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신고 후에도…여전한 가상화폐 상장빔

하루에만 3000% 넘게 치솟고 급락하기도
"특금법에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법 준하는 규제 필요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금융당국의 규제 안에 포함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상화폐는 상장할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상장빔’을 보였다. 상장빔을 노리는 투자자도 나타나는 등 피해가 우려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에이브와 1인치네트워크는 27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했다. 문제는 상장하자마자 엄청난 등락폭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시초가가 34만6650원이었던 에이브는 상장하고 1분 만에 88만원으로 급등한 후 곧바로 57만원대로 떨어졌다. 1인치네트워크도 시초가가 4165원이었지만 2만3300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후 6800원대로 하락했다.

특금법 개정안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가 이뤄지면서 이전과 같은 변동성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가상화폐를 매매하는 투자자들의 신원을 수집해야 하는 고객확인제도(KYC)를 시행하면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업비트와 코빗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신고서 수리증을 수령하고 관련 규제를 이행 중이다.

그럼에도 가상화폐가 상장하자마자 급등하는 소위 ‘상장빔’ 현상은 최근에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15일 업비트에 상장된 누사이퍼가 대표적 예다. 시초가가 314원이었던 누사이퍼는 상장 당일 1만원까지 치솟으며 하루 사이 3085% 급등했다. 1000원대로 떨어지는 데 6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상장빔을 노리는 투자자도 많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9시40분 기준 업비트에서의 1인치네트워크 거래대금은 2조8645억원에 달했다. 1인치네트워크의 상장 전날 업비트 전체 거래대금이 약 4조5032억원이었다.

이렇다보니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도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다. 누사이퍼 상장 당시 투자했던 김진경(29·가명)씨는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비교적 잠잠했기 때문에 단타를 통해 차익을 얻으려 했다”며 “하지만 순식간에 떨어지는 바람에 대응도 하지 못해 큰 손실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가상화폐 상장 역시 주식처럼 여러 기관이 참여해 공모가를 매기는 등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의 경우 상장주관사에서 기관투자자의 수요 예측 결과를 보고 발행사와 협의 후 공모가가 정해진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모가를 매기기 위해선 특금법에 그치지 않고 더 촘촘한 체계가 필요하다”며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규제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