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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탄소중립과 회색코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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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사진 = 아시아경제DB]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사진 =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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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세계적으로 가상화폐와 주식 시장의 폭락세가 만만치 않다. 코로나 사태로 풀린 돈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기미를 보이자 미국이 돈줄 죄기에 나선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에 따라 주식 시장은 물론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의 위축도 예상된다고 한다. 미국의 돈줄을 관리하는 연방준비위원회도 코로나 돈 풀기로 발생한 버블을 제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도 주식 시장의 폭락에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발목을 잡혔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을 ‘블랙스완’이라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예상하였음에도 피하지 못한 상황을 ‘회색 코뿔소’라고 한다. 2t에 달하는 코뿔소가 다가오는 것은 땅 울림으로 쉽게 감지할 수 있으나 그 위험을 간과하여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탄소중립에도 회색 코뿔소가 있다. 탄소중립을 향해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그 길은 어디서 어떻게 출발하냐 따라 다르기도 하다. 어떤 길은 빨리 가는 것처럼 보이나 오르막길이고 어떤 길은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나 평지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길에는 회색 코뿔소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회색 코뿔소는 예견되는 그러나 암묵적으로 간과하는 위험이다. 재생에너지확대는 에너지 전환의 큰 물결이다. 그러나 큰 물결에 묻혀 예상되는 문제를 간과하고 밀어붙인다면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확대는 탄소중립의 회색 코뿔소가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태생적 취약점은 간헐성이다. 에너지는 우리가 필요할 때 쓸 수 있어야 한다. 전기는 특히 그렇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듯 전기 플러그를 꽂으면 전기를 쓸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간헐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조절 가능 전원설비를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이런 보완책 없이 재생에너지 확대에만 몰두한다면 바로 회색 코뿔소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작년 말에 발생한 유럽의 에너지 대란은 이런 회색 코뿔소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2021년 겨울에 들면서 유럽국가들의 전기요금이 치솟았다. 유럽 전력거래시장의 전력 가격은 국가 간 편차는 있으나 대체로 2021년 초에 비해 작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네 배 넘게 올랐다. 작년 12월 한때는 유럽 대부분 국가가 kWh당 550원을 넘어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력 가격의 4배에 달했다. 이렇게 전력 가격이 급등한 것은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는 석탄발전을 줄이면서 재생에너지의 백업 발전으로 가스발전을 확대했는데, 계절적으로 가스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가스 공급은 원활하지 못해 가스 가격이 급등했으며, 둘째로 유달리 작년 하반기에는 유럽 지역에 바람이 잘 불지 않아 풍력발전이 감소했다. 유럽은 태양광보다는 풍력발전 비율이 높아 2020년 기준 유럽 전체로는 14%, 영국의 경우에는 25% 정도를 차지한다. 그런 영국에서는 작년의 평균 풍속은 금세기 최저를 기록해 풍력발전이 30%나 감소했다. 셋째 가뜩이나 어려운 전력수급 상황에서 유럽전력시장의 전기 수출국인 프랑스가 4기의 원전을 긴급 정비를 위해 정지시킨 것도 한몫했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전력공급의 변동성이 커질 것은 분명하고 이런 변동성에 대비해 가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나가야 예기치 않은 사회적 비용을 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원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탄소중립에 가스발전을 지속할 수도 없을뿐더러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3위의 가스 수입국인데 이를 더 심화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원전도 재생에너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신뢰성을 확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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