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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중대재해법 첫날 건설현장…"일단 싹 다 치워"

최종수정 2022.01.27 12:05 기사입력 2022.01.27 12:05

노동자가 숨지는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 날인 27일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관리자들이 현장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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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모든 작업 중단

안전관리자만 전원 출근

품질보다 안전에만 치중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김혜민 기자, 황서율 기자] 처벌 수위가 과하고 규정조차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 시행됐다. 이날 오전 경기도 한 아파트 공사 현장을 찾았다. 설 연휴를 앞두고 모든 작업은 중단됐지만 시공사 소속 안전관리 관계자 25명 전원이 출근했다. 이들은 현장 곳곳을 둘러보며 시설물 관리에 몰두하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오늘 직원 대상으로 안전 워크숍이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법 시행과 관련해 달라진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현장에서 만난 한 용접 노동자는 "교육도 많이 받았고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안전모, 안전화, 각반, 보완경 등으로 무장한 건설현장 관계자와 작업장 곳곳을 둘러봤다. 이들은 설치된 로프줄이 팽팽하게 조여졌는지 직접 잡아당겨보는가 하면 그물망에 찢어진 곳은 없는지 구멍 사이사이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일일이 확인했다.


안전관리자 중에는 현장에 놓여있는 사다리가 본사 물건이 맞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이 관리자는 "협력업체에서 임의로 장비를 들여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들어온 사다리에서 사고가 나면 누구 책임인지 불분명하다"며 "그래서 아예 본사 물건이 아닌 건 모두 빼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안전관리자들이 비계 위에 있는 자재물들(잔여쇠들)을 내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 환경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자재들을 최대한 치우기 위해서다.


현장 관계자들은 중대재해법이 현장의 안전 고삐를 조이는 긍정적 효과도 있겠지만 자칫 품질보다 안전에 더 치중하게 되면서 생길 부작용을 우려했다. 대형건설사에서 현장소장을 맡고 있는 A씨는 통화에서 "요즘은 안전관리자뿐 아니라 시공을 담당하는 공사팀까지도 품질보다 안전부터 챙기는 상황"이라며 "공사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장 관계자는 "불의의 사고라는 것도 있는데 중대재해법은 죽을 사람일지 아닐지 미리 판단하라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가 지병을 알리지 않고 일하다가 추운 날씨에 쓰러지면 그것도 현장소장 책임이 된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이날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된다. 현장에서 중대산업재해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조사해 최고경영자(CEO) 등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작업장 안전을 도모하려는 취지를 갖지만 처벌 수위가 유례없이 강한 데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논란이 크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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