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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에 '성폭력 피해' 의심하는 사람들…'2차 가해'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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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향한 2차 가해 만연
"고의 충돌과 성폭력은 별개..'피해자다움' 강요 말아야"
전문가 "유독 젠더폭력에만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현상 벌어져"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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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동료 욕설과 고의충돌 의혹으로 논란 중인 가운데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는 과거 그의 성폭력 피해 사실까지 의심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 8일 언론을 통해 심석희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에서 승부조작 및 동료 비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도에 따르면 심석희는 모 코치와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최민정, 김아랑 등 동료 선수를 조롱 및 비하했다.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선 최민정과 고의로 부딪혀 부상을 입혔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심석희는 지난 11일 소속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기간에 있었던 미성숙한 태도와 언행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실망과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올림픽을 앞두고 A 코치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진천 선수촌을 탈출하는 등 당시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면서 "이로 인해 스스로 가진 화를 절제하지 못하고 타인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로 미성숙한 모습을 보인 점은 현재까지도 반성하고 있다"고도 했다.


고의 충돌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심석희는 "제가 고의로 최민정 선수를 넘어뜨리지 않았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조사를 통해서 충분히 밝혀질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사과에도 심석희를 향한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올림픽을 대하는 부적절한 태도를 보였을 뿐 아니라 동료 선수들에게도 무례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충돌로 최민정 선수는 유력했던 금메달을 놓쳤을 뿐 아니라 무릎 인대 부상까지 입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심석희를 김아랑, 최민정 등과 분리 조치하는 한편 조사위원회를 꾸려 고의 충돌 의혹 등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빙상연맹은 심석희의 2021-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4차 대회 출전도 보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심석희 동료 비하 논란을 다룬 기사의 댓글에는 그의 성폭력 피해 사실까지 의심하는 2차 가해 댓글이 달리고 있다. 사진=온라인 기사 댓글 캡처

심석희 동료 비하 논란을 다룬 기사의 댓글에는 그의 성폭력 피해 사실까지 의심하는 2차 가해 댓글이 달리고 있다. 사진=온라인 기사 댓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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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번 논란으로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뉴스 댓글 등을 통해 그의 과거 성폭력 피해 사실까지 의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가해자인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는 심석희가 만 17세인 고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14년 8월부터 평창올림픽 직전인 지난 2017년 12월까지 총 29차례에 걸쳐 성폭행, 강제추행, 협박 등을 저질렀다. 조 전 코치는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10년 6월을, 지난달 10일 2심에선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쇼트트랙 대회 후라든가 전지훈련 직전 등 범행일시 특정에 관해 구체적이고 명료한 진술을 했다"며 "피고인은 해당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으나, 피해자는 훈련일지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을 종합하면서 진술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일 뿐, 앞의 진술을 번복하거나 허위의 진술을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계속 범행을 부인하다가 항소심 법정에 이르러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새로운 주장을 했으나, 피해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부 누리꾼들은 여전히 사실관계와 가해자인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주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아직 3심 판결이 남아 있으나, 최종심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피해자를 무분별하게 비난하는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형태의 2차 가해는 지난 미투 운동 당시에도 나타났다. 지난 2018년 3월 수행비서였던 피해자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을 통해 성폭력을 저지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이 알려졌다. 당시 안 전 지사의 측근 및 일부 여권 지지자들은 피해자를 향해 "정치 공작", "왜 선거를 앞두고 폭로하나" 등 비난을 했다.


시민들은 이같은 2차 가해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이번 사건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심석희는 국가대표로서 책임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심석희가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과 별개로 봐야한다"며 "피해자에게 완전무결한 모습,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2차 가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성적으로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형성된 편향된 시각이 사건을 보는 시각에도 투영이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보통 어떤 범죄든 간에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는데 피해자원인유발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보통 젠더폭력에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이라며 "지나가다가 폭력을 당했다거나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 왜 문단속을 하지 않았냐는 식으로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데, 유독 젠더폭력에 한해서만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장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많은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결국 젠더폭력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젠더폭력 자체를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먼저 성차별적이고 여성폄하적인 시선을 줄여가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을 통해 성차별적인 시각을 배제하고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의 2차 가해 문제에 대해선 "온라인 공간을 통한 2차 가해는 빠른 속도로 전파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겪는 공포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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