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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 미래]② 조병수 건축가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 만들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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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이전으로 ‘서촌시대’ 임박
서촌~북촌 연결하는 문화벨트 확대할 기회
‘마스터플랜’ 통해 무분별한 개발 방지해야

청와대 개방 후 첫 주말을 맞은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서울시는 청와대 전면 개방에 따른 보행량 급증에 청와대 개방 행사기간에 청와대 앞길(효자동분수대-춘추문)을 차 없는 거리로 시범 운영한다./윤동주 기자 doso7@

청와대 개방 후 첫 주말을 맞은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서울시는 청와대 전면 개방에 따른 보행량 급증에 청와대 개방 행사기간에 청와대 앞길(효자동분수대-춘추문)을 차 없는 거리로 시범 운영한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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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은 '서촌시대' 또한 예고하고 있다. 빈집이 된 청와대는 관광객의 발길과 구도심 개발 열망이 채웠다. 서촌과 삼청동, 청운효자동 등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투자 문의가 줄을 잇고, 상가 호가도 훌쩍 뛰었다.


그러나 한편에선 관광객 증가와 상권 활성화가 '서촌시대'의 전부가 아니며, 그렇게 돼서도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한복판을 상징적으로 억눌러왔던 권력이 빠져나가면서, 서촌이라는 공간을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서촌은 도시 한복판의 구도심이자, 역사와 전통을 지닌 특수성을 지녔다. 동시에 낙후된 구도심이라는 한국 도시 문제의 보편성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서촌은 한국 도시의 현재이자 미래다. 서촌은 그간 어떤 모습이었고, 앞으로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아시아경제는 서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서촌 주민은 물론, 상인, 공무원, 정치인들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조병수 건축가(사진=김재경 사진작가)

조병수 건축가(사진=김재경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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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조병수 건축가는 통의동에 오랜 기간 거주한 주민이기도 하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서울 종로 트윈트리타워, 부산 기장의 박태준기념관, 남해 사우스케이프호텔·빌라, 부산 키스와이어센터, 거제 지평집, 압구정 퀸마마마켓, 천안 현대자동차 글로벌러닝센터 등을 설계했다. 특히 통의동에서는 재생건축 작품인 ‘온그라운드 갤러리’와 ‘막집’ 등을 선보였다. 전 세계 건축 학도들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현대건축: 비판적 역사(Modern Architecture: A Critical History)’에 등재되기도 한 그를 지난 12일 만나 서촌의 매력과 향후 변화 모습에 대해 들어봤다. 조 건축가는 앞으로 ‘마스터플랜’을 구축해야 서촌이 기존에 가진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랫동안 통의동에서 다양한 작업을 하셨다. 건축가로서 바라본 서촌의 매력은 무엇인가.

▶(조병수) 서촌은 경복궁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온 지역이다. 작은 골목길들을 따라 가지런히 자리 잡은 한옥과 적산가옥, 빌라가 한데 뒤섞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유의 품위가 느껴지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서촌이 주는 편안하고 만만한 매력을 느끼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청와대 이전으로 개발이나 변화에 대한 가능성이 커졌는데 건축가로서 기대되는 부분은.

▶서촌이 가지고 있는 문화벨트를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이미 경복궁을 중심으로 고궁·민속박물관과 현대미술관, 세종문화회관, 광화문 광장 등 문화벨트가 만들어진데다 최근 확보된 송현동 부지에 이건희 기증관도 들어설 예정이다. 여기에 청와대가 이전하면서 청와대 관련 시설 등 여유공간을 더 많이 확보하게 됐다. 이곳이 지닌 문화적 가치를 잘 살려 북촌과 서촌으로 연결되는 거대한 문화벨트를 만들 필요가 있다.


-반대로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 않나.

▶아무런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으면 무분별한 개발로 자칫 기존에 서촌이 가진 문화적 색깔을 잃어버릴 위험성이 있다. 현행법규대로 건물을 짓게 되면 주차장 크기도 건물마다 달라 들쑥날쑥해진다. 기존에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조화를 이루던 도시미관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건물 높이와 소재도 제각각이 되면 그야말로 중구난방이 되지 않을까 싶다.



