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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추적은 계속된다" 애플은 광고시장을 어떻게 바꿨나[넥스트.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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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다음 경매는 디지털 매장물에 관한 것입니다. 매력적인 엘리의 개인정보 말이죠."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당사자인 엘리도 모르게 '엘리의 개인정보 경매'가 열렸습니다. 그가 열어본 이메일 내용은 물론 약국 구입 목록, 위치 정보, 인터넷 사용·문자 기록까지 모든 것이 팔렸어요. 이 장면을 본 엘리는 자신의 아이폰을 꺼내들어 애플리케이션(앱)이 자신의 행동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버튼을 누릅니다. 경매장에 있던 참가자들이 모두 사라지고 화면에는 "당신의 개인정보입니다. 아이폰은 이를 지킬 수 있도록 돕습니다"라는 문구가 뜹니다.

애플의 개인정보보호 광고 캡쳐

애플의 개인정보보호 광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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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아이폰의 개인정보 관련 광고 내용인데요. 지난해 4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앱 추적 투명성(ATT)' 정책을 도입한 지 1년여만에 공개한 90초짜리 광고였죠. 애플은 이를 통해 그동안 어떤 개인정보가 당사자도 모른 채 어떤 식으로 거래됐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동시에 애플의 ATT 정책을 통해 아이폰에서 개인정보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죠.

애플이 이러한 ATT 정책을 도입하면서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된 곳은 바로 광고 시장입니다. 특히 스마트폰 이용자의 검색 활동, 앱 이용 기록 등 제3자의 데이터를 받아 맞춤형 광고로 돈을 벌어온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은 제동이 걸렸죠. 이용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스마트폰에서 다른 앱을 사용한 기록을 아예 받을 수가 없고 이를 활용한 광고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애플 뿐 아니라 검색엔진 구글도 지난 2월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내놓으며 개인정보에 대한 무분별한 접근·활용을 제한키로 했어요.

정보 옮기는 건 불가능…앱 내에서 추적하라

이러한 흐름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이 한층 강화되면서 나온 것인데요. 애플의 발표 이후 1년간 광고 시장은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광고 대신 새로운 방법을 찾느라 분주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6일 '당신은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인터넷에서 추적되고 있다'면서 애플과 구글의 개인정보 규정 변화가 대규모 디지털 생태계를 보유한 일부 플랫폼에는 더 큰 광고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핵심은 애플의 규정 상 다른 앱의 데이터는 활용할 수 없지만 자체 앱에 쌓이는 기록은 제한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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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이전에는 검색포털 앱에서 빵을 검색하면 이 검색 기록을 받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빵과 관련한 콘텐츠를 띄웠어요. 그런데 이제 이 방법은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됐고요. 대신 검색포털 자체적으로 검색 기록을 활용해 광고를 하거나 전자상거래 홈페이지에서 빵을 검색하면 잼이나 버터와 같은 관련 제품을 그 홈페이지에서 노출하게 하는 식입니다. 결국 광고는 타깃의 행동 반경에 정확하게 노출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데 앱과 앱 간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앱 내에서 행동을 추적하면서 그 속에서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죠.


NYT는 구글, 스냅, 틱톡, 아마존 등이 이에 따라 혜택을 보고 있다면서 "많은 중소기업들이 제3자의 데이터에 의존하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광고보다는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정보를 직접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에 마케팅 비용을 재할당하고 있다"고 했어요. 실제 미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안경회사 스토글스는 온라인 광고 예산의 80%를 이전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썼는데 이제는 이를 60%로 줄이고 나머지를 구글, 아마존, 틱톡에 광고를 넣고 있다고 밝혔죠.

리테일 미디어 각광…광고 사업하는 소매업체 쏟아져

이렇게 되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리테일 미디어 입니다. 리테일 미디어는 소매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자체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해 구매 과정 전반에 광고할 수 있는 공간에 광고를 넣는 건데요. 다른 앱을 이용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소매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를 노출시키는 것이죠.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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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업체와 월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물론 메이시스나 노르드스트롬과 같은 백화점, 크로거나 알버트슨스등 식료품점, 월그린과 CVS와 같은 약국 등 폭넓은 소매업체들이 리테일 사업을 시작하고 있어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글로벌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이 야후와 함께 호텔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을 타깃해서 호텔 웹사이트나 호텔방 TV 등에 광고를 게재하는 사업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어요. 여행업종도 리테일 미디어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리테일 미디어 시장이 향후 5년간 매해 25% 성장률을 보이며 1000억달러(약 127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2026년 기준으로는 전체 디지털미디어 지출의 25%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죠. 시장조사업체 인사이더인텔리전스는 미국 리테일 미디어의 광고 수익이 올해 410억달러에서 2024년 60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봤습니다.

아마존 쥐고 있는 세상?…"소규모 사업자 성장 빨라"

사실 리테일 미디어 시장을 꽉 쥐고 있는 기업이 있는데요. 바로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뿐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 스트리밍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죠. 그 과정에서 고객이 무엇을 구매하고 어디에 사는지, 스트리밍하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적극 활용해 타깃에 맞는 정확한 광고 노출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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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지난 2월 처음으로 지난해 광고 사업 규모를 공개, 매출이 312억달러로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사업에 이어 세번째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아마존의 급성장하는 광고 비즈니스를 10개의 기사로 자세히 분석하면서 최근 3년간 아마존의 광고 수익이 3배로 확대된 이유로 아마존 내에서 제품을 팔지 않는 보험사, 영화스튜디오, 자동차 제조업체 등이 광고주로 유입된 점을 꼽았어요.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이 단순히 전자상거래를 위한 소비자들을 위한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광고를 노출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광고주들이 몰려든 것이죠.

BCG는 아마존이 리테일 미디어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이고 당분간은 계속해서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어요. 뒤이어 월마트, 타깃 등 광고 사업 매출 규모가 10억달러 이상인 미국 내 주요 소매업체가 2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다만 BCG는 "향후 소규모 사업자들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면서 광고 매출 규모가 10억달러 미만인 기업의 5년 내 연 평균 성장률은 49%로 아마존(22%)에 비해 빠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과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광고가 해결됐던 것과는 달리 여러 소매업체들을 각각 살피고 고객을 타깃해 광고를 해야하는 만큼 광고주들은 복잡해진 상황에 적응해야한다는 문제를 언급했는데요. 그 속에서 시장은 또 한번 재편되겠죠. 애플에서 시작된 개인정보 보호 규정 변화가 광고 시장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나갈 지 지켜보겠습니다.


편집자주[넥스트.찐]은 '비즈니스의 진짜 다음(next)을 내다본다'는 의미로 주요 기업의 미래 준비 소식들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전면에 드러난 큰 이슈부터 숨어있는 작지만 중요한 이슈까지 속속 발굴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소식을 전달하겠습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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