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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배고픈 사람들은 어디로 가나요" 34년 밥퍼 온정, 건물 증축 '갈등'

최종수정 2022.01.19 09:15 기사입력 2022.01.19 05:00

어려운 이 위해 매일 500인분 식사 준비…나눔봉투엔 밥과 3종 반찬, 귤, 마스크 등 담겨
어르신들 "여기 없어지면 안 된다", "어려운 사람들 많다" 입 모아
서울시, 지난달 10일 '시유지 불법 증축' 혐의로 고발
다일공동체 측 "건축허가는 구청의 책임…2009년에 서울시의회와도 합의했다"

18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의 한 지하차도에서 나눔급식이 시작됐다./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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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여기 아니면 우린 어디로 가라고. 배고프고 가난한 사람들 어쩌라고."


18일 오전, 34년째 무료급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의 지하차도. 최저기온이 영하 10도에 육박할 정도의 강추위였지만 눈대중으로도 족히 2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나눔급식이 시작되는 시각은 오전 11시지만, 9시를 갓 넘긴 시각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급식 시작 시각이 다가오자 지하차도 초입에서 시작된 줄은 인근 길가를 빙 두를 정도로 길어졌다.

오늘의 식단은 흰 쌀밥과 제육볶음, 김치, 파래무침. 나눔봉투에는 이밖에도 캔 음료와 귤 2개, 마스크, 수저 등이 함께 담겼다.


오전 9시쯤 다일복지재단(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본부)의 자원봉사자들은 조리된 밥과 반찬을 옮겨 담기에 바빴다. 5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오전 6시부터 서둘러 준비를 시작했지만, 주방 안쪽에선 여전히 조리 중이었다.


이곳에서 봉사한 지 3년째가 됐다는 A씨(여)는 "3년 가지고는 명함도 못 내밀어요. 여기 오래하신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말했다. 기부로 이곳에 온정을 전하던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손이 모자란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부족한 김치를 채워 담은 후, 행주로 주방을 깔끔히 닦아 정리했다.

18일 오전 10시 자원봉사자들이 밥퍼본부의 주방에서 분주하게 급식을 준비하고 있다./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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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눈도 안 마주치던 어르신들이 눈빛부터가 달라졌어요. '우리가 당하면 안 되겠다', '얼마나 고마운데 이걸 없애려고 하냐'면서요."


서울시가 '시유지 불법 증축'을 이유로 다일공동체를 고발했다는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17일, 김미경 밥퍼본부장은 어르신들의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사실 어르신들이 뉴스를 못 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본부장에게 이유를 묻자, 그는 "여기에 오시는 분들 다 힘든 분들인데, 괜히 걱정거리를 만들어주고 그러면 안 되잖아요"라고 답했다. 마스크 너머로도 그의 걱정스런 표정이 드러났다.


김 본부장은 이곳에 나온 지 올해로 20년째. 지난 2002년 자원봉사자로 이곳과 연을 맺은 이후,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근무를 하게 됐다.


식사를 기다리던 어르신들은 '서울시의 고발 보도를 보셨냐'고 묻는 기자에게 저마다 한마디씩 건넸다.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는 김모씨(여·80대)는 "서울시가 잘못했지. (건물) 완성돼야지, 그걸 왜 방해하냐. 여기 다 힘든 사람들이다, 굶주린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왔다는 B씨는(남) "이렇게 우리한테 밥 주는 데가 어딨냐. 이런 걸 없애면 안 되지. 안 돼, 안 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르신들께 나눠드릴 나눔급식. 봉투 안에는 밥과 세 가지 찬, 귤 2개, 음료, 마스크, 수저 등이 들어있다./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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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도착해있던 C씨(여)에게 '1등으로 오셨네요'하고 말을 건네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몇시에 오셨냐'고 물으니 "전화도 없고 시계도 없어서 몰라. 어두울 때 나왔어, 어두울 때, 아침"이라고 답했다. 그 뒤를 이은 다른 어르신은 "집에서 (오전) 7시에 나왔다"고 답했다.


급식 나눔 30분 전, 관계자가 어르신들의 체온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주거지·연락처가 불분명하거나 전자출입명부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바코드가 붙여진 이름표를 지급해 출입명부를 작성하기도 했다. 신분증을 가지고 가서 백신 접종 현황에 대해 말해주면 현장에서 바로 발급된다. 바코드를 제시해야 나눔급식을 받을 수 있다.


자원봉사자 사이에선 분업이 확실하게 이뤄졌다. 제일 앞에 선 자원봉사자가 봉투 바닥에 제일 무거운 밥을 담아 건네면, 그 다음 봉사자는 반찬과 귤 2개, 캔 음료를 봉투에 넣는다. 이를 넘겨받은 다음 봉사자는 수저와 마스크를 넣어 봉투 입구를 야무지게 묶었다.


오전 11시가 되자 김 본부장이 나와 마이크를 잡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가 "안녕하셨어요?"라고 하자 가벼운 박수가 돌아왔다. 이후 급식 나눔이 시작되자, 어르신들은 바코드를 찍어 출입명부를 작성한 뒤, 봉투를 받아 저마다 흩어졌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554번지 일대에 세워진 다일복지재단의 밥퍼나눔운동본부. 건물 오른쪽에 증축 공사가 중단된 모습이 보인다./박현주 기자 phj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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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달 10일 서울시는 시유지에서 무단으로 증축 공사를 했다는 이유로 최일도 다일공동체 대표(목사)를 동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로 인해 증축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100~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을 200명 이상이 이용 가능하도록 증축하는 공사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도시락을 배급하지만, 이전에는 건물 내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최 목사는 17일 서울 동대문구 다일천사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증축은 동대문구청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며 당황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구청이 공사중지 명령을 내린 건 인근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지 서울시가 주장하는 시유지와는 관련이 없다"며 "건축허가는 구청의 책임인 만큼 서울시가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지난) 2009년에 지금의 자리에 임시 건물을 세울 때 서울시의회도 합의했었는데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이어 "문제가 안 될 걸 문제 삼은 서울시가 고발을 취하하지 않으면 가난하고 헐벗은 이웃을 대신해 거리로 나서 투쟁하겠다"며 "그래서 감옥에 가면 가문의 영광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밥퍼본부는 지난 1988년 11월부터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 나눔급식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009년부터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554번지 일대에 건물을 짓고 매일 오전 11시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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