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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방대 연극영화과가 이래 뜰 줄 몰랐죠? … 수도권서도 기웃거리는 대경대, 김건표 교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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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대, 재학 때 연극 12편 이상 참여해야

졸업 후 1년 심화과정, 대학원 진학률 높여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이동국 기자]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닫는다는 지방대학 위기의 시대. 국내에 많은 ‘출신’ 인재를 배출하며 수도권 학생들의 곁눈을 바로 끌어모으는 한 지방대학의 학과가 있다. 그리고 이 학과를 꾸리는 사령탑이 있다.


지방대에서 연극·영화인을 배출하는 시대를 처음으로 연 대경대 연극영화과는 학과 개설 역사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 27주년을 맞는다.

대경대 김건표 교수.

대경대 김건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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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연극영화과 졸업생들은 대학로와 충무로 등 연극계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 중인 연극인 가운데선 약 65% 이상이 이 학과 출신이다.

연극영화과에도 변화의 바람은 꾸준히 불고 있다. 격변하는 공연 컨셉에 맞춰 대학들은 새로운 수업과 실습을 개척하고 있다.


대경대는 연극영화과 3학년을 마치고 졸업 후 1년 심화과정(공연예술학과)을 도입해 졸업생의 대학원 진학률도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연극영화과와 공연예술학과 학과장인 김건표 교수는 연극과 공연예술분야 전문가로 전국을 무대로 연극교육과 연출, 연극평론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대구세계육상경기대회 시민전야제 총연출을 비롯해 굵직한 축제와 연극 연출을 도맡아 왔다.

지난해 가장 모범적인 축제로 평가받은 ‘2020밀양공연예술축제’ 추진위원장을 거쳐 총예술감독을 맡으며 연극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김건표 교수는 “학생의 사고가 많이 변했고 관심사도 바뀌었는데 교수들이 자만하고 나태해선 안 된다”며 “학생 눈높이에 맞는 교육과 자발적 동기를 갖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극영화과 김건표 교수를 만나 그간의 성과와 미래를 알아봤다.


문: 연극 중심 학과에서 이제는 웹드라마도 자체제작에 나섰다고 하는데?


-연극영화과는 배우중심의 학과다. 연극을 통해 기본기를 익힌다면 특정한 장르의 연기만 해서는 안 된다. 배우로서 표현의 균형성이 중요한데, 1학년에는 몸과 화술, 발성 등 부족한 기본기를 충족하고 2,3학년에서 제작 실습과 전공과목으로 연기표현의 다양성을 익히도록 한다.


방송과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연기 경계를 표현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전공수업에서는 현장전문가와 함께 1년에 1편 이상의 웹드라마, 단편영화를 제작하게 하고 이 과정을 통해 현장의 감각을 익혀나가고 있다.


문: 대경대 연극영화과는 현재 어떤 학생을 뽑나?


-그동안 연극영화과 정원이 70명이었으나 올해부터 40명으로 줄였다. 학령인구 감소에 발상 전환을 꾀했다.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 보다 체계적인 배우 훈련과 정통연극의 묘미를 살리는데 집중하고 연기와 공연스탭, 연출, 작가 분야로 세분화했다.


문: 연극영화과가 대외적인 연극제에서 많은 수상을 했는데 특별한 비결은?


-아마 우리 학과만큼 수상 경험이 많은 학과도 드물 것 같다. 국내 대표적인 연극제에서 대상을 비롯해 작품상, 연기상 등 20여 차례 수상 풍년을 경험했다.


더 특별한 것은 우리학과는 연극대회 참가를 위해 별도의 팀을 구성하거나 연습하지 않는다. 또 연기를 잘하는 감각적인 학생들만 선발해서 내보내지 않는다. 각 학년별로 자율적 참여가 수상의 발판이 됐다고 생각하는데 치열하게 연극은 잘 만드는 것 같다.


문: 수도권 대학도 많은데 왜 많은 학생이 대경대 연극영화과를 선택하나?


-우리학과 학생들은 무엇보다 열정이 크고 소신지원이 많다. 재학 동안 연극 12편 이상 참여하게 되며 학기별 방학기간에도 4~6편의 자율적인 캠퍼스연극제를 학생들이 기획하고 공연한다. 이때 선후배간 유대감도 좋고 그런 분위기에서 배우로, 연극인으로 학습되는 것이 시너지를 가져온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원자들도 많은 편이다. 대경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연극을 열심히 만들면서 전공에만 몰두하고 싶어서 지원하는 학생들도 많이 봤다.


문: 대경대 연극영화과에 현장교수들은 얼마나 되나?


-현재 겸임 강사를 포함해 교수들이 25명 정도 된다. 전임교수를 비롯해 강사와 겸임 선생님들 다수가 현장에 계신 분들이 많고 각 과목별로 철저하게 그 분야의 전문가가 전공을 이끄는 것이 장점이다.


연출과 연기, 무대, 방송연기, 제작실습, 뮤지컬 등에서 모두 전문가들이고 실기와 이론의 균형 감각을 높이고 있다.

연극영화과 공연 모습.

