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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메타버스가 새로운 삶의 영역이 되기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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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메타버스가 새로운 삶의 영역이 되기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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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을 금방 집어삼킬 듯했던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의 기세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와 함께 체감상 한풀 꺾인듯하다. 그러면서 메타버스가 환상이 아니냐는 회의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온·오프라인이 융합된 새로운 경험은 경험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는 것을 넘어 오프라인 오피스를 없애거나 온라인으로 출근하는 조직들도 요즘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 열 살 안팎의 아이들은 온라인 교실과 수업이 학교생활의 표준으로 경험하고 있다.

전통적인 주류 세계관은 근대화 기술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특히 시간과 공간의 합리화에 기초한 정체성이란 개념은 근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표준으로 작용했다. 시간이라는 개념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불안정한 미래를 균질하게 구분시키고 안정적으로 순환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리고 이런 시간은 다시 효율성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현대의 수 많은 급여체계는 시간이란 개념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과 유능한 사람이라는 판단 역시 시간 대비 효율성이라는 관념을 벗어나서 성립하기 어려운 상식이 됐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근대 서양인들은 무한정한 공간을 축소시켜 인식할 수 있게 해준 세계지도는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자신감은 이후 식민지 쟁탈전과 남의 나라 국경을 쓱하고 그어버리는 담대한 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런 공간에 대한 합리화는 예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회화의 원근법은 정확하게 공간을 분할해 인식하는 공간 합리화의 산물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크게는 우주에 대한 모형에서 작게는 유전자 지도, 심지어 온라인의 구성까지 사이트맵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인식의 표준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시간과 공간의 합리적 인식 주체로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부각시켰다. 세상의 기준이 되는 사람이기에 누구나 고유한 인권이라는 표준적 권리를 의심할 여지가 없는 실체라고 여겼다. 결국 표준이라는 것은 고귀함이라는 가치와 통제력이라는 능력의 기반이었다.

근대적인 인식의 주체와 이런 주체들을 구성하는 표준들이 메타버스에서는 원활하게 호환되지 않는다. 즉 근대 문명 밖의 현상인 것이다. 대체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표준이 호환되지 않는 대상들은 야만적이거나 어리석어서 통제돼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근대 사고의 습성 중 하나다. 근대 유럽인들은 비유럽문명들을 게으름, 쾌락, 어리석음, 저능함 등의 용어로 평가절하 하거나 불가사의함 혹은 신묘함이라는 유보적 평가를 하기도 했다. 지금 일각에서 제기되는 메타버스 현상에 대한 회의론은 과거 유럽인들의 비유럽 문명에 대한 평가와 너무도 유사하다.


메타버스를 새로운 생활 영역으로 포섭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것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에서 시간은 현실의 시간을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새로운 표준을 만들 것인가. 공간에 대한 추상적 이해도구로 동서남북의 대안은 무엇이 될 것인가, 그리고 그 안에서 존재하는 아바타는 오프라인의 주체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


이런 논의는 공허한 인문학 놀음이 절대 아니다. 가깝게는 메타버스와 친숙한 젊은세대의 노동의 가치문제이자 좀 멀게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질서와 관련되는 요인들이다. 메타버스시대의 리더가 되려는 이들이라면 피해갈 수도, 피해서도 안되는 이슈다.


이장주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저자·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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