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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 대표소송…기업 승소해도 이미지 실추 누가 책임지나

최종수정 2022.01.25 11:15 기사입력 2022.01.25 11:15

라면담합 악몽 되풀이될까 재계 우려
수탁자책임전문위 전문성·중립성도 한계…"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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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경제계가 국민연금의 주주 대표소송 남발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민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안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정부와의 잇딴 소송으로 수백억원 대에 이르는 유·무형의 피해를 입었던 ‘뼈아픈’ 기억 때문이다. 이같은 과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전반적인 기금운용에 책임이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주주 대표소송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소송에 따른 손실에 대해선 책임을 묻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다.


‘라면담합’ 악몽…취약한 중견·중소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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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떠올리는 대표적인 악몽은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라면 담합’ 사건이다. 당시 공정위는 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 등 4개사가 지난 2001년부터 약 10년간 담합을 통해 출고가격을 부당하게 인상했단 이유로 13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 사건의 여파는 해외로도 번졌다. 이듬해 미국의 도·소매상들이 한국 내 라면 가격담합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이들 4개사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업계 1위였던 농심은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리한 법정공방을 거쳐 최종 승소했다. 공정위는 농심에 대한 과징금 1077억원을 환급한 것은 물론, 이자 성격의 환급 가산금 94억원까지 지급해야 했다. 과잉제재로 기업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유·무형의 자원을 소모해야 했지만, 혈세까지 낭비된 상황에서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당 사건으로 관련 기업들은 상당한 기회비용을 잃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면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대표소송을 남발할 경우엔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데다, 이를 명분으로 소수 지분을 가진 해외 자본 등의 거센 공격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 끼칠 피해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도 이같은 과거 사례가 국내 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단 점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총 금액은 약 165조원에 달한다. 이같은 규모를 고려했을 때 상장사 약 2200개가 모두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의 73%는 소송 대응력이 미약한 중견·중소기업으로, 무분별한 주주 대표소송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단 우려도 짙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의 다수는 중견·중소기업으로 소송 대응 능력이 취약해 수책위의 주주 대표소송이 상당한 경영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막대한 비용 부담과 함께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外風 앞 갈대 수책위, 소송 남발 우려

재계에선 수책위에 주주 대표소송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이같은 소송 남발을 본격화 할 수 있단 우려가 적지 않다. 전문성 부족은 물론 정부 입김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수책위는 자격요건을 갖춘 상근 전문위원 3명과 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 단체가 추천한 각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외견상으론 구색을 갖췄지만 간사로 보건복지부가 참여하고 있는 데다, 시민단체 추천 몫은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점을 고려하면 태생적으로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양새다. 정치권의 부침에 따라 외풍(外風)에 쉽게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란 의미다.


이는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갖춘 해외 연기금의 사례와도 대비된다. 일례로 해외 연기금 중 가장 유명한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CPIB) 이사회의 경우 금융기관·일반기업 최고경영자 각 5명과 학계·법조계 각 1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돼 정부 측 인사 참여가 사실상 배제돼 있다. 일본공적기금(GPIF) 경영위원회 역시 이사장 1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9명의 원 모두가 민간 투자금융 전문가로 구성된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의 주주 대표소송은 내부지침에 불과한 수탁자책임활동 지침만으로 진행할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정부 지침과 여론, 시민사회단체의 압력에 휘둘릴 가능성이 큰 수책위 보단 기금운용에 책임이 있는 기금운용본부가 이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위원회에 맡기자는 건 ‘위원회 공화국’의 전형적 책임회피"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도 "수책위의 주주 대표소송은 수익률과 무관하게 여론의 추이를 따르게 될 것"이라면서 "주주 대표소송은 기금운용 본부가 타당성을 따져 진행해야 하며, 여론재판이 되지 않도록 구체적 소송기준을 마련하고 원칙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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