완성차 제조업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기아는 2조97억원에서 5조657억원으로 152% 성장했고, 현대차도 3조6055억원에서 6조6789억원으로 85% 증가했다.


부품주는 실적 비수기가 지속됐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가동률 상승이 제한되면서 실적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세종공업은 적자로 전환했고, 화승코퍼레이션도 4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타이어업체의 경우 물류비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저마진 기조가 지속되면서 넥센타이어의 경우 영업이익은 2074억원에서 44억원(-98%)으로 쪼그라들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성차업체들이 물량 위주에서 수익성 위주로 전략을 바꾸면서 부품업체들의 실적에 부담을 가중시켰다”며 “우리나라 중소 부품업체들은 매출처가 편중돼 있어 구조적인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과거 물량 위주 성장 시대처럼 다 같이 이익이 잘 나오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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