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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EU엔 "철강 무관세 물량 年 3% 확대"…'미·중 줄타기' 한국은 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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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에 美 제소한 EU·日과는 철강 협상 타결 및 개시
'미·중 줄타기' 韓과는 협상 개시조차 안해
내년 상반기 이전이 '골든타임'…합의 못하면 가격 경쟁력 저하, 美 시장 특수도 못누려
"韓, 미국의 대중 포위망 구축 적극 협력해야"

美, EU엔 "철강 무관세 물량 年 3% 확대"…'미·중 줄타기' 한국은 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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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미국이 유럽연합(EU)과의 철강합의를 통해 무관세 수입물량을 연간 3%씩 늘리는 방안을 허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EU와 철강 관세 분쟁을 매듭지었는데,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살펴보니 예상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미국은 일본과도 협상을 시작한 상황이어서, 우리나라가 서둘러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미국 시장에서 우리 철강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내 대기업이 4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내놨음에도 정부가 EU, 일본에 밀려 미국에서 철강 합의조차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적잖다.


◆EU엔 "무관세 쿼터 年 3% 확대, 물량 이월"=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는 미국과의 철강 분쟁 합의에 따라 시황 등 일정 조건을 갖추면 대미 무관세 수출 쿼터(할당량)를 연간 3%씩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 EU, 일본 등 외국산 철강에 관세 부과 및 수출 쿼터 제한에 나섰는데 미국과 EU는 지난달 철강 관세 분쟁을 타결했다. 기존 한-미 철강 합의와 비교하면 EU의 대미 수출 조건이 훨씬 유리하다.


미-EU 철강 합의에 따르면 EU는 2015~2017년 3년간 연 평균 수출 물량의 75%(연간 330만t)를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데, 이 쿼터를 상황에 따라 확대 또는 감축하는 게 가능하다. 쿼터를 초과해도 관세 25%를 부과받는 조건으로 물량 제한 없이 수출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2015~2017년 연 평균 수출량의 70%(연 263만t)를 무관세 쿼터로 받아 EU 보다 5%포인트 낮다. 또 쿼터 초과시 추가 수출은 불가능하다. 쿼터 추가 확대 여지도 전혀 없다.

EU는 분기별 쿼터를 채우지 못해도 4% 한도 내에서 다음 분기로 물량을 넘겨 수출할 수 있다. 이 역시 우리는 불가능하다. 미국은 EU의 요구가 있으면 반드시 추가 협상에 나서야 하지만 한국과는 협상 의무가 없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철강 수요 확대로 철강값이 치솟는 가운데 미국이 EU에 이어 일본과도 비슷한 조건으로 철강 분쟁을 타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소한 미국의 같은 우방국인 EU, 일본과 유사한 수준으로 철강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 철강기업의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반중 연대' EU·日은 美 철강 특수…'미·중 줄타기' 韓, 협상 골든타임만 '재깍재깍'=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이 EU, 일본과는 달리 한국과는 철강 분쟁 협상에 나설 별다른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 정부는 공급망 등 경제·안보 분야 전반에 걸쳐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번 EU, 일본과의 철강 분쟁 합의 및 협상 개시도 대중 견제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EU와의 철강 관세 분쟁 합의와 관련해 "더러운 중국산 철강"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탄소 감축 노력을 하지 않고, 공급 과잉을 초래한다는 이유인데 여타 국가가 중국산 철강을 가공해 수출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다.


미-EU 철강 합의문에는 '비시장(non-marktet)', 미-일 철강 합의 개시문에는 '중국(China)'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미·중 사이에서 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해 온 한국과는 미국의 협상 의지 자체가 떨어질 수 있고, 우리 정부도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미국과 철강 분쟁 합의에 나서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미 철강분쟁 협상은 시작조차 안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가 협상의 '골든타임'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통상 전문가는 "한국은 내년 3월 대선으로 어수선하고, 미국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제조업 노동자 등 표심 이탈을 우려해 협상에 더욱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상반기 이전에는 한미 철강 분쟁 협상을 완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자동차 등 일부 산업 중심으로 철강 232조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중서부 내수용 열연코일 선물 가격은 2020년 6월말 t당 488달러에서 올해 11월30일 기준 1610달러까지 치솟는 등 1년 반 동안 3배 넘게 급등했다. 이에 따라 미국 주요 철강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30%대로 포스코(17.3%)의 두 배에 육박한다. 철강 수요 급등으로 철강값이 치솟자 수요기업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철강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중 포위망 구축에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의 대중 견제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는 EU, 일본은 철강 분쟁에 합의한 반면 '안미경중'이라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한국은 철강 합의 조차 이끌어내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미중 갈등 고조로 경제 분야에서 피해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미국의 움직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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