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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갈등下]떠나는 임차농에 가구수 급감…마을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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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태양광 설치 허가면적
작년 1489만㎡, 1년새 두배 가까이 늘어

태양광 급속 확산에 땅값 급등
귀촌 막고 임차농 농사터 잃기도
인구소멸 위기, 감소세 가팔라

[신재생에너지 갈등下]떠나는 임차농에 가구수 급감…마을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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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산은 갈등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해체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농사 지을 땅을 잃은 농민들은 마을을 떠나고 상대적으로 귀해진 농지 가격이 뛰면서 귀농까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지방 소멸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태양광 설치허가 면적은 1489만㎡로 2019년(751㎡)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신규 허가 면적은 2016년 211만㎡, 2017년 401만㎡, 2018년 682만㎡로 급격히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누적 허가면적은 2015년 896만㎡에서 2020년 4433만㎡로 394.8% 증가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도에는 설비용량 기준 수치만 있어 1㎾당 13.2㎡ 곱해 태양광 허가면적을 추산했다"며 "경작지 등에 설치한 태양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평야 지대인 전남지역의 태양광 면적 확대는 농지 감소를 뜻한다. 이는 농지가를 비롯해 임차료 등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태양광이 급속 확산되고 있는 지역의 땅값은 급등하고 있다. 전남 영암군의 한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군내 간척농지의 경우 3.3㎡(1평)당 2018년에는 3만~4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8만5000원까지 뛰었다. 임차료로 오르고 있다. 1500평(4958.7㎡) 규모 논 1개를 농사 짓기 위해 임차농이 빌리는 경우 연 임차료는 2018년 150만원에서 현재 200만원으로 상승했다. 시종면 주민은 "농지 임차료가 오르면서 임차농의 수익이 줄어들고, 아예 연 900만원을 주는 태양광 사업자에게 땅을 빌려주는 땅 주인들이 늘고 있다"며 "수익이 급격히 줄거나 농사 지을 땅을 구하기 어려워진 임차농들이 지역을 떠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지면적은 2010년 171억5000만㎡에서 2019년 158만1000만㎡로 연평균 0.9% 감소한 반면, 농촌의 태양광 농지전용 면적은 같은 기간 42만㎡에서 2555만㎡로 연평균 57.8% 늘었다. 농지가 태양광 발전소로 바뀌면서 전체 경지면적이 줄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인구감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통계를 보면 올 9월 기준 전남 주민등록인구는 183만5690명이다. 지난해 말(185만1549명)보다 0.9%(1만5859명) 줄어든 것으로 전국 평균(-0.3%)보다 감소세가 가파르다. 급격한 인구 감소에 전남은 전국 17개 시도 중 경북과 함께 가장 많은 16곳이 인구감소 지역으로 최근 지정됐다.

인구감소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영향이 크지만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학철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반대 전남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농사 짓는 농민 70%가량이 땅을 빌려 임차료를 내는 임차농인데 태양광에 밀려 농사 지을 땅을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태양광 광풍에 논·밭 땅값이 급등하면서 귀촌하려는 젊은층도 농촌에 터를 잡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태양광 확대가 얼마나 지역 소멸을 가속화시켰는지 보여주는 구체적인 통계는 아직 없지만 태양광이 임차농을 몰아내고 젊은층의 귀촌 장애물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보라미 전남도의회 의원은 "태양광이 ‘지역의 차세대 먹거리’라는 말은 농민 입장에선 안 맞는 얘기"라며 "탄소중립을 위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농지 등 지역민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방식은 가뜩이나 인구 감소세가 급격한 지역의 소멸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영광군 백수읍의 염전마을은 이미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약 40만평에 달하던 염전 중 25만평이 이미 태양광으로 덮히자 염전을 빌려 소금을 만들기 힘들어진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가구수는 60가구에서 20여가구로 줄었다. 내년이면 남은 염전 대부분에도 태양광이 설치될 예정인데 이럴 경우 염전가구는 1~2가구만 남게 된다. 태양광이 들어서며 3.3㎡당 4만~5만원 수준이던 땅값은 12만원까지 올라 있다.


농촌연구원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자가 토지를 장기 임차할 경우엔 임차농보다 더 높은 가격에 임차하기 때문에 기존 농지에서 영농활동을 하고 있는 임차농은 농지 임차가 불가능해지므로 영농활동 지장과 이에 따른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경우 임차농의 소득 저하와 농지 훼손 및 농산물 생산에 지장을 초래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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