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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지금 대한민국에서 아기를 낳으면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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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언론인·문화비평

[톺아보기]지금 대한민국에서 아기를 낳으면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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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해당하는 답은 두 가지다. ‘바보’ 아니면 ‘애국자’.

우스갯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저명한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교수가 내린 결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최 교수의 말인즉슨 요즘 젋은이들의 입장에서 결혼하고, 아·기를 낳아 기르는데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아무리 계산을 해 봐도 아이를 낳는 것이 결코 현명한 일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과 높은 주택가격, 열악한 육아 조건 등을 감안하면 아이를 낳는 것은 크나큰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다. 최 교수는 “진화생물학자의 관점에서 작금의 저출생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큰 희생을 감내하고 아이를 낳는 사람은 진정한 애국자”라고 진단한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내년부터 신생아들에게 출생 초기 필요물품과 서비스 구매를 위한 200만원의 바우처, 이른바 ‘첫 만남 이용권’을 지급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하지만 젊은층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이런 단편적인 지원으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이 처한 저출산 문제의 원인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난 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고령화로 사망이 늘면서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현실화됐다. 저출산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한 것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적당한 나이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 낳아 가정을 꾸리는 것이 과거의 보편적 결혼관이었지만 지금 MZ세대는 그런 것에 개념치 않는다. 개인의 행복과 자아 실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최근 발표한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기혼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020년 24.6세로 2015년 24.2세보다 0.4세 높아졌다. 산업화와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으로 보편적 결혼관은 약화되고,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가치관이 변화한 결과다.


게다가 고용불안,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해 결혼을 큰 부담으로 여기는 20~30대가 늘고 있다. 안정된 일자리를 잡으면 결혼하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취업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결혼해 살림을 차릴 주거문제가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데 어디 집값이 한두푼인가 말이다. 결혼 인구가 줄어들고 결혼 연령이 높아지니 첫 아이를 낳는 연령도 늦어진다. 한국은 출산 여성의 첫째 아이 출산 연령이 32.3세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첫째 아이 출산 연령이 높아진다는 것은 혼인 후 가임 기간 자체가 짧아진다는 뜻으로 전체 출생아 수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더 문제인 것은 결혼한 여성들 중에서도 비출산을 선호하는 추세가 점점 강해진다는 점이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15~49세 기혼여성 606만3000명 가운데 현재 자녀가 없는 46만 5000명(7.7%)이 현재 아이가 없으며 앞으로도 아이를 나을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29만명(4.2%)에 비해 17만 5000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결혼은 점점 늦어지고, 결혼한 여성들 중에서도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이 점점 늘고 있으니 합계출산율이 매년 최저치를 갱신하는 것은 불가피한 결과다.

그렇다면 결혼을 빨리 하게 만들고, 빨리 아이를 낳게 하면 해결 될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게 어디 간단한 일인가.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은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4억원 가까이 된다는 통계도 있다. 믿고 맡길 보육시설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여성들은 양육의 부담을 온전히 떠안고, 사회 경력을 포기해야 하는 벼랑 끝에 몰릴 수 밖에 없다. 차라리 출산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답은 나와 있다. 양질의 일자리, 안정된 주거,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 보육시설 확충 등 전반적인 사회환경을 개선한다면 저출산 문제는 서서히 해결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개인과 가정이 떠맡고 있는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사회 전체가 골고루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저출산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가 된 만큼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불안을 정부, 기업, 사회가 나서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푼돈’으로 해결할 일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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