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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독자 기술 확보…우주가 한국 영토로 들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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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1차 발사 2% 부족한 사실상 성공
우리 기술로 자주적 우주 수송체 확보 큰 의미
우주산업 지원 및 생태계 육성도 성과, 남은 과제도 산적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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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1일 대한민국 '우주 독립'의 꿈을 실은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2)'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하지만 마지막 위성 모사체 궤도 진입에는 실패해 2% 부족한 성공이라는 평가다.


2010년 개발이 시작돼 1조9570억여원의 예산을 들인 누리호는 100% 국산 기술로 완성됐다. 이번 발사로 한국은 1t급 이상 실용 위성을 우주에 보낼 수 있는 발사체 기술을 전세계에 과시해 7대 우주강국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독자적 우주발사체 확보는 국가 안보ㆍ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국제 우주 개발에도 당당히 참여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민간 우주 산업 활성화 등 경제적 영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과제도 많다. 조속히 성능을 개량해 우주발사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미국이 묶어 놓은 '족쇄'도 풀어야 한다. 정부의 우주 정책도 전담 기구 신설 및 민간 부문 활성화 등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 세계 7대 우주 강국의 기준은?

▲ 현재 우주발사체를 보유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유럽연합(프랑스), 이스라엘, 이란, 북한, 우크라이나 등 10개국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누리호가 성공하더라도 한국은 11번째 우주발사체 보유국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이란, 북한, 우크라이나의 경우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이어서 우주발사체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누리호는 1.5t의 화물을 탑재해 최대 700km의 고도에 올려 놓을 수 있는데, 1t급 이상의 실용급(중형급) 인공 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유럽연합 등 6개국 밖에 없다. 한국은 누리호의 성공 발사로 세계 7대 우주 강국에 오르게 됐다. 여기에 한국은 이미 2.5t의 대형 급 '천리안 위성', 차세대 중형 위성 등을 자체 개발하는 등 위성 제작 부분에선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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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발사체 필요한 이유는?

▲ 세계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국력 과시나 호기심 충족 차원에서 초강대국들만 벌이던 게임이 아니다. 실질적인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우주 개발에 나서야 할 필요성에 제기되고 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소행성ㆍ우주 쓰레기로부터 자국의 위성ㆍ국토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관측ㆍ제거를 위해선 위성을 발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통신ㆍ군사ㆍ경제적 측면에서도 독자적 우주 발사체의 필요성은 시급하다.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각국들은 차세대 먹거리인 위성인터넷ㆍ6G 등 초고속 위성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연 1000여개가 넘는 위성을 쏘고 있다. 자율 주행 기술ㆍ인공위성(AI)ㆍ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이 본격 개발되면서 지구 관측 정보를 활용한 위성 빅데이터나 독자적 위성항법시스템(GPS)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도 2030년까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를 비롯한 100여개의 위성을 쏘아 올릴 예정이다. 민간업체들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컴그룹 등이 위성 제작ㆍ발사ㆍ서비스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갈수록 고갈되는 지하 자원을 확보하고 인류의 먼 미래를 내다 보기 위해 우주 자원 개발ㆍ심우주 탐사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이 50여년 만에 달 유인 탐사를 재개하고 중국이 화성 탐사에 나선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의 독자 우주발사체는 이러한 국제 우주 개발 협력 체제에서 파트너로 인정받고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허환일 충남대 교수는 "앞으로 우주에서의 안보도 굉장히 중요해 질 것이다.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은 물론, 러시아, 일본, 중국이 모두 우주군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우리 공군도 2050년까지 항공우주군으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는 데 독자 우주 발사체를 통한 자주적인 우주 상황 감시ㆍ통신ㆍ대응 능력ㆍ위치정보확인 능력 등의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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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적 우주발사체 기술 확보

