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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헌영의 데이터혁신] 플랫폼 기업과 혁신, 그리고 사명

최종수정 2021.10.21 15:03 기사입력 2021.10.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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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치 인정받는 시장이지만
독점과 규제 논란 끊이지 않아

소상공인 라이더 생명 위협받는
혁신의 그늘 더 이상 커져선 안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 지속해
세계에 자랑할 협력 모델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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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라쿠배당토’. 신조어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가고 싶은 직장이란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토스라는 회사 이름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여기에 직방, 야놀자를 추가하는 유사어도 있다. 모두 정보기술기업이고 현재보다는 미래가치가 훨씬 높은 기업이다.


이 회사들은 모두 플랫폼 기업이라는 특징이 있다. 더 많은 이용자가 있어야 이용자 서로가 좋은,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니 플랫폼 독점에 실패하면 사업에 성공했다고 할 수가 없다. 당연히 독점규제, 이용자 보호 정책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데 앞장 서 온 유럽에 이어 미국도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토종 플랫폼 기업이 없는 유럽하고는 차원이 다르고, 그렇다고 미국 따라 나섰다가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국산 브랜드 플랫폼이 고사할까봐 난처한 입장에 있다. 이 와중에 골목시장까지 진출하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 전쟁에 국민들 시선이 곱지 않으니 규제 당국에서는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GAFA’.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한국의 플랫폼 기업은 규제 이슈에 있어서 비슷한 점이 많다. 그 공통점은 인터넷과 데이터다. 미국은 네트워크 플랫폼인 통신사업에서는, 한국으로 치면 1980년대 한국통신 같은 독점 사업자 AT&T를 7개 회사로 강제 분할할 정도로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나라다. 하지만 인터넷에 대해서는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관대한 제도를 운영해왔다. 물론 이런 제도에 대한 불만도 있다. 통신회사의 음성전화나 문자 메시지는 강력한 규제를 받는데 인터넷 전화나 인터넷메시지서비스는 뭐가 달라서 규제를 안 하냐는 것이다.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터넷 혁신 서비스는 통신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SKT, KT, LGU+ 같은 통신회사는 허가도 받고 요금규제도 받는다. 그렇지만 플랫폼 기업은 부가통신사업자라서 예외다. 규제제도를 설계하던 때와 달리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플랫폼 기업이 돈도 더 벌고 미래도 밝다. 낡은 제도를 두고 여기저기서 다툼이 생겨난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들어와서 세계 최고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돈을 벌어 가는 마당에 네이버 같은 한국 기업과 똑 같이 망 이용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의는 출발에 불과하다.


데이터는 더 큰 문제다. 유럽이 개인정보보호법을 강화하여 미국 발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는 것을 보면서 중국도, 일본도 따라 나섰다. 자국 국민의 개인정보를 그 나라에서만 처리하라고 하면 빅테크 기업은 엄청난 비용 투자를 감수해야 한다. 개인정보 처리를 잘 못하면 전 세계 매출액을 기준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과징금이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인공지능 서비스나 빅데이터 분석 기술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경쟁 사업자에게 해당 데이터를 넘겨주라는 명령을 받는다면 플랫폼 기업은 더 이상 혁신의 열매를 혼자만 즐길 수는 없게 된다. 이것이 데이터 이동권이고 마이데이터 서비스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세계 각 국에서 데이터 플랫폼에 대한 규제 정책을 경쟁적으로 개발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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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인터넷과 데이터는 미래를 여는 열쇠로 여겨졌다. 모두가 행복한 디지털 경제가 이 열쇠로 열리는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써보고 둘러보니 걱정이 생겨난다. 혁신 서비스가 택시기사 일자리를, 배달 서비스가 시장 골목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하고 플랫폼 기업이 노동자인 개발자의 삶의 질이나 라이더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모습이 자주 뉴스에 등장한다. 우리가 그렇게 취업하고 싶은 직장이고 또 우리가 그렇게 열광하던 혁신 서비스에 절망하고 나아가 배신감을 느낀다면 이제는 차근히 돌아 봐야 할 때이다.


한국은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답을 얻기 어렵다. 어느 나라보다 빠른 통신망과 데이터 축적, 능력 있는 기술 기업과 이용자가 최단 시간에 디지털 경제를 구현한 첫 번째 나라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발 빠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뱅크샐러드, 배달의 민족, 쿠팡, 당근마켓,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표 주자들이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논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판을 깔아 주고 플랫폼 기업이 스스로 협력하는 모습은 출발로서는 칭찬할 만하다. 세계에 내 놓을 만한 협력형 규제 모델을 새롭게 창조할 수도 있다.


이런 노력을 성공 모델로 만들려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우선은 정치권의 설익은 규제 입법 경쟁을 새로운 협력 모델과 연결해야 한다. 참여를 바탕으로 진정한 공론이 진행되고 그 결과가 입법으로 탄탄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정부의 일관된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 경쟁 규제 당국, 개인정보 및 데이터 규제 당국, 금융 규제 당국, 일반 규제 당국 모두가 이 협력 모델에 참여하여 일관되고 조율된 규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 기업의 진정한 주인이 이용자라는 사실을 기업가, 관료, 정치인, 이용자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 이걸 깨닫는다면 모처럼 모인 플랫폼 기업가들이 스스로가 ‘진정한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지 아니면 규제 사각 지대에서 ‘모두의 열매’를 혼자만 누리며 그 혜택을 잊은 것은 아닌지 알게 된다. 더 나아가 이제는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책임 있는 기업가의 사명도 감당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플랫폼 기업의 혁신 서비스는 예외 없이 이용자의 작지만 위대한 삶의 흔적에 빚진 결과물이다. 매일 매 순간마다 사소하게 일어나는 검색, 온라인 수다나 대화 또는 회의, 매 끼니의 주문, 생활 용품 쇼핑이나 필요 없어진 물건의 거래, 심지어는 용돈이나 사소한 선물 보내기도 모두 우리가 플랫폼 기업을 먹여 살리는 활동이다. 이런 핵심 경쟁력을 잊고 탁상공론을 하는 일이 없기를 함께 나선 플랫폼 기업과 정부에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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