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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그렇게 한국의 뒷다리를 잡았을까?[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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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독자적 발사체 기술 개발 막혀
2020년 4차 개정때에야 '고체 발사체' 성능 제한 풀려
5월 한미 정상 폐지 합의했지만 우여곡절-예산낭비 초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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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결과 한미 미사일지침이 완전히 폐기됐습니다. 주권 국가에 왜 그런 이상한 제약이 가해져 있었을까요? 또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항공우주산업기술동향'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미사일지침은 출발부터 다른 미국의 동맹국들과는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한 북한과의 형평성 원칙에도 어긋나는 '굴욕'이었습니다. 또 한국의 독자적 군사 개발과 우주 개발에 막대한 지장과 예산 낭비를 초래했습니다.

◇군사정권의 자발적 포기

미사일지침은 1979년 박정희 정권 말기 국방과학연구소가 국내 최초 탄도 미사일인 '백곰'을 개발하면서 생겨났습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우려한 미국이 미사일 개발 중단 서한을 보내자 노재현 당시 국방장관이 '알아서' 사정거리 180km, 탄두중량 500kg 이상은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미사일 지침이 성립한 것입니다. 그나마 한국의 미사일 개발은 박정희 대통령 사후 국방과학연구소의 미사일 개발팀이 해체되는 등 우여곡절을 격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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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사일 개발 제한 기준은 미국의 '동맹'인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도 훨씬 엄격했습니다. 1987년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ㆍ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ㆍ일본은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을 체결했는데, 탑재 중량 500kg, 사거리 300km 이상의 로켓시스템, 무인항공기 등에 대해 '국가간 이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독자 개발은 얼마든지 허용됐습니다. 자주적 미사일 개발이 완전히 제한된 한국의 미사일지침이 얼마나 굴욕적이고 차별적인지 알 수 있죠. 그럼에도 한국은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지속적으로 미사일 성능 개량을 추진해 1990년 현무 (백곰-2) 미사일을 개발했습니다.


◇ 우주개발까지 제한

미사일지침은 22년 만인 2001년 첫 번째로 개정됩니다. 사정거리와 탑재 중량이 MTCR의 기준(300km, 500kg)으로 완화됐습니다. 문제는 우주발사체에 대한 조항이 처음으로 포함되면서 한국의 자주적인 우주 개발이 제한됐다는 것입니다. 당시 한ㆍ미 양국은 우주 발사체(과학 로켓 포함)의 경우 사거리ㆍ탑재 중량에 관계없이 허용하고 통신ㆍ정찰위성과 같은 군사 위성의 발사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그렇지만 민간우주발사체를 액체추진기관으로만 제한하고 고체 추진제의 성능은 총역적 100만 파운드ㆍ초 이하의 보조추진단 및 위성 아포지 모터에 한해 개발을 허용했습니다. 군용으로 개조할 수 없으며 군용 로켓 단(Stage)도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도 걸었습니다. 당연한 한국의 권리를 왜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한 것일까요? 2012년 2차 개정 때도 군용 미사일은 사거리가 300km에서 800km(탑재 중량은 500kg 유지)으로 늘어났지만 우주 발사체의 경우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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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ICBM급 개발

그런 사이 북한은 재래식 무력에서 뒤처지기 시작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핵실험을 계속하고 2017년엔 ICBM급 탄도 미사일 화성-14호를 발사하는 등 전력질주했습니다. 한국은 미사일지침에 꼼짝 못하고 있던 시기였죠. 특히 한국의 우주개발에 대한 이같은 족쇄는 3차 개정(2017년) 때도 그대로 유지됐고, 2020년 4차 개정때에야 고체 추진체 성능 제한이 해제됩니다. 그럼에도 액체 추진 기관의 군사적 전환 및 군용 로켓단의 사용, 이동형 발사대 사용 등의 금지는 여전했죠. 북한은 이미 사정거리 1만km가 넘는 ICBM을 뻥뻥 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그런 족쇄를 채워 놓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말로만 '동맹'이라고 부르면서 한국을 믿지 못했던 것일까요? 중국의 반발을 우려한 것이었을까 짐작됩니다만, 무의미한 기우였던 것 같습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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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ㆍ예산낭비

한국은 이같은 미국의 족쇄 때문에 군사적으로는 물론 우주 개발에서도 우여곡절을 겪게 됩니다. 고체 추진제의 성능 한계 규정 때문입니다. 예컨대 1차 개정 후 우주발사체 개발이 가능해지자 한국은 2002년부터 나로호(KSLV-1) 우주발사체를 개발해 2013년 1월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여기에 사용된 2단부 고체 추진체는 '총역적 100만파운드ㆍ초'라는 미사일 지침상 제한에 묶여 있었습니다. 특히 2010년대 초 계획이 세워져 2016년부터 본격화된 한국형 달탐사궤도선(KPLO) 개발 사업에서도 우여곡절과 예산 낭비가 빚어집니다. 항우연은 KPLO의 설계 중량을 550kg으로 최소화할 수 밖에 없었는데 미사일 지침의 한계를 지키기 위해 성능에 제한을 받았던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는 게 논문의 결론입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KPLO의 중량은 678kg으로 128kg이나 초과했고, 당초 계획과 달리 미국의 스페이스X사 측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더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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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국은 우주발사체 분야에서 고체 추진제를 사실상 완전히 배제할 수 밖에 없었고, 다음달 21일 발사되는 누리호도 1, 2, 3단 모두 액체 추진 기반 엔진으로 개발됐습니다.


항우연은 이에 대해 보고서에서 "군사용 미사일의 역량 확대에 상응하는 우주 발사체의 고체 역량 강화를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실현되지 못했었다"면서 "미사일 지침 개정의 주 관심사가 군사적 목적이었기 때문에 민간 우주발사체 분야는 상대적으로 우선 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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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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