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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이어 먹는 치료제까지 독차지한 부국들…'백신 격차' 되풀이하나

최종수정 2022.01.19 09:15 기사입력 2022.01.19 05:30

'먹는 치료제'로 코로나19 종식 기대감 높아져
일부 부국이 백신 이어 먹는 치료제 초기 물량 독차지
오미크론 등 변이 부른 '백신 격차' 재현 우려

14일 서울 구로구 한 약국에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입고돼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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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미국 화이자사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처방되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부국이 경구용(먹는) 치료제의 초기 물량을 대부분 차지하면서 '백신 불평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백신 공급 초기, 백신 지적재산권(지재권) 면제를 통해 중저소득 국가의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코로나19 종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결국 논의에만 그치기도 했다.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했고 종식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일부 부국이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먹는 치료제의 초기 물량을 독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영국 등 부국들은 올해 상반기 이용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 화이자사의 팍스로비드와 머크앤드컴퍼니(MSD)의 몰누피라비르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화이자는 올해 2분기까지 팍스로비드 3천만명분을 생산할 예정으로, 미국은 100억달러(약 11조9천억원) 이상을 지불하고 팍스로비드 2천만명분을 구매했다. 미국은 이를 오는 6월과 9월에 각각 1천만명분씩 공급받을 예정이다. MSD의 몰누피라비르는 부국 12개 나라와 중간소득 3개 나라 등 15개 국가에서 860만 명분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MSD는 올해 연말까지 몰누피라비르 3000만명분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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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화이자사의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할 '게임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그간 코로나19 치료제는 링거용 또는 주사제 밖에 없어 병원 입원이 필요했지만 먹는 치료제는 병원에서 투약할 필요가 없어 의료체계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처방받은 약을 집에서 복용하기만 해도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어 편리하다. 팍스로비드 30정의 기준 가격은 530달러(약 63만원)으로 비용이 높지만 병원 입원비 등을 고려했을 때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미국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영국, 한국 등도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사용을 승인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지난해 12월22일 팍스로비드를 가정용으로 긴급 사용을 허가했다. FDA는 "코로나 새 변이(오미크론)가 출현한 중대한 시기에 이번 허가는 코로나에 맞서 싸울 새로운 도구를 제공한다"며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는 고위험군 환자들이 더 쉽게 항바이러스 치료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이자의 임상시험 데이터에 따르면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의 입원과 사망을 예방하는데 90% 효과를 발휘했고, 오미크론에 대해서 효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먹는 치료제의 초기 물량을 일부 부국이 싹쓸이하면서 앞서 겪은 '백신 격차'를 되풀이할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초기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착수했을 때 선진국들은 선 주문을 넣어 국민 1명 당 3회가량 맞을 수 있는 백신 물량을 확보한 바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자 추가접종을 명목으로 다시 '백신 사재기'에 몰두했고, 중저소득국과의 백신 접종률 간극을 넓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인구는 전 세계 59.9%, 저개발국 9.5%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백신 평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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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저소득국의 낮은 백신 접종률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코로나19 종식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 접근성이 낮은 국가에서 발생해 전세계로 퍼져나간 것처럼, 백신 불평등이 새로운 변이 출현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후 빈곤국이 직접 백신 제조를 할 수 있도록 백신 접근권을 개선하거나 백신 기술에 대한 지재권을 면제하는 방법으로 '백신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유럽연합 등이 기업이 의약품을 개발할 동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재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결국 논의에 그쳤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백신 불평등'에 대해 지적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지난 2년은 단순하지만 잔혹한 진실을 보여줬다. 누군가를 뒤처지게 하면 우리 모두가 뒤처진다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을 (백신) 접종하는 데 실패한다면 새 변이가 출현해 국경을 넘어 퍼지고 일상과 경제는 끝없이 중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등하고 공평한 팬데믹 대처가 필요하다"며 "우리에게 백신 평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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