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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미치지 말라

최종수정 2022.05.18 11:56 기사입력 2022.05.18 11:56

샘 레이미 감독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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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익살스러운 쿠키 영상으로 마무리된다.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피자값을 요구해 마법에 걸린 노점상이 다시 등장한다. 자기 얼굴을 때리던 손이 멀쩡해지자 안도하고는 환하게 웃는다. "다 끝났어." 브루스 캠벨이 연기했다. 레이미 감독의 출세작 ‘이블 데드’ 시리즈에서 애쉬를 연기해 유명해진 배우다. 애쉬는 ‘이블 데드2(1987)’에서 비슷한 마력에 휩쓸려 고초를 겪는다. 애인 린다(데니즈 빅슬러)에게 물린 손에 악령이 깃든다. 독립된 개체로 분리돼 애쉬를 무자비하게 공격한다. 애쉬는 전기톱으로 절단하고는 바닥에 주저앉는다. 광기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웃는다.

자신과 싸움에서 비롯한 광기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핵심 키워드다. 어벤져스 일원인 완다(엘리자베스 올슨)는 아메리칸 차베스(소치틀 고메즈)라는 소녀를 죽이려고 한다. 멀티버스(다중 우주)를 넘나드는 능력을 빼앗기 위해서다. 완다는 상상으로 만들어낸 두 자녀가 평행세계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친구인 스트레인지가 차베스를 넘겨주지 않자 사악한 기운으로 충만한 스칼렛 위치로 변해 싸움을 걸어온다. 광기의 근원은 단순히 모성애로 규정할 수 없다. 완다는 이미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숱한 좌절을 경험했다. 폭격으로 부모와 쌍둥이 오빠를 잃었고, 연인인 비전(폴 베타니) 또한 지키지 못했다. 끝없는 울분과 분노가 극단적인 비관주의와 이기주의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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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다는 다크홀드라는 흑마법서를 습득해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지 않을 힘을 얻는다. 레이미 감독은 어둠의 광기로 표현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저서 ‘광기의 역사’에서 광기를 이성이 눈먼 상태로 정의했다. 오류의 빈 공간이 꿈의 비현실적 이미지로 채워져 환각과 허위가 계속된다고 주장했다. 완다는 드라마 ‘완다 비전’에서 미국 가족 시트콤에 등장할 법한 세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안주했다. 영역에 균일이 생길수록 이미지, 환각, 꿈, 판단은 뒤죽박죽 섞여버린다. 허무한 현실을 직시한 뒤에도 광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새로운 유혹(다크홀드)에 빠진 탓에 부정성을 버리지 못하고 또 다른 해방구를 찾아 나선다.


억지스러운 전개가 아니다. 인간은 이성적이면서도 지극히 비이성적이다. 후자는 군중심리, 집단사고, 집단 쏠림 등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사람이 집단행동에 가담하면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 사례는 역사 속에서 쉽게 발견된다. 나라 전체가 광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충동적 행위를 범하기도 한다. 누구나 빠질 수 있는 함정인 셈이다. 이 영화 속 스트레인지도 위험한 경계에 서 있다. 슈프림으로 불리는 다른 차원의 그는 타노스를 물리칠 방법을 찾으려고 다크홀드를 사용하다 평행세계의 충돌을 유발한다. 특정 차원의 세계를 멸망시킨 죄로 숙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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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세계의 스트레인지도 금기를 깨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그 안에서 다른 길을 선택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다. 계기는 자기 성찰로 나타난다. 그는 "지금 행복하니?"라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는다. 매번 긍정하지만 낯빛은 어둡다. 영웅 노릇을 하느라 자아를 잃어버렸다. 극 초반 애인이었던 팔머(레이첼 맥아담스)의 결혼식에서부터 솔직한 감정을 감추기 바쁘다. 그렇다고 광기를 부리진 않는다. 다른 차원에서 또 다른 자신과 팔머를 마주하며 과거를 돌이켜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문명의 폭주 속에서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건네는 운명 사용 설명서와 같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저서 ‘도덕의 계보’에서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먼 존재"라고 했다. 이해할 수 없는 불운 앞에서 절망하거나 순응해서는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다. 스트레인지는 아픈 기억이 깃든 손목시계로 보여준다. 깨진 유리를 교체하고는 서랍 속에 고이 간수한다. 슬픔과 불안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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