▲ 누리호 개발의 가장 큰 목표였고, 100% 국산 기술로 개발됐다. 37만개의 부품 하나 하나가 모두 한국 기술진들에 의해 설계ㆍ제작ㆍ조립됐다. 그 중에서도 로켓 엔진과 추진제 탱크, 페이로드 페어링 등 '3대 핵심 기술'은 우주 발사체의 원천 기술로 중국ㆍ일본 등의 우주 선진국조차도 초기엔 다른 나라의 기술을 도입해 겨우 성공했을 정도의 난이도가 높은 기술들이다. 3300도가 불꽃을 내뿜는 75t급 엔진은 나로호 프로젝트 때 개발한 30t급 시제 엔진에서 시작됐다. 항우연은 미국ㆍ러시아의 고전 교과서를 뒤지고 해외 박물관의 고물 엔진들을 찾아 보며 기술을 익히고 실험을 한 끝에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총 33기의 시제품을 만들어 184회 1만8290초 동안 연소시험을 반복한 끝이었다. 게다가 까다롭기 그지 없다는 4개의 엔진을 하나로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까지 습득했다. 추진제 탱크도 수많은 시행 착오 끝에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2mm 안팎의 얇은 알루미늄 특수 합금으로 영하 183도의 극저온 액체산소를 담아 내고 대기압의 6배에 달하는 내부 압력과 외부의 힘을 견뎌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보다도 훨씬 높은 정밀도와 고도의 용접 기술, 뛰어난 집중력이 필요했다. 우주발사체의 '화룡점정'인 페이로드 페어링(위성 보호 덮개)' 기술도 우주강국들이 '극비'로 분류하는 첨단 기술다. 열과 진동과 소음, 바람, 중력 등 극한의 외부환경으로부터 탑재된 내부의 인공위성을 보호하고 정확한 타이밍에 알맞은 힘으로 분리되어야 한다. 항우연은 200회 이상의 분리 실험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 가면서 수정을 거듭해 2013년 1월 나로호 3차 발사 성공을 계기로 마침내 기술을 확보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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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리호의 한계와 과제

▲ 현재 한국형 발사체는 미국에 의해 우주발사체 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상태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수출통제정책(ITAR)에 따라 한국형 발사체에 탑재하는 위성에는 미국산 고성능 부품을 쓸 수 없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해 2030년까지 달 착륙탐사선을 보내겠다고 공언했지만, 미국이 부품을 내주지 않으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개발 중인 달 착륙탐사선 제작이 불가능하다. 타국의 위성도 마찬가지다. 또 성능ㆍ신뢰도 면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생아 수준이다. 세계 우주 시장은 지금 스페이스X 등 민간 우주 업체들이 뛰어 들면서 격변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스페이스X 등 민간업체들은 재활용 가능한 고성능ㆍ고효율ㆍ친환경 우주발사체들을 개발해 1회 발사 비용이 곧 2000만달러 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 유럽항공청(ESA), 중국, 일본 등은 달 자원 개발, 화성 탐사, 우주 태양광 발전 등에 대비해 심우주 탐사용 초대형 로켓을 개발 중이다. 누리호는 1.5t의 중형 위성 1개를 고도 700km에 올릴 수 있는 수준에 그친다. 그대로 놔두면 누리호는 영원히 '창고'에 박혀 있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 '우주 개발' 프레임 바꿔야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차기 발사체 사업을 가속화해 성능 개량을 통한 시장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2조200억원대의 차기 발사체 사업을 계획했지만 올해 6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6000억대 추가 발사체 개발 사업만 통과됐고 성능 개량 사업은 보류됐다. 내년 대선 후 다시 심사가 이뤄질 예정인데, '대담한 도전'을 거론하며 스페이스X의 팰컨9 등과 맞먹는 수준의 기술을 갖춰야 하다는 요구도 있는 반면 연구 현장에선 현실론을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 조속히 방향과 속도를 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 이 기회에 한국 우주 개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개발(R&D)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우주 개발 정책의 한계가 명확하니 개선해야 한다는 . 즉 매년 선거 때마다 정책이 달라지는 등 연속성이 없고, 대형 사업 때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며, 1~2년만 되면 공무원이 바뀌어 행정ㆍ기술 조직간 갈등이 심각하다. 예산을 찔끔찔끔 투입하다 보니 나로호, 누리호 모두 12년이나 걸렸다.


결국 국가우주위원회나 우주청 등 전문 조직을 신설해 기획ㆍ예산을 일원화하고, 제작ㆍ개발 등 실무는 민간에게 차츰 위임하는 식의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허환일 충남대 교수는 "나로호와 누리호 개발에 12년씩 걸렸는데, 타국과의 경쟁이 본격화된 현재의 시점에서는 전혀 경제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며 "단기적으로 예산을 집중 투자하고 개발을 조기에 끝낼 수 있도록 우주 거버넌스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중국은 우주 개발 인력이 30여만 명에 달하고 일본 조차도 1만명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의 항우연 직원은 1000명도 안 되고 그 중 항공을 빼면 우주 쪽은 수백명에 불과하다.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도전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한국형 우주발사체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수출통제정책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허 교수는 "미국이 후발주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체제인데 워낙 스페이스X 같은 민간 기업에서 치고 나가니까 우리나라 입장에선 여지가 생겼다고 본다"면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나 루나게이트웨이 건설 등 국제적 우주 개발 협력을 통해 풀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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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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