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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닳고 닳은 복수극, 처절한 얼굴로 채워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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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네임' 투박한 얼굴과 내면 들추기 반복
언더커버 설정 빼면 단순 성장물, 설득력 없는 멜로·액션 아쉬워

[이종길의 영화읽기]닳고 닳은 복수극, 처절한 얼굴로 채워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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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작품은 신선하게 어필하기 어렵다. 이미 많은 감독이 변주해 플롯이 닳고 닳았다. 위장해 잠입하는 조폭 세계도 지겹게 그려졌다. 거침없는 액션에 심리적 갈등을 부각하는 구성 또한 몇 년째 그대로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네임'도 큰 틀에선 다르지 않다. 주인공 지우(한소희)의 설정부터 진부하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범죄조직에 들어간다. 부모의 죽음을 복수하려고 킬러가 되는 '콜롬비아나(2011)'의 카탈리아(조 샐다나), 범죄조직에 잠입했다가 연인을 잃고 보스를 추적하는 '디스트로이어(2018)'의 에린(니콜 키드먼), 비밀 정보기관에서 전문 킬러로 양성되는 '니키타(1990)'의 조세핀(안느 파릴로드) 등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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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를 간파하기 쉬운 이야기에서 관건은 주인공의 성장과 복수를 얼마나 다르게 담아내느냐다. 김진민 감독은 전작 '인간수업'에서 10대 청소년들의 성범죄 문제를 파격적인 스토리텔링과 밀도 있는 연출로 보여줬다. 모범생인 열여덟 살 지수(김동희)가 성매매 알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포주로 활동하는 설정부터 눈길을 끌었다. 김 감독은 부정할 수 없는 범죄에서 환경적 요인 등의 정당성을 배제하는 동시에 사회문제로의 치환을 거부했다. 본인의 선택과 책임에 따른 파국이라는 점만 명확히 했다. 폭력·멜로·성매매 묘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지수의 변변치 못하고 비겁한 행위를 부각해 이룬 성과였다.

'마이네임'에서 이 같은 냉소적 조명은 발견되지 않는다. 내면의 고뇌를 자주 비추나 기존 언더커버 작품들의 결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다. 일부 전개는 공중파 드라마 같다. 무뚝뚝하고 투박스러운 얼굴을 내내 보여주다 플래시백과 함께 나약한 내면을 들추는 시퀀스가 반복된다. 다양한 배역들과 관계에서 생성된 긴장을 내세워 끌어내는 감정도 하나같이 복수로 귀결된다. 감정의 높낮이만 다를 뿐이다. 지우가 복수의 대상을 알게 되는 순간 등에서는 빛을 발휘하나 멜로 신 등 부수적 플롯에선 설득력을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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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은 차별화 여지가 큰 액션에서도 나타난다. '마이네임'은 언더커버 설정을 지우면 전형적인 성장물이다. 지우가 고교를 자퇴하고 복수를 다짐한 순간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해간다. 액션은 그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요소다. 누구보다 빠르고 날카롭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어야 복수의 전제도 완성된다. 지우는 당연히 싸움을 잘한다. 하지만 실력을 쌓기까지 과정은 간소화돼 있다. 그렇게 생긴 공백은 한소희의 처절하고 결연한 얼굴만으로 메울 수 없다. 남성들과 신체적 차이까지 극복해야 하므로 보다 면밀하게 준비 과정이 담겨야 했다.


'마이네임'은 액션의 색깔도 모호하다. 훤칠한 신장과 화려한 총 솜씨로 적들을 단숨에 제압하는 '아토믹 블론드'의 로레인(샤를리즈 테론)과는 거리가 멀다. 열심히 연마하는 복싱과 주짓수도 실전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몸을 요리조리 피하며 경찰 곤봉이나 칼을 휘두를 뿐이다. 그를 인간병기로 키우는 조폭 우두머리 최무진(박희순)은 남성들과 신체적 차이를 극복할 해결책으로 급소 공격을 주문한다. 하지만 목적에 부합하는 액션은 초반에만 집중돼 있다. 문제의 난이도가 커질수록 기대는 비중이 오히려 줄어든다. 한소희의 악착같이 버티는 얼굴만 앞세워 '괴물'이라 강요할 뿐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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