연극영화과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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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최근 밀양아리나(옛 밀양연극촌)에서 재학생 전공자들의 작품이 릴레이 공연으로 열렸는데 어떤 공연인가?


-전공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밀양아리나에서 전공학생들과 2주 동안 전공집중수업을 했고 그 결과를 공연으로 발표했는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생각보다 높았다. 밀양은 연극의 성지다. 전공학생들이 공연과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극장환경도 연극공연에는 최적화 돼 있다.


앞으로 밀양아리나 측과 연계해 시즌별로 집중수업과 기획공연프로그램을 전공자 대상으로만 해볼 생각이다. 연극축제와 밀양아리나 측의 환경 사용시즌을 제외하고는 전공자들한테 일부 개방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문: 문화공연 기획도 많이 해온 것으로 아는데?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고 대학에 임용되면서 시작하게 됐다. 전문분야가 연극평론이고 연극교육과 연출을 한다.


연극분야가 원래 방대하다. 대구가 지역축제가 많은 도시이기도 하고 우리 대학이 역동적인 대학이다. 대학에서 기획처장 등 보직을 하면서 할 수밖에 없었고 잠시 공연이벤트과 학과장을 할 때 학과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한 거다.


그때마다 이슈가 많이 됐는데 당시 정치권에 있는 분이 감각이 탁월하다고 해서 그때 처음 감각이 있는 줄 알았다. 나는 정치권하고 인연이 없는데 그때 함께한 분들이 현 정부에서 일을 한다.


문: 가족 중에도 연극이나 공연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 있나?


-3남1녀 중 막내인 내가 유일하다. 일가 중에는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원장으로 계셨던 김우옥 박사님이 계시지만 사실 영향을 준 일순위를 꼽자면 친형들인 것 같다.


소설과 연극을 좋아하던 큰 형을 따라 어려서부터 연극을 많이 보러 다녔고 작은형도 연극을 꽤나 좋아했던 걸로 기억한다. 작은 형의 어릴 적 친구가 조광화 연출가다.


두 사람은 교회에서 연극을 많이 했고 조광화씨의 원래 이름이 조영규로 초등학교 때부터 봐왔다. 작은형은 일본 히로시마 총영사를 거쳐 탄자니아 대사로 근무중이고 광화형은 연극인이 됐다. 내가 연극을 하면서 힘들 때 광화형이 많은 위로가 됐다.


문: ‘동시대의 연극 읽기’라는 평론집을 펴냈다.


-연극100편을 기록한 책이다. 직업이 연극을 보고 글을 쓰는 일이다. 연극을 올리기 위해서도 많은 땀과 노력이 요구되지만 연극평론도 한 편의 연극을 올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연극을 보고 그 의미를 풀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리뷰의 대상이 되는 작품이 내 몸을 떠날 때까지 치열하게 묻고 쓴다. 최종 원고를 포털사이트 메모장으로 옮겨놓고 마지막 한 음절 때문에도 고민하게 된다.


한문장, 한문단을 써내려가는게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한데, 글이 몸을 떠나면 지워진다. 올해도 연극전공서적과 두 권의 책을 더 준비하고 있다. 내 나이 육십 이전에 책 10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 책 서두에 죽음의 사투를 넘어로 이렇게 시작되는데 어떤 의미인가?


-원래 전공이 연극교육과 연출, 그리고 평론이다. 90년대 초반에는 배우로 활동했고 공연 도중에 급성장혈전괴사로 쓰러졌다. 7개월 동안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다 기적으로 살아났다.


대수술만 네 차례에 했고 주위에서는 다 죽는다고 했다. 그때 아버지의 헌신적인 간호로 살아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공튜브를 목에 오래 삽입하고 있어 수술 후 목소리는 성대로 낼 수 있는 소리의 10%만 낼 수 있었고 식욕이 삶의 세포들과 이길 수 있도록 매일 요리책을 집요하게 들여다봤었다.


치열하고 처절한 재활을 통해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연극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은 죽음과 동일하게 짓눌렀지만 살기위해 연극이야기를 써야만 했다. 이상하게도 글을 쓰고 무대를 바라보면서 잃어버린 감각들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문: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안은?


-입시인구 절벽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 다행히 우리학교는 직업교육과 특성화 대학으로 우수한 대학이다.


학사조정과 교육과정 재설계, 우수한 교수진 초빙 등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대학의 역량을 키우고 고교를 대상으로 홍보 활동까지 이어가며 대학 자체적인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또 ‘1개 학과 1개 기업’ 환경을 유지하고 그 안에서 현장실무를 익힌다. 캠퍼스에는 학과 전문분야를 기업현장과 동일한 실습환경으로 마련하고 있다. 그게 ‘엑스포업 스테이션’, 즉 대경대학교 CO-OP 산학일체형 교육이다.


특수한 학과도 많고 학생 만족도가 높다. 특히 동물사육복지과는 전국에서 최고라 할만하다. 캠퍼스에 동물원실습관이 마련돼 있는데 국내대학 중 우리학교가 유일하다. 지역에선 그 어렵다는 공연예술 관련 학과들을 성공시켜오지 않았나.




영남취재본부 이동국 기자 marisd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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