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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프런티어] 지나영 "내 삶의 캡틴은 나, 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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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 10기 멘토
지나영 존스홉킨스의대 케네디크리거연구소 소아정신과 교수

주위·사회의 기대치에 따라
꼭 해야하는 경우는 없어

하나밖에 없는 나의 삶
남 눈치보며 살기엔 너무 귀해

사진=지나영 존스홉킨스의대 케네디크리거연구소 소아정신과 교수 제공

사진=지나영 존스홉킨스의대 케네디크리거연구소 소아정신과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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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인생을 조금 더 길게 보면 지금, 여기서, 주위의, 사회의 기대치를 따라서 ‘이것을 꼭 해야만 한다’ 이런 경우는 잘 없는 것 같아요.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용기를 내어보고 또 공손하게 할 말은 다하고 할 것은 다하는 능력과 기술을 기르면 좋을 것 같아요. 자신에게 솔직하게, 그렇지만 무례하지 않게 세상을 살아가면 평탄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후회는 적을 것이라고 믿어요."


지나영 존스홉킨스의대 케네디크리거연구소 소아정신과 교수는 21일 아시아경제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고 하기보다 유연하게 견디는 훈련을 하는 것을 권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지 교수는 "어떤 사회적 분위기라도 나의 가치와 내가 추구하는 나의 삶에 반하는 것이라면 그것에 꼭 따를 필요는 없다"면서 "이런 생각으로 살다 보면 때로는 불이익을 당하게 될 때도 있다"며 자신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제가 인턴 시절 남자 레지던트 선생님들께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을 때 가만히 있지 않고 그 모순을 지적했는데요. 그 선생님이 저에게 매우 ‘되지 않은’ 인턴이라고 화를 냈던 적이 있었어요. 인턴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고 또 레지던트에도 불합격하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결국 그것이 계기가 돼 미국에 오게 된 것이라서 지금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불합격"이라고 전했다.


지 교수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인턴을 수료했다. 이후 원하던 정신과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지원했지만 떨어졌고 재수하는 동안 미국 의사 면허증을 따오겠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1년만 공부하고 돌아올 계획이었으나 미국 의사 국가고시를 최상위 성적으로 통과하면서 미국에서 레지던트를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하버드 의과대학 뇌영상연구소를 거쳐 노스캐롤라이나대 의과대학 정신과 레지던트에 합격해 같은 대학 소아정신과 펠로우 과정까지 이수했고 존스홉킨스와 그 연계 병원인 케네디크리거연구소 소아정신과 교수진으로 활동 중이다.


자신에게 솔직하게
무례하지 않게 살아가면
평탄하지 않아도 후회 적어

'You are doing well'
나 스스로에게 해줘야

소아정신과 교수로 입지를 다지던 지 교수는 갑작스럽게 기립성빈맥증후군, 신경매개저혈압 진단을 받게 된다. 자율신경계가 맥박, 혈압 등을 자율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병으로 희귀병은 아니지만 진단 받기가 까다로운 질환이다. 지 교수는 이 병으로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 병적인 피로감에 시달려야 했고 심할 땐 단 15분조차 자신의 의지대로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처음 병명을 들은 지 교수는 ‘나는 극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힘겹게 노력해도 호전되지 않는 것 같고 때로는 증상이 악화되기도 하면서 ‘점점 내가 의지로 이길 수 있는 병이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아프고 난 뒤부터는 더 뼈저리게 느꼈다. ‘마음이 흐르는대로(Follow my heart)’라는 자신의 모토. 지 교수는 "나에게 주어진 에너지와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아주 한정적으로 돼 버렸으니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지 않은 일, 남 눈치 또는 남을 실망 시키지 않기 위해 살기에는 내 삶이 너무나 아깝게 돼 버렸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내 삶의 캡틴은 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 넓은 세상에서 내가 어디로 항해하고 싶은 지, 어디 가서 무엇을 하며 내 삶을 보내고 싶은 지 답은 내 안에 있다"며 "남과 나를 비교하거나 부모님, 사회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따라가려는 삶은 정말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고 항해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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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교수도 때론 일상에서 좌절을 경험한다. 그때마다 지 교수는 스스로에게 ‘you are doing well(넌 잘하고 있어)’이라고 일부러 더 많이 말해준다고 했다. 그는 "‘잘 하고 있어’라는 말은 ‘너가 1등이다, 최고다’란 뜻이 아니다"면서 "이 말의 뜻은 너가 너의 자리에서, 너에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네가 갖고 있는 지식과 경험, 능력으로 이 만큼 하고 있는 것을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격려와 위로를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안에서 오는 자신을 질책하고 비난하는 말은 안타깝게도 어린 시절 부모님, 선생님,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받은 부정적 피드백이 내재화 돼서 그런 경우도 많다"며 "그럴수록 우리가 어릴 때 듣지 못 했던 ‘you are doing well’이란 말을 내 스스로 해주어야 한다"고 알렸다.


지 교수는 조앤 치티스터 수녀의 말 ‘We are not here to win. We are here to grow’를 인용해 "우리는 늘 승리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오늘 하루 열심히 살고 내일 조금 더 배우고 성장한다면 우리는 아주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지 교수는 "우리에게 하나 밖에 주어지지 않은 이 삶을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살기엔 너무나 귀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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