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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뺏긴 돼지는 어떻게 됐을까?[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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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임상시험(독성시험)에 쓰이는 미니피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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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심장을 뺏긴 돼지는 어떻게 됐을까?". 혹시 궁금하진 않으셨나요?


최근 미국에서 면역 제거 형질변환 돼지의 심장을 인간에게 이식한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습니다. 다들 이식받은 인간이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만, 심장을 뺏긴 돼지는 생명을 잃게 돼 곧바로 폐기됐습니다. 네, 그겁니다. 바이오 인공장기가 인간의 무병ㆍ장수 시대를 열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윤리적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실험용 동물들이 문제입니다. 인간의 복리를 위해 동물들을 희생시키는 게 도덕적으로 맞는 일일까요? 물론 현재도 각종 동물 실험에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수백만 마리가 희생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에만 414만1433마리가 동물실험에 쓰인 후 목숨을 잃었습니다. 종류 별로는 가장 흔하게 쓰이는 쥐(설치류)가 351만3679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또 토끼 2만5465마리, 원숭이류 3979마리, 기타 포유류 5만5026마리, 조류 30만8546마리, 파충류 233마리, 양서류 3119마리, 어류 23만1386마리 등입니다. 2019년 총 371만2380마리에서 1년새 42만9053마리가 늘었습니다.


이들 동물들은 어떤 연구를 위해 희생됐을까요? 독성이나 약효 확인 등 '법적인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한 규제 실험(regulatory test)'이 179만5709마리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기초 연구(129만5008마리), 중개ㆍ응용연구(73만5238마리), 유전자 변형 형질 동물생산(15만5638마리), 기타(10만1199마리) 등의 순이었습니다. 또 종 보존을 위한 연구(2만1208마리), 교육이나 훈련(3만5126마리), 사람ㆍ동물의 건강이나 복지를 위한 자연환경 보호연구(2221마리) 법의학 연구(86마리) 등도 있었죠.


이렇게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희생시키는 것에 대해선 꾸준히 문제제기가 되고 있습니다. 1903년 영국에서 개를 사용한 실험의 잔인함에 대한 여론이 들끓면서 동물 실험이 윤리적인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도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고, 최근엔 KBS가 드라마 '태조 이방원'을 촬영하면서 말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게 해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사례죠.

현재 동물들이 주로 사용되는 독성 평가의 경우 이미 대부분의 물질들의 독성 유무가 판별돼 굳이 동물실험이 불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과 유전적 거리가 먼 동물들을 상대로 한 각종 실험은 부정확도가 높기도 하죠. 약 10%정도만 인간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뿐인데, 이를 위해 너무 많은 동물들을 희생킵니다. 그마나 인간과 거리가 가까운 영장류들을 시험에 사용하는 것이 대안인데, 너무 가격이 비싸고 구하기 힘듭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구시설들은 코로나19 때문에 베트남, 아프리카 등에서의 영장류 수입이 중단돼 실험이 늦어지는 등 큰 곤란을 겪은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뿐만 아니라 영장류 실험 결과가 인간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다수 발생합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인체 유래 세포를 배양해 미니장기(오가노이드)를 생산하거나 전자기기를 활용한 인공장기를 만드는 등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고, 최소화하고, 어쩔 수 없다면 고통을 최대한 주지 않는 등의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죠.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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