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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안 내고 싶어요"…관례와 '거리두는'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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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제에…곳곳 '일상회복' 기지개
대규모 결혼식·돌잔치도 증가
비혼·딩크족 "못 받는 돈인데…축의금 전하는 행사 부담"
전문가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축의금 선택…기존 관행과는 다른 모습"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미뤄뒀던 결혼식 등 대규모 행사가 많아지는 분위기지만 축의금을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미뤄뒀던 결혼식 등 대규모 행사가 많아지는 분위기지만 축의금을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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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나 엔데믹(풍토병)을 시대로 접어들며 사회 곳곳에선 일상회복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간 취소하거나 미뤄뒀던 가족 행사도 재개되면서 예식 등 관련 업계도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초대받는 입장에선 '애먼 돈'을 써야해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비혼이나 딩크족(자녀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들 사이에선 아예 결혼식·돌잔치 등에 축의금을 내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최근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곳곳에서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이 돌아오고 있다. 집단 감염 우려로 실시됐던 재택근무가 해제되는가 하면 입국 시 유전자증폭검사(PCR) 외에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음성 확인이 인정되면서 해외여행의 문턱도 낮아지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되면서 결혼식·돌잔치 등 축의금을 전달해야하는 행사도 재개되는 분위기다.

실제 올 1분기 호텔 예식장 예약률은 전년 대비 20~3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호텔, 신라호텔, 웨스틴조선호텔 등 서울의 주요 호텔 예식은 연말까지 대부분 마감됐고, 일부 날짜와 시간대를 제외하면 내년 4~5월까지 웨딩홀 예약도 급증했다. 행사 규모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적모임 인원제한이 사라지면서 가족끼리 조촐하게 보내던 결혼식, 돌잔치 등의 대규모 모임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축의금을 내야하는 행사가 몰리면서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비혼, 딩크족 등 다양한 삶의 형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돌려받지 못할 축의금을 꺼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비혼주의자인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결혼은 축하할 일이지만 주변인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결혼 축의금부터 시작해 신혼 집들이 선물, 출산하면 아이 선물에 돌잔치까지 생각하면 달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한 돌잔치 전문점 관계자들이 홀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한 돌잔치 전문점 관계자들이 홀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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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족 입장에선 지인의 돌잔치가 부담이다. 딩크족을 지향하는 A씨(31)는 "첫째는 주변에서 돌잔치 한다고 부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부담스럽다"며 "나는 어차피 애를 낳지 않을 거라서 아이 돌잔치에 초대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돌잔치에 안 가자니 지인과 사이가 멀어질 것 같고, 돈만 내자니 돌려받을 것도 아닌데 아깝다. 비혼식처럼 딩크식이라도 올려서 돈을 회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전에 축의금은 지인의 기념일을 축하하는 동시에 돈을 주고받는 품앗이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엔 아이를 낳을 계획은 물론 결혼할 의지조차 없는 사람들이 늘면서 축의금을 회수할 기회가 없게 되자 청첩장이나 초대장을 일종의 고지서처럼 대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 결혼을 앞둔 신부를 위해 지인들이 모여 축하하는 파티인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행으로 번지며 주변인들의 부담들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직장인 B씨(30)는 "친구들이 챙기자고 해서 결혼하는 친구의 브라이덜 샤워를 한 적이 있다"며 "유행이라고 해서 떠밀려 하긴 했는데, 내 차례가 돌아올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 5명이서 돈을 모았는데도 호텔 빌리고, 케익 맞추고, 와인이나 풍선같은 소품 사고, 옷도 하얀색으로 맞추느라 돈이 꽤 들었다"며 "앞으로도 돈이 계속 들어갈 텐데 부담이 크다. 그냥 (친구한테) 해준 건 그냥 잊고 앞으로는 브라이덜 샤워 모임에서 빠질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미뤄뒀던 결혼식 등 대규모 행사가 많아지는 분위기지만 축의금을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미뤄뒀던 결혼식 등 대규모 행사가 많아지는 분위기지만 축의금을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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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 잔치에 대한 부담이 커지다 보니 아예 축의금을 내지 않겠다는 사람도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혼이니까 축의금 안 내겠다는 친구'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돼 갑론을박의 소재가 됐다. 작성자는 글에 결혼식에는 참석하지만, 돌려받을 수 없는 축의금은 내지 않겠다는 비혼주의자 친구가 고민이라는 사연을 담았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지금은 비혼일지라도 인생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나"라며 "축하하러 간 자리고, 밥도 먹고 오는데 자신이 비혼주의자라고 돈을 안 낸다는 건 너무 계산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비혼과 달리 기혼은 경조사가 줄줄이 있다"며 "축의금은 주면 고맙고 안 주면 그렇구나 하면 될 일이다. 주지도 받지도 않는다는 거고, 시간과 교통비를 들여 축하 인사도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라고 반박했다.


이 게시글에는 총 364개의 댓글이 달렸으며 이외에도 각종 SNS를 통해 공유되며 논쟁에 불이 붙었다. 상대와의 관계를 생각할 때 축의금을 관행대로 내야한다는 시각과, 사회가 변화한 만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전문가는 전통적인 유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관혼상제 시 축의금이나 부조금을 내는 문화가 있다"며 "이러한 돈은 나중에 갚아야 하거나, 혹은 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저축 성격을 띤다"고 설명했다.


설 교수는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 문화 유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인간 관계 성격에 따라 아예 축의금을 내지 않거나 돈 대신 다른 선물을 하는 사람도 생겨나는 추세다. 이어지던 관행과 다른 모습이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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