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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루트] 역사 속 행적을 찾아서 ‥ 강원도 '인물 전설(傳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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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영서 문화권 인물 전설 535편‥ 역사 인물 87명

[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강원도는 지역이 넓고 어촌과 농촌, 산촌과 평지, 강과 바다를 두루 갖추고 있다. 태백산맥을 경계로 영동과 영서가 서로 다른 문화권을 형성하며 지역마다 다양한 전설(傳說)들을 품고 있다.


전설 가운데서 인물 전설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정한 인물이 언제, 어디서, 어떤 행적을 남겼다는 전설은 그 행적에서 일정한 역사성을 지닌다.

왕에서부터 승려·학자·기생 등까지 다양하며 특히 주인공은 역사적 실존 인물인 경우가 많다. 역사적인 배경에는 고대 부족사회에서부터 삼국·고려·조선시대에까지 두루 걸쳐 있다.


강원도사 자료에는 강원도 인물 전설은 모두 535편이고, 이들 인물 전설과 관련 있는 역사 인물은 87명으로 기록됐다.


강원도에서 채록한 인물 전설은 '강감찬 전설'·'박문수 전설'·'숙종 전설'·'이성계 전설'·'이항복 전설' 등이 있다. 본지는 이를 근거한 실존 주요 인물 전설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 '귀주대첩의 신화' 강감찬 전설


강감찬 장군 동상

강감찬 장군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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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명장 강감찬(姜邯贊, 948~1031)은 거란을 물리친 무신(武臣)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문과에 장원급제하고 문하시중(門下侍中)에 오른 문관(文官)이기도 하다.


강원도 내 인물 전설 가운데 강감찬을 주인공으로 하는 '강감찬 전설'이 가장 많은 편수(42편)를 차지한다.


강감찬은 고려시대 인물 가운데 강원도에서의 전설이 가장 활발하다. 강릉·양양·삼척 등 영동 지역을 중심으로 평창·정선·영월·횡성 등지에 기록을 남겼다.


강감찬과 강원도와의 직접적인 연계성은 찾아볼 수 없지만, 강원 영동과 남부에서 주로 전해진다. 원주시의 '관풍각(觀風閣)'과 횡성군의 '가매봉' 등과 같은 지형지물과도 연계된다.


전설 속에서 강감찬은 여우가 변신한 아흔아홉 번째 처녀인 어머니에게서 출생했다고 한다. 그것도 정상적인 출생이 아닌 '이물교혼(異物交婚)'을 통한 출생이다.


그로 인해 강감찬은 신통력을 지니게 되고, 개구리·모기·개미·호랑이 등을 퇴치할 수 있는 주력(呪力)을 지닌다. 호랑이뿐만 아니라, 개구리·개미·모기 등의 미물 부적을 사용해 퇴치한다.


강감찬 전설을 전하는 이들에게 강감찬은 신이(新異)한 탄생에서부터 주술적인 능력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 '팔도 암행어사' 박문수 전설


박문수초상화 (보물 제1189-2호) [문화재청]

박문수초상화 (보물 제1189-2호)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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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朴文秀, 1691~1756)는 강원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야담(野談)에서 많이 다뤄지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박문수는 조선 팔도를 누비며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어진 관리나 착한 일을 하는 사람 등 민중들을 도와주는 '암행어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생애에 있어서 암행어사 활동은 두 차례 뿐이었다고 한다. 1727년 '영남별견어사(嶺南別遣御使)'로, 1731년 충청도에 '호서어사(湖西御使)'로 활동했다.


그럼에도 박문수는 어사로서의 성향이 강하게 비쳐진다. 강원도에서 박문수 전설은 모두 36편이다.


시·군별로는 횡성군 10편, 삼척시 9편, 양양군 6편, 춘천시 5편으로 가장 많다. 그 외 영월·정선·고성·강릉 등에도 기록됐다.


박문수 전설은 강감찬 전설과 다르게 어느 특정 지역에 편중하기보다는 강원 영동과 영서, 남부와 북부에도 기록으로 남겨졌다.


박문수 전설은 과거 급제부터 암행어사로서 민중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동일하다.


