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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 공화국]"공기 맞춰라" 압박, 처벌은 솜방망이…안전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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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하청·재하청 악순환

시간 쫓겨 무리한 공사 강행
평택 냉동창고 한밤중 화재
감리사도 시공사 눈치보기
근로자 사망 벌금·집유 그쳐

2020년 4월 38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20년 4월 38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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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정동훈 기자] 2020년 4월29일 오후 1시32분께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큰 불이 났다. 우레탄폼 작업과 절단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과정에서 튄 불꽃이 유증기와 만나 폭발하며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불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노동자 38명이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다. 이후 처벌은 어떻게 됐을까.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공사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관계자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공사에서 안전 조치 의무나 감독 의무를 부담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청을 받아 직접 시공한 시공사 건우의 현장소장은 징역 3년, 안전관리책임자는 징역 2년, 건축사무소 소속 감리단장은 징역 1년6개월이 각각 확정됐다. 유족들은 "누구에게 죄를 물어야 하나"라며 울분을 토했다.


공사장에서의 안전사고는 대형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그만큼 안전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함에도 화재·붕괴 등 ‘안전불감’으로 인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건설현장의 하도급 관행, 안전보다는 공기 준수가 우선이 되는 건설현장의 환경, ‘솜방망이 처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달 6일 소방관 3명이 순직한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불이 난 시간은 오후 11시46분께였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무리하게 작업이 이어지다 화재가 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평택시는 "공기 단축을 위해 무리한 밤샘공사 지시와 공사 중 부주의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며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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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시공의 배경에는 하도급 관행 속 ‘공사기간을 맞춰야 한다’는 하청업체의 압박감이 있다.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에서도 불법 하도급 사실이 드러났고,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또한 이 같은 하도급 문제가 불거졌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공사장에서의 화재는 대부분 공기 막바지에 발생한다. 내부마감, 단열시공 등에 불이 날 수 있는 가연성 물질이 많이 사용돼 ‘화재 하중’이 들어오는 것"이라며 "공기에 쫓기다보니 무리한 공사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원청업체인 시공사가 하청업체에 공사를 떠맡기다시피 하는 경우가 많고, 감리사는 시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사현장 사고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안전불감증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했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는 데 그친다. ‘2021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 1심에서 처리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659건 중 482건(73.1%)은 벌금형이었다. 징역형은 118건이 선고됐는데, 대다수(109건)가 집행유예였다. 박 교수는 "대부분 피해자 측과 합의해 처벌받는 경우가 드물고,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 가벼운 처벌을 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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