조병수 건축가

조병수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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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떤 식으로 개발해야 하나.

▶개발과 보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이나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를 보더라도 고궁이나 역사적인 건물 주변에는 일정 수준의 높이 제한을 둔다. 또한 일대에 어떤 용도의 시설이 들어오는지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지구단위계획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방향성을 잡을 수는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통일감을 유지하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마스터플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마스터플랜

마스터플랜이란 사업의 실시에 있어서 그 사업의 목적 또는 목표에 따라 그 개요와 추진방향에 대한 개략적인 모습을 제시한 기본계획이다. 지구 전체에 대한 토지이용계획을 바탕으로 주택, 도로교통, 공공시설, 공원, 상업시설 등을 포괄한다.


※지구단위계획

지구단위계획이란 도시와 마을에 건축물 계획과 평면적인 토지이용계획을 고려하여 수립하는 계획이다. 토지이용을 합리화하고, 양호한 주거환경을 확보하며, 당해 구역의 체계적·계획적 개발을 유도한다. 도시관리계획의 하나인 지구단위계획은 해당 지역의 성장 및 발전 등 여건변화와 미래모습을 적극고려해 수립하게 된다. 주민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도록 권장하며, 행위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도시 활성화를 유도하는 제도다.


-지구단위계획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구단위계획은 건물의 높이나 용적률, 건물 간의 간격 등 건축 규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지구단위계획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건축할 수 있다 보니 건물마다 외벽 색상, 재료, 높이와 형태 등 다양한 부분이 제각각이 돼버린다. 사실상 인접한 건물과 조화를 이루기는 어려운 셈이다.


-반대로 마스터플랜이 효과적인 이유는.

▶마스터플랜은 인접한 여러 건물을 한데 묶어서 구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든 건물들이 완전히 똑같은 모양으로 지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유사한 형태나 높이로 규정하고 사용하는 재료도 통일할 수 있어 조화를 이루기 쉽다. 여기에 어떤 건물은 도로 쪽으로 나와 있고 다른 건물은 너무 들어가 있는 등 들쑥날쑥 배치가 되는 문제점도 방지할 수 있다. 예컨대 프랑스의 파리만 하더라도 일대 건물들이 높이나 형태, 재료 등 여러 측면에서 인근에 다른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통의동 온그라운드 갤러리 내부 전경(사진=김용관 사진작가)

통의동 온그라운드 갤러리 내부 전경(사진=김용관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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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플랜 수립에 참고할만한 접근법은.

▶‘재생건축’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재생건축은 낡은 건물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게 아니다. 창의적인 방식으로 기존 것들이 지닌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기능도 살아나게 만들어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서촌에 지어진 ‘온그라운드 갤러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에 남아있던 적산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건물로 거듭났다. 기존의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기보다는 재생건축과 같은 여러 방법을 활용한다면 일대 건축물과 외관도 조화를 이루면서도 건물 내부의 편의성을 높여 서촌이 가진 색깔을 지켜낼 수 있다고 본다.


※온그라운드 갤러리: 온그라운드 갤러리는 조병수 건축가의 대표적인 재생건축 작품이다. 서촌에 자리 잡은 이 건물은 1930년대 지어진 적산가옥 주택을 사들여 개조한 프로젝트다. 지붕 위에 있던 기와를 들어내고 천장을 유리로 덮어 나무 틈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며, 벽 4개를 뚫어 바로 앞에 자리 잡은 작은 서점 공간까지 분리돼 있던 공간을 연결했다. 옛 공간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개발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지나치게 상업화가 되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물론 장사를 통해 수익을 거두고 싶어하는 일부 주민들도 있고, 앞으로 관광객들이 늘어나면 그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쇼핑공간은 필요하다. 하지만 인근에 위치한 인사동이나 삼청동의 사례만 봐도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나 각종 상업화 매장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면서 관광지로 변모하자 기존에 해당 지역이 지녔던 모습과 거리가 멀어지게 됐다. 조화로운 서촌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나친 상업화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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