실제 생애에 있어서 암행어사로의 활약은 두 차례에 불과하지만, 전하는 이들은 박문수를 평생 '팔도 암행어사'로 살아가는 인물로 그리고 있다.


이는 암행어사로서 활동과 정계에서 보였던 그의 업적 등이 민중들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합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 '환국(換局)'의 정치 숙종 전설


숙종어필 칠언시 (肅宗御筆 七言詩) [문화재청]

숙종어필 칠언시 (肅宗御筆 七言詩)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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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숙종(肅宗, 1661~1720)은 46년의 집권 동안 대동법(大同法)을 경상도(1677)와 황해도(1717)까지 확대했다.


강원도(1709)와 삼남 지방(1720)의 양전(量田)을 실시하는 등 전국의 토지를 측량한 것도 그의 중요한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숙종 전설도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 단위의 분포를 보이며, 지금까지 강원도에서 기록된 숙종 전설은 20편이다.


삼척시 8편, 영월군 5편, 횡성군, 평창군이 각각 2편, 그리고 춘천·속초·양양 등에 각 1편으로 강원도 전역에 고루 전해진다.


강원도에서의 숙종 전설은 숙종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지만, 왕으로서 보이는 위엄과 지배자·절대 권력자 모습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이는 숙종 전설이 숙종이라는 실제 역사 인물과 상관없이 민중들의 이야기며, 왕에 대한 민중들의 기대와 간절한 원망(꿈)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숙종이 밤에 미복(微服)으로 순행(巡行) 하다가 억울한 사정이 있는 민중들을 만나면 그 연유를 알아낸 뒤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 '조선 창업' 이성계 전설


삼척 준경묘와 영경묘 (이성계의 5대조 양무장군의 무덤(左)과 그의 부인 무덤) [삼척시]

삼척 준경묘와 영경묘 (이성계의 5대조 양무장군의 무덤(左)과 그의 부인 무덤) [삼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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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는 태조 이성계(李成桂, 1335~1408)의 5대조인 목조(穆祖)의 부모 무덤인 '준경묘(濬慶墓)'와 '영경묘(永慶墓)'가 있어 인물 전설의 기반이 되고 있다.


강원도에서 기록으로 남은 이성계 전설은 모두 16편이다. 시·군별는 '준경묘'와 '영경묘'가 있는 삼척시가 5편으로 가장 많다.


이어 횡성군 3편, 영월·인제·평창군이 각 2편, 춘천·양구군이 각 1편씩 전하고 있다.


비록 편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이성계 전설도 특정 지역에 집중하기보다는 삼척시를 중심으로 영동과 영서, 강원 북부와 남부에서 고루 전하고 있다.


이는 이성계 전설이 '준경묘'와 '영경묘' 등의 지역적 기반을 갖추지만, 직접적인 연계성이 없어 널리 알려지는 설화적인 특징을 보인다.


강원도에서 전하는 이성계 전설은 이성계의 5대조 목조가 한 도승의 예언대로 백우금관(百牛金棺)에 부모를 안장한 이후 5대에 이르러 조선을 창업한다는 내용을 보인다.


이성계가 왕이 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풍수와 연계해서 제시되고 있다.


■ '오성과 한음' 이항복 전설


이항복 선생 초상화 [국립중앙박물관]

이항복 선생 초상화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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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 1556~1618)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오성과 한음' 이야기로 한 번쯤 들어보는 유명한 인물이다.


이항복 전설도 전국적인 전승 분포를 보인다. 강원도에서는 이항복 전설이 24편 기록으로 남겨졌다.


삼척시 7편, 영월군 5편, 횡성군 5편, 양양군 3편, 강릉·춘천시가 각각 2편 등이다.


이항복 전설의 전승 분포도 강원도 영동과 영서, 남부와 북부가 균형을 이뤄 전하고 있다.


이항복 전설에서 이항복은 영웅의 모습을 보인다. 그는 대단한 능력과 재간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한다.


또한 기발한 착상으로 고정된 양상을 파괴하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고를 통해 삶의 발랄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항복 부인의 정절과 관련한 각 편들이 많이 전해지며, 여성들의 곧은 절개에 대한 관념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항복 전설을 전하는 이들은 능력과 재간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소망을 표현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라영철 기자 ktvko258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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