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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임신해서 피해주냐" 폭언한 어린이집 원장…저출산 대책 역행하는 갑질

최종수정 2021.12.03 09:41 기사입력 2021.12.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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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요청했다고 폭언하고 퇴사 압박
한국, OECD 19국 중 육아휴직 사용률 가장 낮아
전문가 "선택 아닌 누구든 눈치 안 보고 이용할 수 있어야"
"사업주 처벌보단 육아휴직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중요"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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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서울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이 육아휴직을 요청한 보육교사에게 "피임을 왜 안 했느냐", "임신해서 민폐 준다" 등 폭언한 사실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원장은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줄 수 없다고 거절하는가 하면, 보육교사가 결혼·출산할 줄 알았다면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란 취지의 발언도 했다. 육아휴직은 저출산 위기를 해결할 대표적인 제도지만, 해고 등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하는 직장인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전문가는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자에 대한 정부 부처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어린이집 육아 휴직 거부 신고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보육교사 A씨는 최근 어린이집 원장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고 육아휴직을 요청했으나 원장으로부터 폭언을 들은 사연을 털어놨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A씨는 지난 9월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10월 원장에게 이를 알렸다. 어린이집 개원 때부터 1년 넘게 근무해 온 A씨는 "근무한 지 1년이 넘어 법적으로 육아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상태였고, 11월19일부터는 산전 육아 휴직도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1일 YTN 보도에 따르면, A씨와 원장의 대화 녹취에서 원장은 "피임을 했어야지, 아니 그게 계획을 한 거야, 무계획이지", "피임을 하면서 조심할 줄 알았다"라며 A씨를 책망했다. 또 원장은 "선생님(A씨)이 결혼한다고 그랬으면 난 오래 같이 못 있었어"라며 결혼 계획을 알았다면 A씨를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란 취지의 발언도 했다.

A씨는 동료 교사들로부터 원장이 "계획 없이 피임도 안 하고 임신해서 피해를 준다", "임신한 게 유세냐" 등 A씨에 대한 험담을 한 것을 듣기도 했다. A씨는 "요즘 같은 시대에 보육을 담당하는 어린이집에서 육아휴직 거부, 폭언하는 어린이집이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출근하는 직장인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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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으로 인구 감소 위기가 심각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육아휴직 등 복지제도 이용은 여전히 쉽지 않은 현실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을 위한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대상자는 총 31만9101명이었으나, 이 중 실제 육아휴직을 쓴 사람은 21.6%(6만8863명)뿐이었다. 출생아 100명당 여성은 21.4명, 남성은 1.3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는데, 육아휴직 정보가 공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국 중 한국은 육아휴직 사용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등 가족돌봄 제도를 활용한 뒤 직장에서 불이익을 겪은 경우도 있었다. 국내 대표 식품기업인 남양유업은 지난 9월 육아휴직을 쓴 직원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SBS 보도에 따르면, 2002년 남양유업 광고팀 대리로 입사해 팀장에 오른 B씨는 2015년 육아휴직을 낸 뒤 보직 해임됐고, 복직 후에는 물류창고로 발령 난 뒤 단순업무만 했다고 주장했다.


SBS가 공개한 녹취에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B씨 인사에 대해 부당한 지시를 하는 발언이 담겼다. 녹취 속 인물은 "빡세게 일을 시키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강한 압박을 해서 지금 못 견디게 해"라며 다른 직원에게 B씨가 자발적으로 퇴사하게끔 압박하라는 취지로 말한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 또는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육아휴직 신청을 허용하지 않거나, 육아휴직 후 복귀한 근로자에게 같은 수준의 업무·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도 5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실제로 육아휴직 사용 후 부당 처우를 당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사업주가 처벌받는 사례는 극히 적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고용노동부(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육아휴직 관련 진정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 8월까지 고용부에 접수된 육아휴직 관련 신고 603건 중 실질적으로 조치가 이뤄진 경우는 98건(16.3%)에 불과했다. 처벌 수위가 가벼울뿐더러, 사업주의 부당 행위를 근로자가 입증해야 하는 등 법적으로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육아휴직 등으로 인한 부당 처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왜 임신했냐' 등 폭언을 하면서 괴롭힌 상황에서 그 근로자는 다시 복직해도 직장을 다니기 쉽지 않다"라며 "육아휴직은 이를 지키지 않은 사업주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용부 등 정부 관련 부처에서 사업주에게 육아휴직 대상자를 공지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노동법 교육을 통해서 육아휴직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줘야 하는 당연한 복지제도라는 인식의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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